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서구의회 김정희 의원 제공대구 달서구의회가 해외연수에서 술판이 벌어졌다는 등 허위 제보를 했다는 이유로 소속 의원인 김정희 의원에게 내린 징계가 법원에서 취소되면서 보복성 징계 논란이 심화될 전망이다.
28일 달서구의회 김정희 의원은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달서구의회가) 한 사람에 대한 마녀사냥을 진행했다"며 "달서구의회가 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A 의원이 술을 먹고 연수에 불참했고 연수 전체가 외유, 쇼핑 등 관광성이었고 내용도 부실했는데 언론에 집중포화를 받으니까 제게 화살을 돌려 징계를 내렸다"며 달서구의회가 술판 논란을 폭로한 자신에게 보복성 징계를 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김 의원은 지난해 5월 호주·뉴질랜드로 향하는 해외연수 과정에서 시작부터 술판이 벌어졌고, A 의원이 과도한 음주를 하고 항공기 안에서 실신했다고 언론에 알렸다. 달서구의회는 김 의원이 허위 제보를 했다며 출석정지 20일의 징계를 내렸다.
대구지방법원. 류연정 기자이후 김 의원은 달서구의회를 상대로 징계 처분 무효 확인 청구 소송을 냈고, 지난 26일 대구지방법원은 "원고가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김 의원에게 내려진 출석정지 20일 징계를 취소했다.
재판부는 일부 의원들이 해외연수를 떠나는 첫날부터 술을 마셨고, A 의원은 인천공항에서 호주 시드니로 이동하는 기내에서 음주를 하고 교육에 지각하거나 버스에 남아 있으면서 연수에 참여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달서구의회가 A 의원의 음주와 실신, 후속 연수 과정 불참 등 인과 관계에 대해 제대로 밝히지 않고 이를 문제 삼은 김 의원에게만 일방적으로 책임을 묻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봤다.
재판과 별개로 A 의원은 김 의원이 비방할 목적으로 언론사에 허위사실을 유포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김 의원을 대구 성서경찰서에 고소했는데, 경찰은 해외연수를 다녀온 여러 의원을 상대로 인터뷰한 내용을 토대로 기사를 쓴 것이지 특정 한 사람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기사를 쓴 것은 아니라는 기자의 진술 등을 토대로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김 의원에 대해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달서구의회는 왜 허위 제보라고 판단했나
대구 달서구의회. 정진원 기자그렇다면 달서구의회는 왜 김 의원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고 판단한 걸까.
달서구의회 윤리위원장인 손범구 의원은 "A 의원이 술을 마셨지만 지병이 있다고 의사 소견서를 떼왔다. 그래서 꼭 술을 마시고 쓰러진 건 아닐 건데 김 의원은 술을 마시고 쓰러졌다고 단정을 해버렸다"며 "김 의원이 개인적인 생각으로 제보했다고 해서 허위 제보가 인정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A 의원은 재판 과정에서 미주신경성 실신을 이유로 기내에서 쓰러졌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도 A 의원이 일시적인 저혈압으로 실신할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했지만, 김 의원의 발언이 추측성이었다고 하더라도 김 의원이 지방의회 의원으로서 품위유지 의무까지 위반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손 의원은 윤리특위에서 윤리심사자문위원회가 권고한 '공개회의에서의 경고'보다 더 수위가 강한 20일 출석정지가 결정된 이유에 대해선 "(징계 수준에) 특별히 기준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니고 윤리위원회 위원 다수의 의견을 모아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리특위에서 의결한 출석정지 20일 징계는 본회의에서 그대로 통과됐다.
달서구의회 서민우 의장은 "본회의에서 20일 출석정지가 과하다고 판단했으면 의원들이 손을 들고 얘기를 했을 텐데 그때는 아무도 그런 얘기를 안 했기 때문에 출석정지 20일로 의결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정희 의원은 호주·뉴질랜드로 같이 간 의원들도 징계 과정에서 진실을 묵인하거나 거짓말을 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실신 이유를 떠나 연수 시작부터 술을 마셨다는 지적은 사실임에도 자신을 거짓말쟁이로 내몰았다고 주장했다.
지역 시민단체도 '보복성 징계' 비판
대구경실련 제공김 의원에 대한 징계가 취소되자 지역 시민단체 역시 보복성 징계였다고 달서구의회를 비판하고 나섰다.
김 의원에 대한 징계가 결정됐을 당시 달서구의회가 해외연수의 부적절성을 폭로한 김 의원에게 보복성 징계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던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조광현 사무처장은 "해외연수에서 있었던 상황에 대해 김 의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폭로에 대한 보복을 위해 징계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조 처장은 "달서구의회 윤리특위가 윤리심사자문위원회가 권고한 '공개회의에서의 경고'보다 두 단계 높은 징계를 의결한 것도 보복성 징계"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논란이 된 해외연수에 참여했던 의원들이 윤리특별위원회와 본회의에서 김 의원에 대한 징계 표결에 참여한 점도 문제 삼았다.
조 사무처장은 "달서구의회가 무리하고 부당한 징계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 또, 스스로 수사기관에 의뢰해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김 의원은 또 다른 2건의 징계에 대해서도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김 의원은 윤리특위에 앞서 윤리심사자문위원회 회의장을 찾아 소명 자료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의회 직원이 절차에 어긋난다며 해당 자료를 회수하자 강하게 항의했고, 서민우 달서구의회 의장이 "직원에게 위력을 행사했다"며 의장 직권으로 징계안을 회부해 출석정지 20일 징계를 받았다.
또한 김 의원은 지난해 11월 열린 운영위원회 행정사무감사 도중 무단으로 녹음하다가 동료 의원에게 적발돼 공개 사과 징계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