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종호> 자 다음 얘기 알아볼까요?
◇ 최서윤> 네.
K배터리 국내에서 몸집 키운다.
◆ 홍종호> 2차전지 이야기죠. 한창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북미 시장 진출을 노린다는 얘기를 우리 방송에서 다뤘었는데요. 이번에는 국내 시장이 가능성 있다는 얘기인가요?
◇ 최서윤> 그렇습니다.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는 거예요. 소위 국내 배터리 3사라고 하면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그다음에 SK온이죠. 이 세 기업 모두 최근에 국내 투자를 늘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기본적으로 세 기업 모두 해외 투자 비율이 높습니다. 작년 기준으로 세 기업의 배터리 해외 생산 비중이 평균 90%를 넘길 정도였다고 해요. 그런데 해외 공장 신증설이 올해랑 내년 기점으로 슬슬 마무리되고 있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우리나라 시장이 앞으로 매년 조 단위로 커질 걸로 예상돼요. 여기에 정부의 배터리 공공입찰이 있습니다.
◆ 홍종호> 정부가 곧 우리나라 전력 수요와 공급에 대한 중장기 계획인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에 착수하는데요. 2035년까지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설비를 140GW(기가와트) 이상 대폭 늘리는 안이 담길 것으로 예상돼요. 현재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설비는 다 합쳐서 35GW 정도 됩니다. 아마 지금까지 정부안 중에 가장 공격적인 목표를 담은 것으로 보여요. 대형 원전 100기 정도를 합친 것과 비슷한 용량입니다. 폭발적으로 늘어난 태양광, 풍력의 백업 설비로 ESS(에너지저장장치)가 필요하다는 논리죠.
CBS '경제연구실' 캡처
◇ 최서윤> 맞습니다. 지금 교수님께서 말씀해 주신 게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른 설계인데요. 작년에 나왔던 것이 15개년 계획이고 내년에는 더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최소 이 이상이라고 들어주시면 되겠습니다. 그래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38년까지 약 20GW, 금액으로 환산하면 총 40조 원 규모의 ESS 설치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올해 5월에 1차 ESS 중앙계약시장 입찰이 진행됐어요. 그런데 이 입찰에서 삼성SDI가 전체 물량의 80%를 가져가면서 승자 독식을 했습니다. 그래서 이 결과가 나오고 나서 많은 분이 이건 중국산 안 쓰겠다는 말이구나 하고 해석했어요. 왜냐하면 당시에 LG에너지솔루션이 중국 난징 공장에서 생산한 LFP 배터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제출했거든요. 리튬, 인산철을 사용하는 LFP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좀 낮기는 하지만 단가가 낮고 그다음에 화재 위험이 낮아요. 그리고 수명이 긴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나라 배터리 3사는 원래 삼원계 배터리,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에 집중했거든요. 그런데 중국이 거의 선두에 있는 LFP 배터리가 화재 위험이 낮고 비용 효율이 높다고 해서 전 세계적으로 LFP 배터리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이 되는 거예요. 그래서 LG에너지솔루션이 여기에 투자를 늘리기 시작한 겁니다. 그런데 LG에너지솔루션이 우리나라 기업이잖아요. 우리나라 기업이 중국 난징 공장에서 생산한다는 게 문제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 거죠.
