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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먼 피해자 없다지만…헌법존중TF 둘러싼 두 가지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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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공직사회…"혐의 없어도 회의감"

헌법존중 TF 통해 정부 조사…49개 정부 중앙부처에 설치
제보센터 설치하고 휴대전화 제출하는 등 조사과정과 방식 둘러싸고 비판
정치권 공방도 거세진다…국민의힘 "이재명 정부가 진짜 내란세력"
"정부 제시하는 기준 주관적…법치는 정당한 법적 절차 거쳐 바로 세워야"
김민석 총리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은 즉각 바로잡을 것" 수차례 강조

[12·3내란 1년]

김민석 국무총리가 2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헌법존중 정부혁신 TF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김민석 국무총리가 2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헌법존중 정부혁신 TF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생활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있나. 휴대전화까지 정부가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 설사 혐의점이 확인되지 않더라도 충분히 회의감이 들 만한 일이다. 만약 당일에 당직 근무여서 평소대로 일을 했는데 '내란 가담자'로 의심받아 밀고를 당한다면 이후에는 절대 그 조직에서 일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행정부처 국가직 공무원 A씨)

국무총리실 산하 '헌법존중 정부혁신 태스크포스(TF)'가 출범한 이후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12.3 비상계엄 가담자를 솎아내 인사에 반영하겠다는 취지라고 정부는 설명했지만 일부에서는 공직사회를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 전례없는 전방위 특검 수사가 이뤄지고 있지만 헌법존중 정부혁신 TF(이하 헌법존중 TF)를 통해 별도의 정부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김 총리 지침에 따라 헌법존중 TF는 49개 중앙부처에설치됐다. 그 중에서도 여러 의혹이 제기됐던 군과 검찰, 경찰, 기획재정부, 법무부, 외교부, 문화체육관광부, 소방청 등 12곳은 집중 점검 대상으로 꼽혔다. 조사 대상은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 관련 내란에 직접 참여하거나 협조한 행위다. 운영 기간은 11월24일부터 내년 1월30일까지다.

제보센터 운영·휴대전화 제출 유도 방침 등…"'밀고' 부추긴다" 비판

공직사회에서는 우려가 크다. 제보센터를 설치하고 휴대전화를 제출하게 하는 등 조사 과정과 방식을 둘러싸고 비판이 그치지 않는 모양새다. 정부는 '내란행위 제보센터'를 만들어 동료 공무원들의 제보와 투서를 받겠다는 구상이다. 사적 자리에서의 발언 등을 문제삼지는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음해성 제보가 이어질 것이라는우려가 나온다.

헌법존중TF는 또 공무원들에게 개인 휴대전화 제출을 요구해 내란 가담 여부를 확인하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혐의점이 있을 경우 확인 차원에서 자발적인 제출을 권장한다는 취지라지만 의혹이 있음에도 협조하지 않으면 대기발령, 직위 해제 후 수사를 의뢰하겠다는 입장도 내놓은 상황이다.

헌법존중 TF는 '서면 및 디지털 장비 등에 대한 종합적 조사 실시'로 표현을 순화했지만 대상자의 통화내역이나 메신저앱 메시지, 업무용 컴퓨터 열람 등이 가능하다.

공무원들은 착잡한 심정이다. 서울정부청사에서 근무하는 공무원 B씨는 "특검 수사를 하면서 사무실에 한차례 냉기가 돌았었다. 그런데 또 헌법존중 TF 조사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또다른 공무원 C씨는 "지금은 '내란'이라고도 하고 누구나 잘못인줄 알지만 당시에 그 상황에 있었다면 쉽게 판단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현직 대통령에게서 내려온 지시를 당시 현장에서 누가 쉽게 거부할 수 있을까"라며 한숨을 쉬었다.

일각에서는 윤석열 정부에서 '알박기' 된 군과 검찰, 경찰 인사들을 솎아내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이후 군 수뇌부를 대거 교체했다. 이처럼 전 정권 인사로 분류되는 검찰과 경찰 인사들 역시 교체하겠다는 의도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검찰 공무원 D씨는 "내란 청산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이 과정에서 찍기 등 부작용이 없을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최근 검사 퇴직율이 늘었다는 기사가 있었는데 내부 분위기가 그만큼 엉망이다"라고 전했다.

