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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우석 "교육은 전문가 중심에서 시민 참여형으로 전환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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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대전CBS <이슈 앤 톡> 표준FM 91.7, 홍성 99.3 (17:00~17:30)
■ 제작 : 손성경 PD
■ 진행 : 권오철 교수
■ 대담 : 유우석 소장 (세종마을교육연구소 소장)

세종마을교육연구소 유우석 소장 "교육의 답은 학교와 마을이 만나는 현장에 있다"
만 44세 최연소 교장으로 해밀초 이끌며 학교·마을 연대 교육 실험 주도
해밀초 교장 시절 '무지개 축제' 통해 학교·주민 연결… 교육공동체 형성
코로나 시기 "닫힌 학교의 한계 절감…위기 속에서 열린 학교·마을 연계 필요성 확인"
"아이들이 좋아하는 학교가 좋은 학교…신뢰는 성과보다 경험에서 나온다"
민주주의는 지식이 아닌 실천…"기획·협의·책임을 학교 안에서 살아보게 해야"
기초학력·느린학습자 문제에 학교·가정·마을 결합한 지원 플랫폼 제시

세종마을교육연구소 유우석 소장세종마을교육연구소 유우석 소장
◇권오철: 세종마을교육연구소 유우석 소장 자리하셨습니다. 소장님, 어서 오십시오.
 
◆유우석: 네, 안녕하세요. 유우석입니다.
 
◇권오철: 반갑습니다. 먼저 청취자 여러분께 간단한 인사와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유우석: 저는 충청남도에서 교사 생활을 하다가 세종이 개청할 때 세종으로 와서, 교사로 또 교장으로 한 20년 가까이 학교 현장에 있었습니다. 학교와 마을이 함께하는 교육을 꿈꿔 왔고요. 지금은 세종마을교육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권오철: 그러면 세종에는 언제 오신 건가요?
 
◆유우석: 세종에 온 건 2011년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제 한 15년 가까이 됐네요.

◇권오철: 그렇군요. 세종 교육 현장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지켜보신 분으로서, 지금 세종 교육에서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유우석: 세종이 개청한 게 2012년이니까, 이제 12~13년 정도가 된 셈인데요. 제가 보기엔 가장 시급한 과제는 '학력', 다시 말해 실력을 높이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제가 말씀드리는 실력은 경쟁을 통해 일부만 살아남는 수월성 교육을 말하는 건 아닙니다. 교육은 우리 아이들 모두의 것이고,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협력의 과정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아이가 자기 재능을 펼치고, 자기 꿈을 실현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부모와 사회가 안심하고 믿을 수 있는 교육을 만드는 것. 그게 지금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봅니다.
 
◇권오철: 사실 세종의 학력 수준이 높은 것도 사실이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과제가 있다고 보시는 거군요. 
 
◆유우석: 네, 맞습니다. 세종의 교육 성과는 사실 눈부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동시에 불안감도 존재해요. 유치원과 초등은 세종이 참 좋은데, 중학교, 고등학교는 좀 불안하다, 이런 인식들이 있거든요. 이런 부분을 좀 더 체계적으로 안내하고, 교육의 경로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교육은 무엇보다 '신뢰'와 '협력'을 기반으로 해야 하거든요.
 
◇권오철: 소장님 이력을 보면 교사로 시작해서 해밀초등학교 교장까지 지내셨는데요. 사실 교장 선생님이라고 해서 연세가 좀 있으실 줄 알았는데, 굉장히 젊어 보이십니다. 혹시 최연소 교장이셨나요?
 
◆유우석: 제가 처음 교장이 됐을 때가 만으로 44살이었습니다. 다른 시·도와 교류를 해보니, 당시 공립학교 중에서는 가장 어린 편이었던 것 같습니다. 교장이 되는 경로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보통은 교감, 교장을 거치는 코스가 있고, 교육청 장학사를 거쳐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는 교사 경력 15년 이상이면 지원할 수 있는 '내부형 공모제'를 통해 교장이 됐습니다. 세종에서 처음 시행된 제도였고, 2020년 9월에 그 공모제를 통해 해밀초등학교 교장으로 발령을 받았습니다.
 
◇권오철: 44살에 교장이라면 상당히 이례적인데요. 본인만의 특별한 장점이 있었던 건가요?
 
◆유우석: 사실 저는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는 말이 딱 맞는 경우였던 것 같습니다. 교사로 있을 때부터 꼭 해보고 싶은 일이 있었거든요.
 
◇권오철: 어떤 일이었습니까?
 