삼성SDI 같은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고 안정성이 떨어지는 삼원계 배터리를 내세웠었고, LG에너지솔루션이 공급하기로 한 LFP 배터리는 이보다 저렴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보통 공공입찰하면 저렴한 것이 입찰될 거라는 예상을 많이 하게 되는데요. 이번에 LG에너지솔루션이 패배하면서 삼성이 국산화하겠다는 계획이 표를 얻지 않았나 하는 분석이 나온 거예요. 왜냐하면 삼성이 대다수 물량을 중국 등 해외가 아니라 울산 공장에서 생산하겠다고 밝혔는데 이게 선정에 큰 영향을 끼쳤던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 홍종호> 결국 국내 생산, 국산 밸류체인을 평가의 중요한 요소로 봤다고 해석되고요. 당시 저는 국내 공급망을 연결하는 화이트리스트를 만드는 전략이라고 얘기했어요. 사실은 이 전략으로 중국이 성공한 겁니다. 2010년부터 10년 내내 중국은 지금 청정 산업이라고 일컬어지는 배터리, 태양광, 풍력 관련 기업들의 화이트리스트를 전부 만들어서 자국 내 기업들의 경쟁력을 끊임없이 키우려고 노력한 거죠. 미국이나 유럽 쪽은 불공정 거래라고 비판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한 결과 지금 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식의 접근으로 지혜를 잘 발휘해서 정부가 정책을 내놓으면 국내 기업과 산업을 키울 수 있는 좋은 메커니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최서윤> 네. 특히 이번에 좋은 신호를 보낸 것 같아요. 공공입찰하면 가격 위주로 갈 것 같은데 가격보다 국산화에 표를 준 거잖아요.
지금 1조 원 규모의 2차 입찰을 앞두고 있고 앞으로도 사업이 계속될 텐데 배터리 3사가 부랴부랴 국내 투자를 늘리기 시작한 겁니다.◆ 홍종호> 정부가 정책 시그널을 주면 기업은 반응하게 돼 있어요.
◇ 최서윤> 네. 정확한 시그널을 준 거네요. 3사 중에는 LG에너지솔루션이 가장 공격적으로 국내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해요. 충북 오창 에너지플랜트에서 ESS용 LFP 배터리 생산 설비를 신규로 구축한다고 밝혔습니다. 지금 LG에너지솔루션이 해외에서는 비중국계 기업 중에서 유일하게 ESS용 LFP 배터리 양산 체계를 갖췄다고 해요. 그런데 국내에 생산 설비가 없었거든요. 이번에 오창에 생산 설비를 구축하게 되면 가동은 2027년부터 시작되고 생산 규모는 1GWh(기가와트시)에 달한다고 합니다.
◆ 홍종호> LG에너지솔루션으로선 우리도 질 수 없으니 다시 한번 시장에 도전하겠다는 거네요.
◇ 최서윤> 네. 거기다가 현대차, 기아 등 국내 완성차 공급망 확대도 염두에 둔 포석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지금 현대차 그룹 배터리 공급이 국내에서는 SK온에 집중돼 있다고 해요. 그래서 현대차가 지금 중저가 전기차에 집중하고 있어서 이 분야에서 가격 경쟁력이 있는 LFP 배터리 신규 수주를 따낸다면 투자랑 생산 규모가 더 확대될 거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CBS '경제연구실' 캡처◆ 홍종호> 이런 경우라면 1차 입찰에서 큰 승자였던 삼성SDI는 다시 불리해지는 겁니까?
◇ 최서윤> 길게 보면 다를 수 있어요. 왜냐하면 삼성SDI는 또 다른 무기가 있습니다.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어요. 전고체 배터리 하면 소위 꿈의 배터리라고 업계에서는 말하더라고요.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의 배터리가 전류를 흐르게 하는 물질인 전해질을 액체로 쓰는 데 반해서 이거를 고체로 쓰는 거예요. 액체로 쓰게 되면 팽창이나 발화 가능성이 높은데 반해 고체로 쓰게 되면 이런 위험성이 낮아져서 안전성도 높고 또 에너지 밀도도 높아진다고 해요. 그래서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하게 되면 전기차는 더 가벼워지고 주행 거리도 올라가고 안전성도 높아진다고 합니다.
◆ 홍종호> 아주 좋네요.
◇ 최서윤> 그래서 꿈의 배터리라고 불리는 거예요. 이 분야에서 삼성SDI가 업계 최초로 전고체 파일럿 라인을 수원에 구축했고요. 생산 거점은 울산으로 잡고 있다고 합니다.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목표는 2027년으로 3사 중에서는 가장 빠릅니다. 더 오랜 기간 투자를 해 왔기 때문에 더 빠를 수 있는 거예요. 다만 전고체 배터리 같은 경우에는 아직 개발 중이기 때문에 연말에 열릴 2차 입찰에서 무기로 쓸 수는 없을 것 같아요. 대신에 국내 소재 기업들이랑 협업해서 국산 양극재를 활용한 삼원계(NCA) 배터리로 안전성이라는 강점을 내세울 것으로 보입니다. 1차에서 많이 가져갔으니까, 2차에서는 다른 기업에 내어줄 수도 있겠죠.
