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들이 1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로 영정 사진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오는 4~5일 제주항공 여객기 착륙 참사 사고조사 관련 공청회를 예정했다가, 유족 반발 등에 따라 연기 결정한 데 대해 조종사 단체가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는 3일 입장문을 내고 "이번 조치는 유가족 의견을 충분히 고려하고, 보다 안전하고 신중한 조사 절차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협회는 "항공 사고 조사는 그 과정 하나하나가 향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중요한 토대가 되기 때문에, 협회는 위원회가 객관성과 독립성을 유지하며 절차를 진행하고자 한 판단을 진심으로 지지한다"고 했다.
이어 "향후 FDR(비행기록장치) 및 CVR(조종실음성기록장치)과 같이 민감한 정보의 공개 여부에 대해서는, 조사 목적과 유가족의 마음을 충분히 헤아리며 보다 신중하고 세심하게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참사 유가족협의회는 지난 1일부터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국토교통부에서 독립될 때까지 공청회와 중간발표를 잠정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유가족협의회는 "공청회 개최시 방청인에게 의견을 제시할 기회를 보장해야 하는 의무가 행정절차법에 규정돼 있음에도, 항철위가 이번 공청회에서 '유가족 발언 금지'를 통보한 것은 명백한 위법 사항"이라고 했다.
또한 오는 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교통법안소위에서 항철위를 국토부에서 분리해 국무총리실로 이관토록 하는 '항공철도사고조사에관한법률' 개정안이 의결될 가능성이 높은 점, 지난 10월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요구가 보고돼 여야 합의로 근시일내 개최될 예정인 점도 공청회를 연기해야 할 이유로 들었다.
아울러 유가족협의회는 "국토부는 이 참사의 가장 큰 책임자일 가능성이 높아 국토부 소속 항철위 조사 불신은 당연하다"고 "참사의 원인이자 정부 책임 소지가 있는 로컬라이저 둔덕 관련 책임을 부정"해 신뢰할 수 없다고 했다.
국토부 항철위는 국토부 소속으로 항공정책실장과 철도국장이 사고조사를 사실상 책임지는 2인의 상임위원을 맡고 있으며, 항철위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 전원은 비상임 민간위원으로 구성되는데, 항철위 조사관도 국토부장관이 임명하는 전문임기제 공무원들로 독립적 임무 수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유가족협의회 주장이다.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홈페이지 캡처조종사협회 역시 지난달 26일 입장문을 내고 아직 '사실조사보고서'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세부 내용이 부분적으로 공개되면 사고의 전체 맥락이 충분히 설명되기도 전에 개별 조종사나 특정인에 대한 비난 여론이 부각돼 자칫 '여론재판'이 될 수 있다는 취지로 공청회 개최를 반대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국토부는 지난 1일 오후 보도자료를 내고 "김윤덕 장관이 항철위의 공청회 추진과 관련해 유가족의 불신이 심화되는 상황에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며 "국토부 12·29여객기참사 피해자지원단은 '항철위가 독립해 투명하고 공정한 조사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때까지 공청회, 중간보고 등 조사활동의 중단을 요구'한다는 유가족 의견을 항철위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어 국토부는 전날(2일) "유가족 분들과 국회 12.29 여객기 참사 특별위원회에서 공식적으로 연기 요청이 있었고, 현장에서 제기된 안전 우려도 함께 고려해 (공청회 일정을) 조정하기로 당일 개최된 항공분과위원회 심의·의결을 통해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결국 제주항공 참사 원인은 관련 법 개정안이 통과돼 항철위가 국토부에서 정식으로 분리되고, 국회 국정조사가 개시된 뒤 정확히 규명될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 여객기 2216편 착륙 참사는 지난해 12월 29일 오전 9시 3분 전남 무안공항에서 발생했다. 이 사고로 탑승객 181명(승객 175명, 승무원 6명) 중 179명이 사망하고 승무원 2명이 부상한 채 구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