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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조 투입해 반도체 세계 2강 도약"…용두사미 안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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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칩 기술 경쟁력 확보·생산 시설 대규모 확충 계획 발표
AI 특화 반도체 개발에 1.3조 원 투입
시스템반도체 생태계 강화에도 '무게'…메모리 중심 산업구조 다변화 시도
민간 주도로 700조 원 쏟아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 지속
AI 경쟁력 강화에 힘 싣고 지원책 구체화 됐지만
"용두사미 안 되려면 선택과 집중 필요…순위 정해 정부 지원 이뤄져야" 조언도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AI 시대의 K-반도체 비전과 육성전략 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AI 시대의 K-반도체 비전과 육성전략 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AI(인공지능) 확산에 따른 국가적 반도체 경쟁 속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자금이 투입되는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과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 강화 구상을 망라한 반도체 산업 전략을 내놨다.
 
지난 정부에서 추진돼 온 반도체 육성 전략 대비 AI 반도체 개발과 기술 주도권 확보에 초점을 맞춰 정책이 보다 세밀하게 다듬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수백조 원의 민·관 자금 투입 계획이 포함된 이번 전략이 '용두사미'가 되지 않으려면 육성 분야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며,  관련 인프라 구축을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보다 강화돼야 한다는 의견도 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AI칩 개발력 키우고, 대량 생산 구조 갖춘다'…수백조 규모 반도체 전략 발표

산업통상부는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AI 시대, K-반도체 비전과 육성전략 보고회'에서 한국 반도체 산업의 중장기 청사진인 'AI 시대, 반도체산업 육성전략'을 발표했다.(관련기사: "팹리스 10배 확장·700조 클러스터 확충"…李정부 반도체 2강 전략 발표)
 
AI 기술 대중화로 지난해 2146억 달러(약 315조 5700억 원) 규모였던 AI 시장이 2030년 1조 3391억 달러(약 1969조 1465억 원)로 6배 이상 성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시장 주도권을 쥐려면 AI의 구동축인 뛰어난 반도체를 더 많이 확보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국가 전략 발표다.
 
정부는 우선 뛰어난 반도체, 즉 두뇌 역할을 하는 AI 특화반도체 기술 확보를 위해 2030년까지 1조 2676억 원의 연구개발(R&D)비를 투입하기로 했다. 기존 엔비디아 GPU(그래픽처리장치) 위주였던 AI칩 시장이 저전력 소비‧경량화 장점을 갖춘 빅테크 기업들의 자체 AI칩인 NPU(신경망처리장치)로 다각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이 고도화시켜 이목을 끌고 있는 TPU(텐서처리장치)가 대표적인 예다.
 
뿐만 아니라 AI칩의 핵심 부품으로서 한국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와 관련해서도 정부는 차세대 제품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2032년까지 2159억 원을 투입한다.
 
이런 우수 반도체를 더 많이 생산하기 위한 '초대형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 작업 관련 정부 지원책도 이번 발표 전략에 담겼다. 민간 주도로 경기권에 총 622조 원을 투입해 반도체 연구‧생산 팹(공장) 총 16기를 신설한다는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 계획은 지난 정부 때부터 추진돼 왔는데, 이번에 2047년까지 '700조 원 이상'으로 투자 규모가 늘었다.
 
특히 정부는 클러스터 구축을 위해 "전력과 용수 등 핵심 인프라는 국가가 책임지고 구축하고, 국비 등 공공부문의 지원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더해 광주(첨단 패키징), 부산(전력 반도체), 구미(소재‧부품)를 잇는 남부권 반도체 혁신벨트를 구축해 반도체 신(新) 생산 거점을 조성하겠다는 계획도 이번에 처음으로 발표됐다.
 
메모리 반도체에 편중된 한국의 반도체 산업구조를 다변화, 고도화 위한 차원에서 AI칩과 같은 시스템반도체를 만들어내기 위한 생태계 강화책도 이번 전략 발표 내용으로 비중있게 담겼다.
 
반도체를 직접 생산하지 않고, '설계'에 집중하는 팹리스를 육성하기 위해 공공펀드를 만들고, 이들이 설계한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기 위한 4조 5천억 원 규모의 국가 1호 '상생 파운드리'를 설립한다는 게 골자다. 세계 반도체 시장의 60% 이상의 비중을 시스템반도체가 차지하고 있지만, 이를 설계하는 국내 팹리스의 글로벌 점유율은 1% 수준이기에 경쟁력 확보가 시급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런 팹리스 육성을 위해 삼성전자가 기술 협력에 나서는 한편, 정부는 상생 파운드리에서 생산된 시스템반도체를 공공기관 우선 구매제도로 뒷받침하기로 했다. 이 밖에 반도체 대학원대학 설립, 글로벌 반도체 설계 선두기업 Arm이 교육을 담당하는 'Arm 스쿨 유치' 등 전문 인력 양성 계획도 제시됐다.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의 연구거점이 될 트리니티 팹의 2027년 신속 구축 계획도 발표에 담겼다.
 