◆유우석: 제가 교사 시절에 학부모회를 담당한 적이 있습니다. 그 안에 '아버지회'가 있었는데요. 아버지회 활동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게, 일주일에 한두 번씩 자녀와 함께 자전거 자율 방범대를 운영하던 모습이었습니다. '우리 마을은 우리가 지키자'는 취지였죠. 그 모습을 보면서, 학교와 마을이 이렇게 연결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학교와 마을 사이에 인생학교를 하나 만들어보자'는 구상을 하게 됐습니다. 아이도 참여하고, 어른도 함께 배우는 그런 학교 말이죠. 그런데 그걸 하려면 주변의 책임 있는 기관, 책임 있는 어른들의 협력이 꼭 필요하더라고요. 당시 소담초였는데, 소담초·소담유초중고·주민센터·아파트 입주자 대표들과 함께 협의 구조를 만들고 싶었지만, 그때는 제가 교사 신분이라 한계가 있었습니다.
 
◇권오철: 아, 그러셨군요. 아까 말씀하신 '인생학교', 이 개념을 조금 더 설명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유우석: 우리는 태어나서 어르신이 될 때까지 평생 배우잖아요. 학교 교육도 사실 한 사람의 인생 안에서 보면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과정입니다. 저는 이 흐름을 단절시키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봤습니다. 학교 교육이 울타리를 넘어야 하는데, "울타리를 넘어라"라고 말하는 것보다 실제로 경험하게 하는 게 훨씬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인생학교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의 돌봄·방과후·자율 동아리 활동, 그리고 주민자치 프로그램이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구조를 상상했습니다. 학교와 마을 사이에 있는 하나의 중간 지원 조직 같은 개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권오철: 그렇다면 지금 말씀하신 인생학교 구상은, 소장님이 생각하시는 교육의 본질, 그 가치와도 맞닿아 있는 건가요? 
 
◆유우석: 그렇죠. 제가 항상 이야기하는 게 바로 '모두의 교육', '함께하는 교육', '함께 성장하는 교육'입니다. 우리가 흔히 교육이라고 하면, "교육은 교육 전문가가 하는 거야" 이렇게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사실 누구나 가르치고, 또 누구나 배우는 시대가 됐습니다. 배움의 영역이 더 이상 학교 울타리 안에만 머물러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고요. 배움과 삶이 분리되지 않는 구조, 그걸 어떻게 확장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나온 나름의 대안이 바로 이런 구상이었습니다.
 
◇권오철: 우리는 지금 12년 동안 학교를 다니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앞으로 세종의 학교가 아이들의 목소리를 더 존중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그 변화가 어디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보십니까?
 
◆유우석: 우리가 민주주의 교육을 많이 이야기하잖아요. 그런데 사실 가장 본질적인 건, 민주주의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 안에서 '살아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기획해 보고, 운영도 해 보고, 협의도 해 보고, 그 결과에 책임도 져보는 경험. 이런 경험이 정말 중요한데, 우리는 이걸 교육이라는 이름으로만 전달하려고 하죠. 그래서 민주주의는 배우지만, 민주주의자로 살아보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된다고 생각합니다. 학교 문화 자체가 민주적일 때, 아이들도 민주적으로 성장할 수 있고, 그게 바로 민주시민 교육이라고 봅니다. 우리가 흔히 '사회적 합의'라는 말을 쓰잖아요. 어릴 때부터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고, 합의해 가는 경험을 충분히 했으면 좋겠습니다. 요즘 이야기되는 교사의 정치 기본권 문제도 저는 같은 맥락이라고 봅니다.
 
학교 안을 들여다보면,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의 역할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무언가를 함께 결정하고, 그 결정을 실제로 실행해 보는 경험은 굉장히 적어요. 결정 과정에서 제지당하거나, 참여하지 못하는 경험도 많고요. 이건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어른도, 교사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무엇인가를 시도했을 때, 그걸 존중해 주고, 가능하면 실행될 수 있도록 지지해 주는 경험이 정말 중요합니다. 이게 바로 학생 자치, 학부모 자치, 교사 자치의 영역인데요. 서로의 영역은 존중하되, 부딪히는 지점에서는 협의하고 조율하는 과정, 이런 경험 자체가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유우석 소장. 페이스북 캡처유우석 소장. 페이스북 캡처
◇권오철: 말씀을 듣다 보니 참 설레기도 합니다. 저희가 학교 다닐 때는 이런 민주주의적 교육 경험이 많지는 않았거든요. 일방적으로 가르치기보다는, 쌍방향 소통을 추구하는 교육에 대한 이야기로 들리는데요.
 
