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소프트웨어(SW) 사업 입찰에서 유찰을 막기 위해 사전에 낙찰 예정자와 '들러리' 업체를 정해 입찰에 참여한 4개사가 적발됐다. 이들은 경쟁 없이 입찰을 따내며 평균 98%가 넘는 높은 낙찰률을 기록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조달청 및 광주테크노파크 등이 발주한 SW 테스팅 시스템 구매 입찰에서 담합한 슈어소프트테크, 쿨스, 티벨, 쿤텍 등 4개사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1억 6100만 원을 잠정 부과한다고 10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업체는 2020년 12월부터 2023년 7월까지 약 2년 반 동안 총 11건의 입찰에서 담합을 실행했다. 전체 계약 규모는 약 45억 원에 달한다.
담합을 주도한 것은 슈어소프트테크였다. 선박이나 로봇 등에 탑재되는 임베디드 시스템의 결함을 탐지하는 SW 테스팅 시스템 분야에서 기술력을 보유한 이 회사는 단독 입찰로 인해 유찰이 반복될 것을 우려했다. 이에 평소 협력 관계에 있던 쿨스, 티벨, 쿤텍 등 3개사에 들러리로 참여해 줄 것을 요청했다.
들러리로 가담한 업체들은 슈어소프트테크의 검증 서비스 외주를 맡거나 보안 솔루션을 납품하는 협력사들이었다. 이들은 거래 관계 등을 고려해 슈어소프트테크의 요청을 수락하고 형식적으로 입찰에 참여하기로 합의했다.
슈어소프트테크는 들러리 업체들에게 투찰 가격이나 제안서 등 입찰에 필요한 핵심 자료를 직접 제공했다. 협력사들은 이를 그대로 이용해 입찰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합의 내용을 실행했다.
그 결과 슈어소프트테크는 인공지능산업융합사업단, 한국로봇산업진흥원 등 6개 수요기관이 발주한 11건의 입찰을 모두 따냈다. 사실상 경쟁이 실종되면서 11건의 평균 낙찰률은 예정 가격 대비 98%를 상회하는 높은 수준으로 결정됐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에 대해 공공 예산이 투입되는 R&D(연구개발) 분야에서 기술 우위를 가진 사업자가 유찰 방지를 명목으로 가격 경쟁을 무력화한 행위를 제재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기술력을 지닌 우월적 사업자가 유찰 방지 명목으로 낙찰가격 상승을 시도하는 행위를 적발해 제재한 것"이라며 "향후 해당 시장에서의 담합 관행을 개선하고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