與 "헌정질서 회복"vs 野 "감시·밀고로 줄세우기여야 극명한 시각차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헌법존중 TF를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도 거세지는 모양새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권의 적폐청산 TF를 능가하는 야만적인 공무원 줄세우기"라며 공세를 퍼붓고 있다. 국민의힘은 '공무원 사찰 불법행위 신고센터'를 설치하며 맞불을 놨다. 국민의힘은 TF가 공무원의 PC와 휴대전화를 열람하거나, 열람을 거부할 시 인사 조치를 거론한 것을 두고 '위헌'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27일 의원총회에서 헌법존중 TF 설치에 대해서 "100만 공무원들의 PC와 휴대폰을 검열하겠다는 것"이라며 "통화 흔적만 해도 수천만, 수억 개가 될텐데 그 많은 국민들을 통신조회해서 검열하겠다는 것이 민주주의 국가가 맞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재명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두고 "진짜 내란세력"이라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그는 "1년 내내 총칼 대신 권력 남용과 외압, 의사봉 방망이를 철저히 악용해 대한민국을 짓밟아온 세력이 바로 내란세력"이라고 말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윤창원 기자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윤창원 기자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지난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의 헌법존중 TF 추진에 대해 "대통령이 공무원을 헌법상 공적 주체가 아니라 잠재적 범죄자로 규정해버렸다는 의미"라면서 "이재명 정부는 지금 공무원들에게 판옵티콘에서 일하라고 강요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맞서 여당은 정부의 헌법존중 TF 운영을 응원하며 적극 지원에 나선 상태다. 박지혜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22일 "헌법존중 TF는 공직사회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이자 헌정 질서를 바로 세우기 위한 정부의 책임 있는 행보"라고 설명하면서, "국민의힘은 근거 없는 흑색선전과 정쟁을 중단하라"고 맞대응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이처럼 여야가 정부의 '헌법존중 TF' 운영을 둘러싸고 강하게 맞붙으면서 정치권에서는 여야의 극단적 투쟁 수위가 당분간 더 높아질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한 상황이다. TF 조사가 진행되고 범위가 확대될수록 여야의 공방도 더욱 거세지고, TF 조사 결과가 향후 정국의 또다른 변수가 될 수도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수사를 거쳐서 내란 동조 혐의가 입증된다면 징계는 자동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지금 정부는 징계 따로, 수사 따로 하겠다는 것"이라면서 "정부가 제시하는 기준이 주관적이다. 내란으로 무너진 법치는 정당한 법적 절차를 거쳐 바로 세워야 설득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민석 총리 "원칙·절제" 강조하고 나섰지만…결과는?

발언하는 김민석 총리. 연합뉴스발언하는 김민석 총리. 연합뉴스
정부는 '조사는 절제돼 진행되고 대상은 극소수에 그칠 것'이라는 취지를 강조하고 있다. 김민석 총리는 앞서 지난 24일 헌법존중 TF 간담회에 참석해 "TF의 조사활동에는 절제가 필요하다"며 "대상, 범위, 기간, 언론노출, 방법 모두가 절제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TF의 활동은 의식적이고 적극적인 활동을 대상으로 내란과 직접 연관된 범위에만 국한해서 정해진 기간 내에 가급적 신속하게 마무리 시점까지 철저하게 비공개로 인권을 존중하는 적법절차를 준수하며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특히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고도 했다. 김 총리는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면서 일각의 정치적 보복 우려를 일축했다.

지난 18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김 총리는 "각종 조사는 헌법과 적법 절차에 따라 꼭 필요한 범위에서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신속히 진행되고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정부조직법상 각 부처를 통할하는 권한이 총리에게 부여돼 있다. 이 '통할'의 범주에서 내란에 연관된 공무원에 대한 인사조치를 고려하는 것"이라면서 총리의 정당한 권한행사임을 강조했다.

연이은 정부의 정당성 설득에도 정치권 등 일부의 비판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부도 우려에 대해 주의 깊게 모니터링 하고 있다. 총리실 산하 총괄 TF의 역할이 중요해 보이는데, 만약 보복성 음해 피해가 생기면 총괄 TF에서 걸러낼 수 있을지 등을 고심해 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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