다만 현실적으로 입시 제도라는 벽을 무시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입시가 바뀌지 않으면 학교 변화가 무슨 소용이 있느냐, 이런 회의적인 시선도 있는데요. 이 부분은 어떻게 보십니까?
 
◆유우석: 우리 입시 제도는 사실 문제 없었던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항상 논란이 있었죠. 그런데 한편으로는, 입시 제도 자체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그 제도를 바라보는 우리의 인식 문제도 함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도가 먼저냐, 인식이 먼저냐를 따질 수는 있겠지만, 제도는 제도대로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고, 인식 또한 함께 바뀌어야 한다고 봅니다. 저는 학교가 혁신되면 입시 제도 역시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실제로 세종에서도 교육 혁신이 입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성과들이 있습니다. 특히 세종은 고등학교 교육과정 특성화, 캠퍼스형 공동교육과정, 고교학점제 등을 선도적으로 시행해 왔고, 그에 따른 실제 성과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시대에 맞는 변화를 현장에서 만들어 간다면, 제도 개혁 노력과 맞물려 충분히 함께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권오철: 말씀을 들어보면 학교 개혁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것 같습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신다면, 학교는 어떤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보십니까?
 
◆유우석: 기존의 학교 구조는 교육부에서 교육청, 그리고 학교로 내려오는 방식이었죠. 지금은 학교 자치, 교육 자치를 말하지만, 여전히 학교는 교육청과 교육부를 바라보고 있는 구조입니다. 학교의 자율성, 교사의 자율성을 이야기하지만 현실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중요한 시사점을 얻었습니다. 지침은 내려왔지만, 각 학교의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급식실 구조, 학생 수, 동선이 모두 다른데 똑같은 지침을 적용하기는 어렵잖아요. 지금은 학교의 실정에 맞는 교육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방식이 훨씬 더 필요한 시대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권오철: 학교의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말씀이군요. 소장님 말씀을 들어보면 '쌍방', '함께', '가치' 같은 키워드가 계속 등장합니다. '모두의 교육', '함께 성장'이라는 철학에 방점이 있는 것 같은데,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유우석: 교육에 대해서는 사실 모두가 관심을 갖고 있죠. 그런데 동시에 "그건 내 일은 아니야"라고 생각하는 분위기도 있습니다. 교육은 전문가가 하는 거다, 혹은 공급자와 수요자의 관계로만 보는 시선도 있고요.
 
◇권오철: 일종의 서비스 마인드군요.

◆유우석: 맞습니다. 서비스 관계처럼 보는 거죠. 그런데 문형배 전 재판관도 이런 말을 했습니다. "교육이 아니고서 우리 사회를 지속 가능하게 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느냐"고요. 저는 교육 문제를 학생, 학부모, 교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시민 모두의 문제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문제로 인식할 때, 그리고 시민이 참여할 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훨씬 더 많아집니다.
 
◇권오철: 좋습니다. 이제 해밀초 시절 이야기로 넘어가 보죠. 학교와 마을이 함께 움직이는 교육을 실천하셨는데, 어떤 방식으로 학교와 마을을 연결하셨는지 소개해 주시죠.
 
◆유우석: 방식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제가 정말 '목이 말랐다'는 겁니다. 연결하고 싶었고, 그 마음이 컸습니다.
 
◇권오철: 왜 그렇게 목이 마르셨습니까?
 
◆유우석: 코로나 시기를 지나면서, 학교는 더 이상 닫힌 공간이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열린 학교가 되어야 아이들의 배움과 삶이 연결될 수 있고, 말로만이 아니라 실제로 그렇게 살아가야 한다고 봤습니다. 그래서 해밀초등학교 교장으로 부임한 뒤, 가장 먼저 한 일이 주변의 유·초·중·고 학교를 연결하고, 아파트 입주자 대표, 동장님, 주민자치회장님을 직접 찾아가는 일이었습니다. "적어도 해밀동만큼은 유·초·중·고 교육을 함께 잘해보자." 이렇게 제안하면서 협의체를 만들었고요. 출발이 너무 무거우면 안 되니까, "학교와 마을이 함께하는 축제부터 한번 만들어보자." 그게 첫 제안이었습니다.
 
◇권오철: 학생들 반응은 어땠습니까?
 
