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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석탄 서두르는데 '대체 전원' 비었다…AI 전기폭탄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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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AI 육성 정책이 본격화됐지만, 이를 떠받칠 전력망·전원 전략은 여전히 뒤처져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송전망 병목, 탈원전·탈석탄 등 정책 변화로 인한 전력 공백 우려, 해외 주요국과의 대응 속도 차이 등 한국 전력 인프라에는 구조적 과제가 쌓여 있습니다.이에 AI 시대 전력 수요 급증에 대비하기 위한 한국의 현주소와 해법을 연속적으로 짚습니다.

[AI 시대 오는데 전력 깜깜이②]
"AI 육성한다면서…전력 준비는 돼 있나"
AI·데이터센터 전력수요 폭증…산업 경쟁력 좌우할 '전력비 안정'
탈석탄 가속은 기정사실…20GW 공백 메울 대체 전원은 어디에
재생의 변동성 vs AI의 초안정성…전원 믹스 재설계 불가피
원전 확대엔 신중…그러나 '기저전원 전략' 논의는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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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데이터센터 육성이 본격화하면서 국내 전력 수요는 앞으로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전기 사용량이 많은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첨단산업은 전력 공급이 불안정하거나 요금이 오르면 바로 생산과 수출 경쟁력이 흔들릴 수 있어, 전력비 안정이 필수 조건으로 꼽힌다.
 
하지만 정부의 전원정책은 탈석탄·재생에너지 확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반면, 이를 보완할 안정적 대체 전원 전략은 아직 뚜렷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정책 방향이 전력의 안정성과 경제성을 중시하는 AI·데이터센터 산업 전략과 엇갈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석탄 감축은 불가피하지만…20GW 공백 메울 '대체 전원 전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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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는 지난 11일 보고서에서 향후 전기 요금이 가파르게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공급여건이 개선되지 않으면 전력비 비중이 높은 첨단산업의 부담이 크게 늘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국내 전력소비가 2010년 이후 연평균 1.7% 증가했고, 정부 전망 역시 2030년대까지 매년 2% 안팎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전력집약 산업의 경우 전력비가 조금만 상승해도 생산비가 크게 뛰어 생산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SGI는 이런 점에서 "경제성과 안정성을 모두 고려한 전원 전략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안정적 공급 기반이었던 석탄발전 축소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7일(현지시간)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 참석해 국제탈석탄동맹(PPCA) 가입을 공식 선언하고, 2040년까지 석탄발전 40기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나머지 21기는 향후 공론화를 거쳐 폐지 시점을 정할 계획이다.
 
현재 국내 석탄발전 비중은 전체의 약 28%다. 40기를 일시에 축소할 경우 약 20GW 규모의 전력 공백이 발생한다이는 1GW급 대형 원전 20기가 동시에 100% 출력으로 가동해야 메울 수 있는 양이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대체 전원 구성으로 "재생에너지를 주력으로, 원전은 보완적으로, 가스는 비상전원으로 운영하는 체계"라는 큰 틀만 제시한 상태다. 구체적인 전원 구성안은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반영돼 내년 중 확정될 예정이다.

대안 없는 속도전 우려…전력비·계통 부담 커질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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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 감축의 필요성에는 대체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석탄이 온실가스와 대기오염을 가장 많이 배출하는 발전원이라는 특성상, 기후위기 대응과 국제사회 약속 이행을 위해 일정 수준의 축소는 사실상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다만, 전문가들은 정부가 정해놓은 일정 안에 석탄을 대체할 발전설비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석탄 축소와 재생 확대의 흐름에는 공감하면서도, 구체적 체 전원 대책 없이 속도만 앞설 경우 전력가격 안정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석탄 발전은 24시간 안정적으로 돌아가지만 재생에너지인 태양광은 하루 4시간, 풍력은 이용률이 25% 수준"이라며 "같은 용량을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려면 설비와 ESS(저장장치), 송전망이 각각 4~5배까지 늘어야 한다. 결국 '막대한 비용 문제'로 귀결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재생에너지 특성상 출력 변동이 커 동일한 전력 공급을 위해 훨씬 많은 설비와 인프라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대체 발전 설비를 확보하는 데 성공하더라도 그 결과로 전기요금이 3~4배 오르는 결과가 나온다면 이를 감당할 국민이 있겠나"고도 지적했다.
 
