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고인의 반성문은 범행에 대한 반성 보다 살아남은 자에 대한 안도감이 더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피해자에게 허락되지 않는 밝은 아침이 굉장히 마음 아픕니다."
26일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이은혜 부장판사)에서 열린 이른바 '설악산 국립공원 촉탁살인 사건' 항소심 첫 재판이자 결심공판에서 재판부는 김모(59)씨를 향해 강한 어조로 질책했다.
이은혜 부장판사는 "사건 이후 제대로 된 인식과 반성을 하고 있는지 반성문에서 크게 보이지 않는다"며 "정말 두 사람이 동반자살을 결의했던 것이 맞는지, 피해자가 극심한 절망감에 빠졌던 것이 맞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선고 기일까지 본인이 저지른 과오를 돌아보고 피해자에 대한 진정한 반성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김씨는 최후 변론에서 "진심으로 죄송하고 사죄드린다"고 짧게 답했다.
김씨 측 변호인은 "공소사실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며 "경제적 이유로 함께 자살하기로 마음먹고 사건에 이르렀고 스스로 수사기관에 범행을 신고한 점 등을 참작해 최대한 선처해달라"고 호소했다.
검찰은 김씨에게 징역 10년을 구형하고 보호관찰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연합뉴스김씨는 지난 4월 설악산 국립공원 둘레길에서 사업 관계였던 60대 여성 A씨를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사건 발생 약 열흘 뒤 강릉경찰서를 찾아 "열흘 전 속초시 설악산국립공원 둘레길 인근에서 A씨를 살해했다"며 자수했다.
이 남성을 긴급체포한 경찰은 같은날 오전 6시 58분쯤 설악산 둘레길 인근 인적이 드문 곳에서 A씨 시신을 발견했다.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함께 하던 사업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함께 극단적 선택을 하려고 강릉, 속초 등 동해안 지역을 돌아다녔다"며 "여성을 살해한 뒤 뒤이어 목숨을 끊으려 했으나 실패했다"고 진술했다.
1심을 맡은 춘천지법 강릉지원은 "피고인은 경제적 사정을 이유로 피해자와 함께 자살하기로 하고, 잔혹한 방법으로 피해자를 살해해 죄책이 매우 무겁다"며 징역 7년을 선고했다.
다만 검찰이 청구한 보호관찰 명령은 피고인이 자수한 사정과 잘못을 인정하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해 기각했다.
김씨의 항소심 선고 공판은 다음달 24일 춘천지법에서 열린다.
한편 이번 사건은 두 사람이 투자한 다단계 업체인 'G사'가 최근 한국인 고문·납치 사망 사건으로 알려진 캄보디아에 본거지를 둔 대규모 해외 다단계 조직으로 알려지면서 주목을 받았다.
해당 조직은 온라인 취업 사이트를 통해 조직원을 모집하고, 가상자산(암호화폐) 투자 및 고수익 보장을 미끼로 사기 범행을 벌여온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