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장중 4천 선 아래로 내려간 1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 등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최근 인공지능(AI) 버블론이 코스피 상승에 제동을 걸고 있다. AI 버블 가능성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가운데 내년 1월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6'과 빅테크의 실적 발표가 분수령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코스피와 나스닥은 모두 고점 대비 4% 수준의 조정을 받고 있다.
핵심 원인은 AI 버블론이 꼽힌다.
AI 버블론의 한 요소인 유동성 고갈 우려는 미국이 지난 11일(현지시간) 기준금리 인하와 함께 내년 4월까지 매달 400억달러 규모의 단기국채 매입(RMP)에 나서면서 일단락된 분위기다.
하지만 과잉투자와 부채확대, 수익성 등이 여전히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최근 실적 발표에서 시장의 우려를 해소하지 못한 오라클과 브로드컴이 하락세를 주도하고 있다.
오라클 등 미국 빅테크 4개 회사가 최근 2개월 동안 880억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는 등 올해 미국 테크 기업의 회사채가 전년보다 80% 이상 늘었다.
이에 반해 투자대비수익률(ROI)은 저조한 상황이다. 지난 8월 메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은 AI에 투자한 기업 95%가 ROI를 내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여기에 '순환출자 구조'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대표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MS)가 138억달러를 투자한 오픈AI는 MS 클라우드 서비스와 2500억달러 규모의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구글과 아마존이 투자한 앤트로픽 역시 구글과 아마존의 클라우드 사용 계약을 체결했다.
즉 빅테크의 투자가 다시 매출로 잡히는 현상이다. 국제금융센터 김권식 조기경보부장은 "단순한 부채보다 훨씬 복잡하고 은폐된 레버리지 구조"라며 "빅테크의 자금력만으로 빅테크 기업의 매출이 확대하는 것처럼 보이는 가짜 성장을 창출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반론도 존재한다.
주요 기업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25%로 닷컴 버블 당시 20%보다 높아 수익 기반을 확보했고, 잉여현금흐름(FCF)도 충분해 재무 건전성이 양호하다는 평가다.
미국은 AI 산업 성장을 기반으로 경제성장률을 상향 조정했다. 연방준비제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지난 11일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공개한 정책결정문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을 1.7%로 지난 9월보다 0.1%p 올렸다. 내년 경제성장률은 기존 1.8%에서 2.3%로 0.5%p 상향했다.
하나증권 김두언 연구원은 "AI 투자가 제조업 생산성을 증가시켜 소비 증대와 함께 미국 경제를 이끈다는 가정"이라며 "AI 투자가 미국 경제 성장의 동인이라면, 올해 하반기 한국 증시를 이끈 반도체 업종의 내년도 기대를 가질 만하다"고 평가했다.
LG AI연구원장 출신인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지난 15일 기자간담회에서 "AI 거품은 절대 오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이 같은 AI 버블론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내년 1월 CES 2026과 빅테크 실적 발표가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NH투자증권 임지용 연구원은 "CES 2026 엔비디아 젠슨 황 CEO 기조연설에서 물리적 병목(전력·데이터센터 등 지연)에 대한 기술적 해법이 부각된다면 우려가 완화할 것"이라며 "1월 말 빅테크 실적 발표에서 시설투자(CAPAX) 증가 기조가 유지되는 점을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연구원은 이어 "이외에도 데이터센터 완공이 지연된다는 루머를 잠재울 물리적 증거가 필요하고, AI 수익화에 대한 확신이 들 수 있는 증거들이 많아지면 아무리 시설투자가 비싸도 시장은 이를 용인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