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일색인 프랜차이즈 카페 시장에서 최근 이례적인 '역주행' 기록이 탄생했다. 한 달 판매량 30만 잔, 시간으로 환산하면 5초에 한 잔씩 팔려나간 더벤티의 '이천쌀' 시리즈가 그 주인공이다.
이 성공의 비결은 두 가지 요소의 완벽한 결합에 있었다. 비옥한 토질과 큰 일교차가 빚어낸 이천쌀 특유의 고소하고 깊은 풍미, 그리고 이 맛을 음료 한 잔에 온전히 담아내기 위해 전국의 쌀을 직접 밥 지어 먹으며 100번 넘는 테스트를 거듭한 개발자의 집요함이다.
쌀 특유의 텁텁함을 잡기 위해 몸무게가 3kg 늘어날 정도로 연구에 몰두했던 개발자의 열정은 우리 농산물의 우수성을 증명하는 확실한 근거가 되었다. 유슬비 개발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 뜨거웠던 개발 비하인드 스토리를 기록했다.
한 달 30만 잔의 기록, 아침 풍경을 바꾼 '쌀 음료'의 저력
◇ 김나영> 30만 잔이면 어느 정도인가요?
◆ 유슬비> 한 달에 30만 잔이라고 하면 거의 63빌딩을 한 240개 쌓은 정도고, 5초에 한 잔 정도 팔린 셈이라고 하더라고요. 사실 개발자로서는 소비자분들이 이렇게 좋아해 주시니 너무 기분이 좋고 뿌듯했습니다. 이천 시장님께서도 야 맛있다며 시원하게 말씀해 주셔서 정말 뿌듯하고 좋았습니다.
◇ 김나영> 원래 보통 오전에는 커피가 많이 팔릴 것 같고, 오후에는 카페인이 안 들어간 이런 음료들이 많이 팔릴 것 같아요. 왜냐하면 3~4시쯤 되면 또 달달한 게 당기잖아요. 그런데 이 음료는 오전에도 많이 팔렸다면서요?
◆ 유슬비> 그렇죠. 오전에 잘 팔렸던 이유는 제가 생각하기로는, 이천쌀 라떼 같은 경우에는 우선 식사 대용으로도 먹을 수가 있어요. 되게 담백하고 고소해서 부드럽게 꿀떡꿀떡 먹을 수 있기 때문이죠. 또 커피를 안 좋아하는 사람들도 편하게 먹을 수 있잖아요.
그리고 우유를 원하지 않으시는 분들은 귀리로 변경이 가능해요. 그렇기 때문에 유당불내증이 있는 분들도 아침에 식사 대용으로 든든하게 드실 수 있어서 아마 아침에도 많이 팔렸던 것 같습니다.
100번의 실패를 딛고 찾아낸 '임금님표 이천쌀'의 고소함
◇ 김나영> 그런데 쌀로 결정하시고 나서 이천쌀, 연천쌀 등 쌀 종류가 되게 많잖아요. 여러 가지 다 드셔보셨어요?
◆ 유슬비> 연천 쌀, 조선 향미 등등 여러 가지 밥을 다 먹어봤는데 그냥 먹어보기만 해서는 안 되잖아요. 제일 고소한 맛을 찾아야 그게 쌀가루가 되었을 때 맛있어지는 거니까요.
그리고 또 하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텁텁하지 않음이었어요. 쌀가루가 음료로 만들어지면 맛이 너무 직관적이라서 좀 텁텁한 느낌이 올라오거든요. 우리 곡물 음료 먹으면 입안이 꺼끌꺼끌하잖아요. 그걸 가장 잘 없애준 게 이천 쌀이었어요.
저희 브랜드 같은 경우에는 이천쌀 라떼 하나만 출시하는 게 아니라 쌀을 가지고 다양한 베리에이션 메뉴를 출시했잖아요. 그래서 말차랑 어울리는 것, 흑임자랑 어울리는 것, 커피랑 어울리는 것들을 같이 찾아보고 싶어서 가장 무난하고 담백하며 고소한 느낌의 이천 쌀을 선택했습니다.
◇ 김나영> 쌀 중에서도 이천 쌀을 골랐는데, 이걸 제품으로 개발하는 건 또 다른 얘기잖아요. 과정상의 어려운 점은 뭐가 있었나요?
◆ 유슬비> 어려운 점은 우선 다채로운 비주얼을 내기가 어려웠어요. 이천 쌀 자체는 흰색이나 약간의 베이지 색깔이니까요. 그런데 다채로운 색깔을 조금 덜어내니 오히려 맛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로 어려웠던 부분은 아무래도 쌀이 좀 텁텁하다 보니 입에 많이 걸리더라고요. 그 걸림을 줄이고 고소함을 극대화하려면 쌀가루를 더 많이 넣어야 하거든요.
그런데 쌀가루를 많이 넣으면 사람들이 시음했을 때 텁텁하다고 느끼고요. 그래서 고소함은 극대화하고 텁텁함을 줄이려고 하니 우유 맛밖에 안 나더라고요. 그 중간점을 찾는 데 굉장히 오래 걸려서 연구소랑 많은 협의를 거쳤고, 그때 제가 쌀 음료를 엄청 먹었습니다. 몸무게로 증명이 되는데 그때 한 3kg 정도 쪘어요.
