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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인천항 배후부지 '다단계 전대' 의혹…면적까지 부풀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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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 단체·민간업체로 재임대 고리 형성
다수 수출업체에 부지 나누면서 면적↑
실태 파악 나선 인천항만공사 "조사 더 해봐야"
A업체 측 '법적 문제없는 사업 모델' 입장
시민단체 "국가 자산의 사적이익 도구화" 비판

지난 18일 오후 인천항만공사가 A업체에 임대한 항만 배후부지는 엄격한 출입 관리 구역인 '보세구역'이지만 취재기자를 비롯한 외국인 노동자 등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었다. 박창주 기자지난 18일 오후 인천항만공사가 A업체에 임대한 항만 배후부지는 엄격한 출입 관리 구역인 '보세구역'이지만 취재기자를 비롯한 외국인 노동자 등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었다. 박창주 기자
인천항 배후부지 내 불법 다단계 전대가 횡행하고, 이 과정에서 '면적 부풀리기' 등을 통해 범죄 수익을 극대화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런 가운데 항만 당국의 허술한 관리 감독이 배후부지의 기형적인 불법 전대가 오랜 기간 뿌리내리는 것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단계 '재임대 고리' 형성…평수 부풀리기 정황도

25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항만물류기업인 A업체는 지난 2007년 인천항만공사로부터 인천 남항 4천 평(1만 3천여㎡) 규모의 배후부지 일부를 '컨테이너 물류기지' 용도로 20년간 임대했다.
 
그러다 지난해 5월 A업체는 해당 부지를 한 중고차수출 관련 민간단체와 '창고 이용' 계약을 맺고 불법으로 재임대한 것으로 드러났다.
 
CBS가 단독 입수한 A업체와 민간단체 간 계약서에 따르면 명목은 '창고 이용'이지만, 단체가 부지·시설·화물 운영에 대한 책임을 모두 맡고, 사실상 자릿세에 해당되는 월 5600만 원의 비용(최소작업비)을 내도록 돼 있어 전대 성격이 짙다.
 
불법적인 전대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CBS 취재진이 현장 취재한 결과 이 민간단체는 중고차 수출업체인 B업체(민간단체 회장과 대표가 동일 인물)를 통해 해당 부지를 여러 중고차 수출업체에 재차 재임대한 정황이 포착됐다.
 
해당 항만 배후단지에서 외국인노동자 등이 중고차 선적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박창주 기자해당 항만 배후단지에서 외국인노동자 등이 중고차 선적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박창주 기자
또 B업체가 관리하는 부지 구획도를 보면 두 차례에 걸친 불법 전대 과정을 거치면서 해당 부지는 4천 평에서 5500평으로 37.5%가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각 수출업체에 개별적으로 임대하는 과정에서 임대료를 더 받기 위해 부지 면적이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 같은 '다단계' 전대를 거치면서 임대료도 더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항만공사에 납부하는 배후단지 임대료는 평당 월 5천 원 수준이다. 반면 B업체가 A업체에 내는 비용은 평당 1만 4천 원으로 세 배에 가깝다.
 
A업체는 인건비와 관리비, 화물 책임 부담을 덜어내고 임대 형태로 수익을 올리면서, 수출을 위해 배후부지를 필요로 하는 영세 수출업체들의 비용 부담만 커지는 구조다.
 
수출입 관문 지역인 항만 배후단지는 물류 편의와 운송비 절감으로 국가 수출입 물동량 확대를 지원하기 위해 지정된 공공재다. 이런 항만질서와 물류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 항만법(제109조)은 '항만시설을 허가 목적과 다르게 사용하거나, 타인에게 양도한 자, 전단을 위반(무단 재임대 등)한 자 등은 2년 이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고 규정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항만 창고가 절실한 외국계 수출업체들은 조건을 꼼꼼히 따지기 어려운 현실이다"라며 "국가 부지가 사실상 '전대 장사' 수단으로 굳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항만공사 "아직 위법성 판단 어려워"…A업체 "문제없어"

해당 항만 배후부지에 수출용 중고차들이 세워져 있고, 구획별로 여러 수출업체들의 컨테이너 사무실이 설치돼 있다. 박창주 기자해당 항만 배후부지에 수출용 중고차들이 세워져 있고, 구획별로 여러 수출업체들의 컨테이너 사무실이 설치돼 있다. 박창주 기자
이에 대해 항만 당국은 실태 파악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인천항만공사 관계자는 "A업체와 중고차 단체와의 계약은 전혀 몰랐던 사항"이라고 밝혔다.
 
또한 "A업체가 B업체에 화물 책임을 부여한 것 등으로 인해 임대하는 것처럼 보일 순 있다"면서도 "다만 위법 여부에 대해서는 더 조사를 해봐야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번 사안에 대해 A업체 측은 "중고차 단체와 계약 관계가 없고, 이 부지에서 중고차 처리 화주는 B업체다"라고 인천항만공사에 소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민단체 "국가 자산의 사적이익 도구화, 정부가 나서야"

인천 항만 배후단지에 수출용 중고차들이 주차돼 있는 모습. 박창주 기자인천 항만 배후단지에 수출용 중고차들이 주차돼 있는 모습. 박창주 기자
시민사회단체는 전대 행위로 인한 국가 항만 배후단지의 법적 역할 상실을 지적했다. 지속적인 문제제기에도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만큼, 이젠 중앙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은 "불법 전대가 여러 업종과 유형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항만 관련 기관과 해양경찰이 이를 보고만 있어선 안 된다. 공조를 통해 전수조사하고 강력 조치를 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정부와 정치권은 국가 자산이 제멋대로 오용되는 실태 파악과 제도 개선을 위해 직접 나서야 하고, 관련 당국에 강력한 관리감독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며 "인천항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지역 항만 업계와 단체들 스스로도 경각심을 갖도록 '항만 기강'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국가항만 배후단지의 불법 전대 문제가 도마에 오른 바 있다. 주요 지적사항은 '공공자산의 사적 이익 도구화', '창고·야적장 편중으로 물류 효율성 저하' 등이다.
 
이처럼 비판 여론이 확산하자 인천항만공사는 입주기업 심사 시 전대 행위에 대한 감점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관련 규정에 포함돼 있던 사항으로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순 없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인천항만공사는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항만 배후단지의 불법 전대 3건을 적발했으나, 모두 시정 명령했고 이 가운데 1건만 수사기관에 고발했다. 인천해양경찰서가 수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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