전력 단가 구조 역시 부담 요인이다. 전력통계시스템에 따르면, 2024년 발전단가는 원자력 66.3원, 석탄 143.6원, LNG 175.5원, 신재생 138.8원(원/kWh)으로 표면적으로는 신재생 에너지가 석탄·LNG보다 저렴해 보인다. 하지만 신재생 전기에는 REC(신재생 공급인증서)라는 추가 비용이 붙는다. REC는 발전사가 재생에너지 의무량을 충족하기 위해 구매하는 '인증 비용'(kWh당 약 70원)으로, 단가에 포함될 경우 신재생 실질 단가는 200원대까지 올라간다. 이 때문에 석탄 축소·재생 확대 중심의 전원믹스는 전기요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탄소배출권 비용도 증가할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 11일 확정한 '4차 계획기간(2026~2030년) 배출권 할당 계획'에서 발전사들의 탄소배출권 유상 비율을 5년 안에 5배로 높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발전사들은 지금까지 배출권의 10%만 돈을 주고 샀지만, 2030년에는 절반(50%)을 유상으로 사야 한다. 이로 인해 향후 5년간 발전사들이 추가로 부담해야 할 금액만 14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결국 전기요금 인상 압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변동성 큰 재생, 초안정성 요구하는 AI…전력전략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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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중심의 전원 구성이 AI 산업이 요구하는 전력 품질과 안정성 조건을 충족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경우 기상 상황과 시간대에 따라 출력이 크게 달라져 전력이 필요한 만큼 안정적으로 공급되기 어렵다는 특성이 있다. 발전량이 부족하면 전력부족 위험이 커지고, 반대로 순간적으로 너무 많이 생산되면 계통이 불안정해져 정전 위험, 이른바 '블랙아웃'이 발생할 수 있다. 때문에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질수록 이런 변동을 흡수해줄 안정적인 기저전원과 추가 비용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홍종 교수는 "AI 데이터센터의 경우 단, 0.012초 정전에도 모든 데이터가 날아가게 되고, 반도체는 웨이퍼(반도체 공정이 이루어지는 초정밀 실리콘 기판) 하나가 사라진다"며 "AI 시대에는 안정적이고 대량 공급이 가능한 원전과 같은 전원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정부의 향후 에너지 정책 구조가 AI 산업 육성 노선과 맞는지 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기술적 보완을 거치면 재생에너지도 AI 산업 수요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재생에너지가 이용률이 낮고 변동성이 큰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에너지저장장치(ESS)가 출력을 평탄하게 만들어 저장해놓은 전기를 필요한 시점에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투자를 늘리고 이를 ESS로 보완하는 방식이 충분히 현실적이고 안전한 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우리나라처럼 송전망 부족으로 계통 문제가 잦은 지역에서는 오히려 '재생+ESS' 조합이 송전 부담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며 "파워투가스(P2G)나 잉여 열원 활용 등 전력 재활용 기술도 더 적극적으로 개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AI 시대 전력안정성, '원전 포함 기저전원' 논의로 확산

이 같은 논쟁적 상황 속에서 발전단가가 낮고 대량·안정적 공급이 가능한 원전의 역할에도 다시 시선이 모이고 있다. 다만 정부는 신규 원전 확대 여부에 대해서는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김성환 장관은 지난 9월 기자간담회에서 "신규 원전 추진 여부는 국민 공론을 더 듣고 결정해야 한다"고 밝히며,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포함된 신규 원전 2기 건설과 SMR(소형 원자로) 추진 방침도 재검토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말 논의가 본격화될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탈석탄·재생 확대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AI 산업을 뒷받침할 안정적 전력 수급을 위해 원전을 포함한 기저전원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부 역시 새 전기본에 강화된 탈석탄 로드맵을 담을 예정이어서 안정적 전원 구성 논의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정책은 반드시 LNG·원전 등 계통을 안정적으로 받쳐줄 전원을 함께 확충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대안 없는 석탄 감축은 산업 기반을 흔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탄소 감축과 가격 안정성을 함께 고려했을 때 기저전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전원은 현실적으로 원전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이성적인 판단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석탄 발전을 줄여 나가야 한다는 방향성은 문재인 정부부터 현 정부까지 일관된 기조이며, 2050년이냐 2040년이냐는 속도의 차이일 뿐 결국 '탄소중립' 전환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은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AI 산업 등에 필요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시점별로 필요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단기적으로는 AI 확산 속도를 고려해 향후 몇 년 안에 전력 수요가 얼마나 늘지 정확히 예측하고, 그 시점에 가용한 전력원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당장은 원전을 늘릴 수 없기 때문에 LNG와 재생에너지 비중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장기적으로 원전 신규 건설이 반영될 경우 이는 안정적인 기저전원으로 두고, 나머지 발전 비중을 이를 중심으로 재조정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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