◆ 홍종호> 저는 국내 투자 경쟁, 기술 경쟁 너무 좋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과 함께 고배를 마셨던 3사 중에 마지막인 SK온의 흐름은 어떻습니까?
◇ 최서윤> 네. 잠깐 정리하면 LG에너지솔루션이 국내에서 2차전지 배터리 하면 제일 대표적인 기업이고 먼저 뛰어들었잖아요. 그런데 최근에는 LFP 배터리까지 확보하려고 약간 주춤하면서 투자해 왔다 보시면 되고요. 삼성SDI는 더 고품질 배터리인 전고체 배터리를 만들려고 다른 시장을 찾아서 투자해 왔다 보시면 돼요. 그러면 SK온도 내세울 강점이 필요하잖아요. SK온 같은 경우에도 1차 입찰 당시에 국내 생산 설비가 없어서 불리했다는 분석이 있어요. 그래서 이번 2차 입찰 노리고 국내에 LFP 생산 설비를 구축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충남 서산에 있는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 일부 라인을 전환해서 ESS용 LFP 파우치 셀을 생산한다고 해요. SK온은 차별점으로 화재 안전 기술에 힘쓰겠다는 태도를 내세우고 있더라고요. 지난 여름쯤에 1차전이 있고 나서 9월에 대전 국정자원 화재 있었잖아요. 현재 경찰 조사에 따르면 인재라는 결과가 나왔다고 하지만 배터리 관련해서 불안감이 높아졌기 때문에 화재 안전 중요성은 계속해서 언급될 겁니다.
입찰 사업 진행할 때 가격과 함께 여러 가지를 고려하는데 국내 산업 생태계에 얼마나 이바지하는지, 기술 능력은 어떤지 이런 요소들을 비가격 점수라고 하는데요. 기존에 1차 때는 가격 점수 60점, 비가격 점수가 40점이었어요. 그런데 이번 2차 때는 가격 점수 50점, 비가격 점수 50점으로 비중이 동등해졌습니다. 비가격 점수의 중요성이 올라간 거예요. 특히 여기서 굉장히 중요해진 게 화재 및 설비 안전성입니다. 지난번 입찰 때보다 이 부분이 무려 3점이 올랐기 때문에 여기에 투자하면 점수를 잘 받을 수 있겠죠. 그래서 SK온이 여기에 방점을 두고 있다고 합니다. 화재가 발생하면 최소 30분 전에 위험 신호를 조기에 감지하는 시스템을 갖췄다고 하고요. 또 이상 징후가 발생한 모듈만 분리해서 교체할 수 있다는 것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불이 났을 때 사후 대응 기술로 열 확산을 방지하거나 폭발을 방지하는 해결책을 통해서 안전성을 확보하겠다는 거죠.
◆ 홍종호> 이 점수표를 보니까 아까 국산화를 이야기했지만 결국 ESS 산업 생태계 점수도 1차에 비해서 1점이 추가돼 있네요. 이런 걸 정부에서 강조하겠다는 거죠.
◇ 최서윤> 그렇습니다. 사실 그동안 3사가 핵심 소재를 중국에서 많이 수입해 오기도 했고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생산 설비가 해외에 집중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서 산업 생태계가 국내에 탄탄히 구축된다면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 협력사들과 협업이 강화되면서 지역 일자리 창출도 기대할 수 있고요. 배터리 산업 전반에 국산화 바람이 불 걸로 기대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현재 중국 업체에 시장점유율을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배터리 업계에서 굉장히 높은 상황이에요. 그래서 배터리 업체들이 실적 악화 속에서도 R&D 투자를 크게 확대해 가면서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다고 보시면 되고요. 정부 사업이랑 정부가 추진하는 ESS 시장의 성장이 국내 배터리 3사 성장에 있어서 변곡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 홍종호> 좋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CBS 최서윤 기자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최서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