발표를 맡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우리가 잘하는 반도체 제조 분야는 기업의 투자를 전방위 지원해 세계 1위 초격차를 유지하고, 경쟁력이 부족한 시스템반도체, 특히 팹리스 분야는 파운드리-수요기업 등 온 생태계를 동원해 10배로 키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AI칩 기술 경쟁력 확보에 힘 실어…"현실화 위해 정부 파격적 추가 지원 필요" 목소리도

 연합뉴스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반도체 육성 종합 전략과 관련해 과거 정부에 비해 'AI' 반도체 경쟁력 확보에 더욱 힘이 실렸고, 구조적 약점 보완을 위한 팹리스 육성 구상도 단순 자금 지원을 넘어 생산 시설 구축 등으로 구체화 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산업 강화를 위해 필요한 내용들이 다수 담겼다고 본다. 특히 AI칩, 즉 NPU 개발은 한국 반도체 업계의 최대 숙제인데 지원책이 담겼다는 점이 눈에 띈다"며 "이와 더불어 세계 최대, 최고의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구상을 결합하면 결국 고도의 제품을 개발해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 전무는 이 같은 국가적 구상이 일회성 발표에 그치지 않으려면 정치 상황에 흔들리지 않는 지속적인 관리와 모니터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대통령 소속 반도체특별위원회(반도체특위)를 신설하겠다는 내용이 전략 발표에 포함된 점도 의미있다고 평가했다. 반도체특위는 국가 반도체 정책의 최상위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는 기구로, 전문성을 갖춘 이들로 구성하겠다고 정부는 밝혔다.
 
'반도체 세계 2강 도약'이라는 야심찬 이번 계획이 탄력을 받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 그리고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유재희 홍익대학교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통화에서 "미국과 중국, 일본과의 경쟁 측면에서 메모리, 파운드리 등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부분의 전략을 보다 구체화하고 집중한 뒤 인프라를 확충하는 게 필요하다"며 "글로벌 생태계의 한 부분을 확보해 확실히 편입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이어 "기업은 이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정부에 제시하고, 정부는 이를 전폭적으로 수용해야 정책 실현이 어려웠던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는 우선 순위를 정해 경쟁 우위 확보에 필요한 분야에 집중해서 지원하는 것이 실효적이다"라고 밝혔다. 기술 개발 측면에서는 "온디바이스(제품 탑재) 추론용 AI칩까지 나아갈 필요가 있다는 데에는 공감한다"고 덧붙였다.
 
업계의 또 다른 전문가는 "현재 우리의 생명선은 (메모리 반도체) 첨단 공정 양산 경쟁력"이라며 "이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강력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만 해도 팹 건설 비용의 상당 정도를 정부가 직접 보조금으로 주고, 시설 투자의 일정 부분에 대해서도 세액공제 혜택을 주고 있다. 전력과 용수 등도 지역 정부에서 적극 보조해주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 전문가는 "한국과 대만 반도체의 강점은 단가 경쟁력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런 주요국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그 경쟁력이 역전될 가능성까지 있다. 그렇기에 제조 비용을 낮추기 위한 정부의 지원 고민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팹리스 육성 전략과 관련해선 "취지는 좋지만 업계에 영세 사업자가 많은 만큼, 실효성 있게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지 철저한 모니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이 이미 주도권을 쥐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생산 능력을 끌어올리는 데 보다 집중해 시설 구축 등에 파격적 세제 혜택 등을 부여하는 게 강력하고 현실적인 산업 강화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반도체 특별법)에 '주 52시간 근로시간 예외 적용'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은 아쉽다는 의견도 산업계 일각에서 나온다. 이상일 경기 용인시장도 입장문을 통해 "국가의 미래 경쟁력과 직결된 반도체 산업을 발전시키기에는 여전히 미흡한 법안"이라며 "반도체 관련 기업들이 수년간 절박하게 요구해 온 핵심 사안인 연구·개발 분야에 대한 '주52시간제 예외'를 외면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주장했다.

다만 정부는 남부권 반도체 혁신벨트 구축 구상과 함께 "지방(비수도권) 반도체 클러스터 내 연구인력을 대상으로 유연한 노동 시간을 활성화한다"는 방침은 밝혔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보고회에서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시설 투자를 위한 규제 완화 요청을 받고 "일리가 있다"고 말해 업계 시선이 쏠렸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이 자리에서 "초대형 투자를 한 개 기업이 단독으로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투자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한 데 대한 답변이다.

이 대통령은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인 만큼 이미 제도적으로 준비 중"이라며 "금산분리라는 걸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실질적 대책을 마련 중이다. 거의 다 된 것 같다"고 부연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SK하이닉스 같은 지주사 손자회사가 국내 자회사(증손회사)를 두려면 지분을 100% 보유하도록 한 규정을 첨단 산업에 한정해 50% 이상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첨단 산업을 영위하는 기업의 지주회사가 금융리스업을 하는 회사를 보유할 수 있도록 해 설비, 시설을 빌려서 사용할 수 있는 길을 제한적으로 열어주는 방안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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