◆유우석: 처음에는 사실 여러 가지 문제가 얽혀 있었죠. 생각해 보면 다들 "좋다"라고는 하는데, 그걸 실제로 어떻게 해나갈 것이냐는 또 다른 문제였거든요. 게다가 제가 2020년 9월에 개교한 학교로 갔는데, 그때가 코로나 한복판이었습니다. 상황 자체가 굉장히 어려웠죠. 그래서 처음에는 협의회를 먼저 만들고, "언젠가는 같이 축제를 해보자" 이렇게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각 기관에서 한두 분씩 나와 TF를 꾸리고 준비를 했지만, 2021년 첫 축제는 학교와 마을이 함께하는 형태로는 못 했어요. 왜냐하면 같이 하게 되면 2~3천 명이 모이게 되는데, 코로나 시기에는 천 명 이상 모이는 게 불가능했거든요. 운동장에서도 제한이 있었고요.
그렇게 1회는 협의 중심으로 진행했고, 2회부터는 본격적으로 학교와 마을이 함께하는 축제를 만들었습니다. 
 
제가 최근에도 그 축제에 다녀왔거든요. 유명인을 초청하지 않았습니다. 학생들은 방과후나 돌봄, 수업 시간에 했던 활동들을 직접 보여주고, 주민들은 주민자치 포럼을 운영합니다. 학교 운동장이 마을 한가운데 있는데, 그 공간에서 축제가 열리니까 제가 보기엔 수천 명의 사람들이 모였더라고요. 지금은 그 지역을 대표하는 축제가 됐고, 구성원들이 가장 큰 자부심을 느끼는 행사로 자리 잡았습니다.
 
◇권오철: 말씀만 들어도 참 좋네요. 교장 선생님 입장에서는 굉장히 뿌듯하셨을 것 같은데요. 그런데 이걸 함께 실행하고, 실제로 아이들을 책임지는 선생님들 입장은 어떠셨습니까?
 
◆유우석: 선생님들 입장에서 가장 컸던 건 걱정과 불안이었습니다.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도 있었고, 혹시 민원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죠. 그런데 이 과정을 거치면서 제가 중요하게 깨달은 게 하나 있습니다. 바로 '집단의 성공 경험'이 정말 중요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우리는 보통 닫혀 있으면 더 안전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담을 낮추고 서로를 볼 수 있을 때 오히려 더 안전해지는 경우가 많거든요.
 
◇권오철: 보는 눈이 많아지니까요.
 
◆유우석: 맞습니다. 처음에는 불안하지만, 경험을 해보면 "오히려 더 안전하네"라는 걸 느끼게 됩니다. 지금은 해밀초등학교 안에서 학교와 마을이 함께하는 교육에 대한 인식이 선생님들 사이에서도 충분히 공유돼 있습니다. 
 
◇권오철: 그렇다면 이런 모델이 세종 전역으로 확산될 움직임은 없었습니까?
 
◆유우석: 실제로 무지개 축제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주민자치회 활동에 참여하고 총회에서 의견을 말하는 경험들도 생겼습니다. 이런 시도들은 꽤 많이 퍼졌어요. 다만 저는 이걸 "전역으로 어떻게 확산시킬까"라는 고민보다는, 이 모델이 가진 교육적 안정성, 그리고 신뢰와 협력이 먼저라고 생각했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건, "우리 학교가 좋다"는 소문은 선생님들이 내는 게 아니라 아이들과 학부모가 낸다는 점입니다. 그 자부심이 만들어지면, 확대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생각합니다.
 
◇권오철: 지켜보고 싶어집니다. 다만 학교가 감당해야 할 '교육의 본질'이라는 역할도 있지 않습니까. 일각에서는 마을까지 끌어안는 게 교육의 본질을 흐리는 것 아니냐, 이런 비판도 나올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이 부분은 어떻게 보십니까?
 
◆유우석: 교육의 본질은 결국 아이들이 배우고, 살아가는 과정 자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항도 있었고, 민원도 있었습니다. 이건 학교 안에서도 있었고, 마을에서도 있었습니다. 학교에서는 안전사고나 책임에 대한 불안이 있었고, 마을에서는 "학교 안에 공간도 있고 시설도 있는데 왜 굳이 밖으로 나가려고 하느냐"는 의견도 있었죠. 그런데 1년, 2년 경험하고 나니까 아이들이 학교 밖으로 나갔을 때 마을은 훨씬 더 생동감 있어졌고, 마을이 학교로 들어오면서 어른들, 할머니·할아버지들이 학교 교육과정이나 운영에도 자연스럽게 참여하게 됐습니다. 학교에서는 선생님이던 분들이 마을에서는 이웃이 되고, 서로 오가며 인사도 나누게 되는 거죠.
 
한 번은 중학생 한 명이 전학을 왔는데요. 자기가 살던 동네에서는 길 가다가 어른이 안부를 물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대요. 그런데 여기서는 지나가던 어른이 먼저 말을 걸어줬다는 겁니다. 제가 축제 기간에 그 이야기를 들었는데, 정말 감동적이었죠.
 