◇ 김나영> 그런 세부적인 것까지 다 합치면 진짜 100번 이상의 시도 끝에 나온 음료들이네요. 개발자로서 느낀 이천쌀의 맛이나 특징도 좀 알려주세요.
◆ 유슬비> 고소한 맛이 가장 큰 특징이에요. 그래서 부담 없이 남녀노소 즐길 수 있다는 게 장점이고, 또 하나는 담백하면서도 물리지 않는 맛이라는 점입니다. 고소하고 담백한 게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김나영> 정말 잘 팔렸나 봐요.
◆ 유슬비> 너무 뿌듯합니다. 한 달에 30만 잔 정도가 팔렸다고 하는데요. 30만 잔이라고 하면 거의 63빌딩을 한 240개 쌓은 정도고, 5초에 한 잔 정도 팔린 셈이라고 하더라고요. 사실 개발자로서는 이렇게 소비자분들이 좋아해 주시니 너무 기분이 좋고 뿌듯했습니다. 이천 시장님께서도 야 맛있다며 시원하게 말씀해 주셔서 정말 뿌듯하고 좋았습니다.
◇ 김나영> 내부적으로는 어느 정도 예상을 하셨어요?
◆ 유슬비> 그래도 지역 에디션이고 지역 특산물이니까 어느 정도는 잘 나가겠지 정도로만 생각했지, 목표 판매량을 많이 잡지는 않았거든요. 사실 30만 잔이나 팔릴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해서 좀 놀라긴 했습니다.
'집요함'이 빚어낸 황금 레시피, 기록되지 않은 무수한 시도들
◆ 유슬비> 진짜로 쌀도 그렇고 하루 종일 음료를 계속 먹다 보니 그렇게 되더라고요. 이걸 제가 한 잔을 다 먹지는 않지만 여러 번 개발을 하니까요. 제가 좀 집요한 부분이 있어서 조금이라도 마음에 안 들면 '한 번 더 해보자, 한 번 더 해보자' 하거든요.
그리고 고객님들이 메뉴를 받고 한 30분 정도 뒀다가 드시는 경우도 있잖아요? 그러면 밍밍해지지는 않을까 싶어서 여러 시간 두고 제가 직접 먹어보기도 했습니다.
◇ 김나영> 보통 몇 단계 정도 거쳐야 최종적으로 레시피가 확정되나요?
◆ 유슬비> 70번에서 한 80번 정도는 됐을 거예요. 제가 기록해 놓지 않은 것들까지 합치고, 연구소랑 파우더 개발을 하면서 "이거 조금 바꿔주세요, 이거 조금 변경해주세요" 했던 세부적인 것까지 다 합치면 진짜 100번 이상의 시도 끝에 나온 음료들입니다.
대학가를 점령한 '할매니얼' 열풍, 로컬 음료의 미래를 보다
◇ 김나영> 매장에서 직접 주문하는 손님을 보신 적도 있나요?
◆ 유슬비> 네, 봤죠. 5초에 한 잔씩 팔리다 보니 자주 보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매장에 직접 가보기도 하는데요. 저는 아무래도 연령대가 좀 높은 분들이 이천쌀 라떼를 많이 드실 거라 생각했었어요. 고소한 맛이니까요. 그래서 30~40대분들이 많이 드시겠구나 싶었는데, 의외로 매출 추이를 보면 대학가에서도 많이 먹더라고요. 그래서 깜짝 놀랐어요. 젊은 타깃층에서도 이른바 '할매니얼' 트렌드가 다가가고 있고, 이게 계속 유지가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 김나영> 실제로 이 쌀 음료와 관련해서 받았던 피드백 중에 기억에 남는 게 있으세요?
◆ 유슬비> 기억에 남는 건 "하루에 세 잔도 먹겠다"는 말이었어요. 사실 커피 말고는 하루에 두세 잔 먹기가 쉽지 않잖아요. 그런데 "부담 없이 하루에 세 번도 먹겠다"는 말에 기분이 너무 좋았습니다.
그리고 가장 기분 좋은 포인트는 역시 매출 실적이 아닐까 싶어요. 실적이 좋으면 그만큼 많은 소비자분들이 즐기고 계신다는 뜻이니까요. 제가 블로그나 SNS도 다 찾아보는데, 어린 친구들이 "이거 너무 맛있다, 두 번 먹어라 세 번 먹어라" 이런 식으로 표현을 굉장히 많이 해주더라고요.
◇ 김나영> 그러면 다음 로컬 음료도 지금 기획하고 계신 게 있나요?
◆ 유슬비> 그럼요. 아직은 대외비지만 준비하고 있습니다. 내년에도 아마 더벤티는 지역 특산물 원재료를 활용한 메뉴로 많이 찾아뵐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김나영> 네 알겠습니다. 너무 맛있을 것 같아서 저도 이미 먹어봤지만 오늘도 한 잔 더 마셔야 할 것 같네요.
◆ 유슬비> 네, 두 잔 드세요. 고생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