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민 기자쿠팡에서 3370만 이용자들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면서 집단소송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쿠팡의 대규모 고객정보 유출 사태가 공개된 지 이틀이 지난 1일, 박가영(25)씨는 "일 때문에 아침에 필요한 소품을 급하게 사야 할 때 이용했었는데 앞으로 어쩌나 싶다"며 "쿠팡에 견주는 빠른 배송 플랫폼이 없으니 앞으로는 오프라인으로 물건을 살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각종 SNS와 커뮤니티에서도 쿠팡의 안일한 대처에 분노하는 글이 쏟아졌다.
SNS X(옛 트위터) 이용자 A씨는 "쿠팡에서 개인정보가 노출됐다고 연락이 왔는데 보상안은 없는 건가? '발생했다' 띡 통보만 하면 끝인 건가? 11월 18일에 유출 사고를 인지했다면서 이제야 통보한 것도 웃긴데"라고 적었다. 해당 게시글은 2331번 공유됐다.
개인정보 유출 관련 문자 발송한 쿠팡. 연합뉴스일각에서는 집단소송도 준비하려는 모양새다.
네이버 카페 '쿠팡해킹피해자 집단소송' 운영진은 "내 집 주소와 전화번호가 범죄자들의 손에 넘어갔는데 무엇이 안전하다는 말이냐"면서 "(이 카페는) 거대 기업 쿠팡에 맞서 실질적인 법적 대응과 정당한 배상을 요구하기 위한 행동하는 베이스캠프"라는 게시글을 올렸다. 해당 게시글에는 340명이 넘게 소송 참여 의사를 밝힌 상태다.
'쿠팡 정보유출 피해자 모임'이라는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는 114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였다. 방장은 "쿠팡의 책임 있는 보상과 재발 방지를 위해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라며 참여자를 파악하고 있다고 안내했고, 이에 350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여 의사가 있다는 댓글을 달았다.
과거에도 '쿠팡 사태'와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2016년 1030만 명의 개인정보를 유출했던 인터파크는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약 45억 원의 과징금과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법원도 인터파크 회원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인터파크의 개인정보 보호조치가 미흡했다고 판단하며 1인당 10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당시에도 사고 후 두 달이 지나서야 유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는 점에서 이번 쿠팡 사태와 비슷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시점은 지난 6월로 추정되지만, 쿠팡이 관계 기관에 신고한 시점은 5개월이 지난 뒤여서 늑장 대응이라는 논란이 커지고 있다.
임민주(27)씨는 "쿠팡이 지난달 18일에 유출을 인지했는데 뒤늦게 알리고, 자세한 해결책이나 보상안 없이 말 그대로 통지만 하는 태도가 어이없었다"며 "쿠팡 같은 대형 플랫폼의 보안 시스템이 이렇게 허술했다는 것과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태도에 화가 난다"고 말했다.
하지만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도 쿠팡의 서비스 이용을 당장 중단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이들도 있다. 임씨는 "준공공 기관에서 일하다 보니 예산을 10원 단위까지 정확하게 맞춰 써야 하는데, 쿠팡은 원하는 금액의 상품을 찾기 편해서 우선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소상공인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서울시 양천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현호(38)씨는 "일반 물건은 배송을 조금 늦게 받아도 상관없지만, 과일은 다음 날 아침 급하게 바로 받아야 되는 경우가 있다"며 "생과일을 쓰는 이상 계속 쿠팡을 이용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아이를 키우는 가정에서도 당장 쿠팡을 대체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주부 장진아(32)씨는 "갑자기 기저귀가 당장 떨어지거나 여행을 가야 하는데 일회용 젖병이 없으면 저녁에 시켜서 다음 날 아침에 받아야 한다"며 "당일 배송 때문에라도 쿠팡을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번 쿠팡 사태로 소비자 불안이 커지자 다른 이커머스 업체들도 비상 점검에 돌입했다. G마켓은 주말 동안 긴급 보안 점검을 실시하고 후속 조치 방안에 대해서 논의 중이며, SSG닷컴은 지난해부터 내부 통제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