◇권오철: 그 장면이 눈에 그려집니다. 다만 현실적인 문제도 짚지 않을 수 없는데요. 학습 격차, 기초학력 미달, 느린 학습자나 특수교육, 다문화 문제까지 굉장히 시급한 과제들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해법을 가지고 계신가요?
 
◆유우석: 학교와 마을이 함께한다는 건 "이게 제일 중요하다"는 선언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플랫폼이 커진다'는 의미입니다. 기초학력, 느린 학습자, 특수교육, 다문화 문제는 제가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학교에 가보면,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 많고, 이 문제들은 사실 서로 연결돼 있습니다. 이 아이들을 제대로 지원했을 때, 학교 안에서 발생하던 갈등이나 학교 폭력 같은 문제들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걸 경험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진단입니다. 진단을 바탕으로 학교, 가정, 전문가가 함께 아이를 지원하고, 그 결과를 다시 함께 점검하고 피드백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 과정이 학교 안과 마을 안에서 함께 이루어지면, 지원하는 어른들의 수도 늘어나고,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도 훨씬 촘촘해집니다. 여러 어른이 한 아이를 함께 바라볼 때, 지원 방식도 훨씬 다양해질 수 있습니다. 이건 정말 중요합니다. 
 
◇권오철: 마지막으로 시대 변화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는데요. AI, 디지털 전환, 고교학점제 같은 변화 속에서 세종 교육은 어떤 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보십니까?
 
◆유우석: 앞으로 변화의 속도가 더 빨라질 거라는 건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처음 질문에서 제가 가장 시급한 과제로 '학력'을 말씀드렸던 겁니다. 다만 이 학력은 누군가를 이기기 위한 학력이 아니라, 함께 성장하는 과정 속에서 만들어지는 힘입니다. 그런 경험이 있을 때, AI나 디지털 기술은 아이들의 재능을 펼치는 아주 효과적인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세종 교육이 이 변화 속에서 균형을 잘 잡는 건 정말 중요합니다. 
 
타 시·도의 교사나 교육 관계자들을 만나보면, 늘 세종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행정수도로서의 위상, 작은 도시지만 광역시로서의 역할, 이런 특수성이 있기 때문이죠. "세종이 모델을 잘 만들어주면 우리도 따라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그래서 혁신의 속도와 깊이를 함께 가져가되, 그 중심을 세종이 잘 잡아야 하고, 그 중심을 잡는 주체는 교육 관계자뿐 아니라 시민 모두라고 생각합니다.
 
◇권오철: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그런지, 요즘 보면 내년 지방선거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소장님 이름이 좀 거론되는 것 같더라고요. 혹시 그런 이유가 따로 있을까요?
 
◆유우석: 그런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저 스스로도 그런 고민을 전혀 안 해본 건 아닙니다. 아마 제 생각에는, 제가 늘 이야기해 온 '좋은 학교'라는 게 결국 아이들이 좋아하는 학교더라고요. 아이들이 학교를 좋아하면 부모님들도 자연스럽게 만족하시게 되고, 그 과정에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교육, 그리고 교육에 대한 제 생각들이 조금씩 전해진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권오철: 그래서 자연스럽게 그런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이해하면 되겠네요. 알겠습니다. 시간이 참 빨리 가네요. 이제 마무리할 시간이 된 것 같은데요. 이 방송을 듣고 계신 청취자분들게 꼭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유우석: 제가 현장에서 교장으로 있을 때를 돌아보면, 학교에만 아이들이 1,200명 넘게 있었고요. 보호자와 주민까지 포함하면 약 1만 명 정도가 하나의 교육 공동체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그 안에서 사람들이 우리 교육 공동체에 대해 굉장한 자부심을 갖고 있었어요. 우리가 흔히 "문제의 답은 현장에 있다"라고 말하잖아요. 저는 그 말이 정말 맞다고 생각합니다. 현장에 답이 있고, 그 답을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함께 찾아갈 때, 비로소 자부심이 생긴다고 봅니다. 그래서 청취자 여러분께도 교육에 대한 관심을 단순히 수요자나 요구하는 입장이 아니라, 직접 참여하는 사람으로 가져주셨으면 합니다. 저는 민원조차도 참여의 한 형태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렇게 참여할 때, 우리 교육은 살아 있는 교육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권오철: 네, 오늘 말씀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유우석: 네, 고맙습니다.
 
◇권오철: 지금까지 세종마을교육연구소 유우석 소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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