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해 미국 완성차 기업 포드와 맺었던 9조 6천억 원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장기 공급 계약이 해지됐다.
미국 정부가 전기차 구매 시 제공했던 세제 혜택을 폐지하면서 시장 환경이 변하자 포드가 생산 계획을 수정한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2027년부터 공급 시작 내용을 담은 대형 계약이 틀어지면서 LG에너지솔루션은 미래 계획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포드와 지난해 10월 체결했던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이 포드의 통보로 해지됐다고 17일 공지했다. 해당 계약은 LG에너지솔루션이 포드에 2027년 1월부터 2032년 12월 31일까지 총 75GWh(기가와트시)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는 내용이다.
계약 체결일 기준 배터리 가격을 적용해 산정한 해지 금액은 9조 6030억 원 수준으로 추정됐다. LG에너지솔루션의 2023년 말 연결 기준 매출액의 28.5%에 해당하는 대형 계약 해지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의 정책 환경과 전기차 수요 전망 변화로 인한 거래 상대방(포드)의 일부 전기차 모델 생산 중단 결정에 따른 계약 해지 통보"라며 "일부 물량의 공급 계약이 해지된 것으로, 중장기적인 협력 관계는 지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계약이 해지된 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의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에서 생산돼 포드의 유럽용 전기차에 탑재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포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전기차 신차 구매 시 최대 7500달러를 주는 세액 공제 혜택을 지난 9월 말 폐지하자 하이브리드와 내연기관 차량 중심으로 생산 계획을 수정했다. 시장 수요 위축을 예상하고 대형급 전기차 모델 생산도 중단하는 등 사업 방향을 튼 것이다.
10조 원에 육박하는 미래 매출이 사라진 이례적인 상황인 만큼, LG에너지솔루션으로서는 경영 계획 수정이 필요할 것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미국 전기차 정책 변화 여파는 최근 들어 국내 배터리 업계에서 잇따라 가시화 되는 모양새다. SK온도 포드와의 미국 배터리 합작법인 '블루오벌SK'의 사업 구조를 재편해 각자 공장을 독립적으로 운영하기로 합의했다고 지난 11일 밝혔다.
앞으로 SK온은 테네시주 공장을, 포드는 자회사를 통해 켄터키주 공장을 각각 맡아 운영하게 된다. 이 역시 포드의 전략 변화와 맞물린 결정으로 분석됐는데, SK온은 해당 합의를 계기로 포드향(向) 전기차 배터리 중심 생산 구조에서 벗어나 ESS(에너지저장장치) 등 사업 다각화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