신진서 9단이 지난해 연말 바둑 대상에서 MVP를 수상한 후 소감을 밝히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신진서 1위 X 4'
'반상(盤上)의 제왕' 신진서 9단이 지난 한해 동안 대한민국 바둑을 사실상 평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7일 한국기원이 집계한 2025년 총결산 내역(프로기사회 리그 제외)에 따르면 신진서는 승률·다승·연승·상금·최다 대국·월별 랭킹 등 6개 부문 중 무려 4개 부문(승률·연승·상금·월별 랭킹)에서 1위를 차지했다. 독주를 한 셈이다.
가장 놀라운 1위 기록은 승률이다. 그는 지난해 78판을 겨뤘다. 결과는 67승 11패. 승률은 85.90%에 달한다. 승률 80%를 넘는 기사는 한국기원 소속 프로기사(456명) 중 신진서가 유일하다. '레전드' 이창호가 77.61%로 이 부문 2위를 차지했다.
신진서의 역대급 승률은 대회 우승으로 직결됐다. 그는 지난해 '난양배', '쏘팔코사놀 최고기사 결정전', '하나은행 바둑 슈퍼매치', 'GS칼텍스배', '명인전' 등 5개 대회에서 우승했다.
상금, 6년 연속 10억 원 돌파… 21연승으로 연승 1위
2025년 기사별 상금 기록. 한국기원 제공
연승 1위 기록도 놀랍다. 신진서는 지난해 1월 4일부터 3월 27일까지 21연승을 달성했다. 20연승을 넘긴 기사도 그뿐이다. 이지현 9단이 18승으로 이 부문 2위에 올랐다.
획득한 상금 규모도 다른 기사들을 압도한다. 신진서는 지난해 12억964만8629원을 벌어들였다. 6년 연속 10억 원 돌파 기록이다. 변상일 9단은 4억8235만4500원으로 뒤를 이었다.
월별 랭킹 부문은 그야말로 신진서의 독주다. 그는 지난해 12달 동안 빠짐없이 1위를 지켰다. 만 6년(72개월) 1위 자리를 수성한데 이어 올해 첫 달에도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女 랭킹 1위' 김은지는 다승·최다 대국 부문 1위
한국 바둑 여자랭킹 1위 김은지 9단. 한국기원 제공신진서는 다만 다승(67승)과 최다 대국(78국) 부문에서는 각각 2위와 5위에 그쳤다. 다승, 최다 대국은 여자랭킹 1위 김은지 9단이 1위를 차지했다. 김은지는 121국으로 전체 기사들 중 가장 많은 대국을 소화했다. 이중 90승 31패(승률 74.38%)를 기록했다.
그는 지난해 '오청원배', '하찬석국수배', '여자기성전', '난설현배', '여자국수전' 등 5개 기전을 석권했다. 상금 부문에서도 4억6만9651원을 기록하면서 3위에 자리했다. 이는 자신의 최고 연간 상금기록(2억1천만 원)을 경신한 것에 해당한다.
신진서 "후반기 성적 아쉬워, 더 많이 발전해야 할 것 같다"
한국 바둑 2025년 결산 내역 중 승률 부문. 한국기원 제공내년에도 신진서의 전성기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국기원 관계자는 "지난 1년은 신진서의 해였다. 그 없이 한국 바둑을 논하기 어렵다"며 "지난해 후반기 국제대회에서 잇따라 조기 탈락하는 등 부진을 보였으나 나이, 훈련 자세 등 여러 측면을 고려할 때 (내년에도) 독주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다만 한국 1위가 아닌 세계 무대 1인자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훈련이 요구된다"고 단서를 달았다. 신진서 역시 지난해 후반기 부진을 의식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31일 바둑 대상 최고 기사상(MVP) 수상 직후 "개인적으로 (후반기 성적이) 많이 아쉽다"며 "(더) 많이 발전해야 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한편 이번 총결산에서 프로기사회 리그를 제외한 것에 대해 한국기원은 "(프로기사회) 리그에 참여안하는 기사들이 많은데다, 신예기사들이 주로 참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