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국내 상장사들이 자사주를 살 때는 대부분 '주주가치 향상'을 내세우면서도, 정작 매각 단계에서는 상당수가 임직원 보상 수단으로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매입한 자사주를 소각까지 이어간 기업은 10곳 중 4곳이 채 되지 않았다.
2일 리더스인덱스가 상장사 2658곳의 최근 5년간 자사주 취득·처분 내역을 분석한 결과, 자사주를 매입한 기업 비중은 매년 19~24% 수준을 오갔다. 지난해에는 전체 2591개사 중 641개 기업이 자사주를 사들여 24.7%로 최고치를 기록했고, 올해도 11월 12일 기준 508개사(19.1%)가 매입에 나섰다.
자사주 매입을 공시할 때 내세운 명분은 대부분 '주주가치 제고'였다. 최근 5년간 제출된 자사주 취득 계획 2067건 가운데 1936건(93.7%)이 이 목적을 적시했다. 반면 '임직원 성과보상'이라고 밝힌 경우는 61건(3.0%)에 그쳤고, 두 목적을 함께 적은 공시는 51건(2.5%)이었다. 주식교환을 매입 사유로 든 사례는 단 한 건뿐이었다.
하지만 매각 단계에서는 상황이 뒤집혔다. 처분 공시 1666건 가운데 임직원 보상 목적이 1066건으로 64%를 차지했다. 이 밖에 △자금 확보(11.3%) △교환사채 발행(10.3%) △주식교환(4.9%) 등이 뒤를 이었다.
이에 대해 리더스인덱스는 "주주가치 제고보다 회사의 재무적 필요나 우호 지분 확보를 통한 경영권 보호 성격이 강한 방식"이라며 "일부 기업에서 자사주가 당초 목적과 달리 인수·합병(M&A) 자금, 내부 보상, 우호 지분 확보 등 경영권과 재무 목적에 치우쳐 사용돼 왔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한진칼은 2022년 9월 '주주가치 제고'를 명분으로 자사주 신탁계약을 통해 43만9989주를 매입했으나, 올해 8월 전량을 임직원 보상 목적으로 처분했다. 드림씨아이에스 역시 2021년 11월 주주가치를 위해 자사주 20만주 매입을 결정했지만, 이후 타법인 투자대금·임직원 보상·투자재원 마련 등으로 모두 소진했다.
자사주 소각 비율도 높지 않았다. 최근 5년간 자사주를 매입한 880개사 가운데 한 차례라도 소각을 실시한 기업은 315곳(35.8%)에 그쳤다. 총 취득량은 17억 673만여주였지만 실제 소각된 물량은 이 중 54.6%(9억 3263만여주)이었다. 게다가 소각 참여 기업 315곳 가운데 상위 15개 기업이 전체 소각량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편중이 심했다.
리더스인덱스는 "올해 국회 본회의 통과가 예상되는 상법 3차 개정안은 이런 자사주 관행을 정면 겨냥하고 있다"며 "개정안이 시행되면 경영권 유지 수단으로 자사주를 활용해 온 자사주 물량을 정리해야 할 기업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