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수십 년 저가에 머물러 있던 쓰레기 종량제봉투값이 수도권 직매립 금지를 계기로 얼마나 오를지 관심이 쏠린다.
단기간 내 종량제봉투 가격이 급등하면 생활고에 시달리는 저소득층에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쓰레기봉투값 20여년 제자리, 주민부담률 20~30% 수준
31일 기후에너지환경부가 공표한 '쓰레기 종량제 현황'에 따르면 2024년도 20L짜리 종량제봉투(가정용)의 전국 평균가격은 512원으로 집계됐다.
2017년 509원으로 500원대에 진입한 이후 크게 변하지 않은 가격이다. 종량제 통계가 시작된 2003년 400원 정도였던 것과 비교해 20여년간 인상률은 20여% 수준이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지수가 60%(1.6배)가량 오른 것과 대비된다.
이처럼 종량제봉투값이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보이면서, 애초 '배출자(원인자) 부담 원칙'에 따라 1995년 도입한 쓰레기 종량제의 효과도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배출자 부담이 얼마나 지켜지는지를 나타내는 '쓰레기 종량제 주민부담률(폐기물 처리비 중 종량제봉투 판매수입 비율)'은 20~30% 선에 머물러 있다. 이날 발표된 2024년 주민부담률은 24.7%로 전년 대비 2.5%P 하락했다.
해당 연도 쓰레기 수집·운반·처리비 총액이 약 5조 원인데, 이 가운데 종량제봉투 판매수입은 1조원 남짓에 불과한 것이다. 나머지는 각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으로 감당해야 하는 구조다.
반면 미국과 일부 유럽 국가, 일본, 대만 등지에서는 상당수 지방에서 쓰레기 배출량이 많을수록 주민부담률을 높이는 방식인 것으로 전해졌다. 스위스의 경우 '봉투세' 개념으로 한국의 10배에 달하는 종량제봉투값을 설정해 주민부담률이 100%에 이른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그간 종량제봉투값 인상론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난달 18일 나라살림연구소는 '2014~2023 쓰레기 종량제 주민부담률 분석' 보고서에서 최근 5년여간 주민부담률 하락세를 지적하며, 배출자 부담 원칙 실현을 강조하기도 했다.
나라살림연구소 김용원 책임연구원은 "쓰레기 종량제가 지향하는 배출자 부담 원칙은 쓰레기 배출량 줄이기와 함께 폐기물 처리 재정 투입을 최소화하기 위해 필수"라며 "주민부담률을 개선하기(높이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소각비 부담에 종량제봉투값 인상 전망…저소득층 생활고 숙제도
수도권매립지에서 쓰레기 매립 작업이 진행 중이다. 연합뉴스이에 더해 새해부터는 인천지역에 위치한 수도권 매립지에 쓰레기를 바로 묻는 직매립이 금지되면서, 종량제봉투 가격 인상 압력은 더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쓰레기를 땅에 묻기 전에 소각 절차를 거치게 되는데, 턱없이 부족한 공공소각장과 더불어 민간소각장을 이용하려면 지자체 예산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수도권에서는 일부 지자체들이 잇따라 종량제봉투값 인상을 공식화한 상태다. 경기 평택시는 3년에 걸쳐 26%를 올리기로 했고, 광명시와 고양시 등도 가격 인상을 공지했다.
다만 종량제봉투값이 급격히 증가할 경우, 서민들의 생활비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특히 짧은 기간에 과도하게 가격을 올리면, 저소득가구 등 취약계층에 상대적으로 더 큰 경제적 부담이 된다는 지적이다.
"가격 현실화 불가피, 정부의 사각지대 지원 병행해야"
전문가들은 수십 년간 동결 수준인 종량제봉투값이 종량제 제도의 효과를 떨어트린 만큼, 가격 '현실화'는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았다.
단 저소득층 등 '사각지대'에 대한 맞춤 지원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은 "원인자 부담 원칙을 기준으로 보면 그동안 종량제봉투값이 너무 낮았다"면서도 "직매립 금지 등이 국가적 조치인 점을 감안해, 종량제봉투값 인상에 따른 사각지대를 정부 차원의 종합대책으로 메워야 한다"고 짚었다.
김미화 자원순환사회연대 이사장은 "종량제봉투값이 저렴하다 보니 퍼센티지(%)로 표현하면 크게 오르는 것 같지만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하면 커피값도 안 되는 수준"이라며 "진작에 올렸어야 했지만, 지자체장들의 유권자 눈치 보기 등으로 가격 현실화를 미뤄 왔다"고 봤다.
그러면서 김 이사장은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대책도 중요하다"며 "상위 10% 미만 저소득층을 위해 복지차원에서 지원할 수 있는 기금 확보가 가능하다고 본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