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가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으로 향하는 전용기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X(옛 트위터) 계정 '다카이치 사나에' 캡처G20 정상회의 참석 길에 오른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개인 SNS에 공개한 '복장 고민 글'이 일본 여론의 비판을 받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값싸게 보이지 않는 옷", "마운트(우위)에 설 수 있는 옷" 등의 표현을 직접 사용해 외교 감각 논란까지 불러왔다.
지난 21일 다카이치 일본 총리는 G20 정상회의 참석차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로 향하는 전용기 탑승 사진과 함께 "세탁소에서 찾은 옷들 사이에서 얕보이지 않는 옷을 고르는 데 몇 시간을 들였다"는 게시글을 올렸다. 그는 "외교 협상에서 기죽지 않을 수 있는 옷을 하나쯤은 무리해서라도 사야 하는 걸까요"라고 적었다.
해당 게시글은 안도 히로시 참정당 의원의 발언을 계기로 작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안도 의원은 지난 14일 참의원 예산위원회 질의에서 "총리와 각료들은 세계 정상과 협상해야 한다"며 "가능하면 일본 최고의 원단과 장인이 만든 옷을 입어야 한다. 값싼 옷으로 나서면 얕본다"고 발언했다. 다카이치는 이날 게시글에서 "의원의 발언이 머릿속을 계속 맴돌았다"며 "일리는 있다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SNS에 해당 게시글이 퍼지자, 일본 시민들은 총리가 공적 외교 일정을 앞두고 '패션 고민'을 대대적으로 공개한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SNS에서는 "총리가 브이로그(일상 기록 영상)를 찍느냐", "정상회담 가는 지도자가 '마운트 잡을 옷'을 말하는 건 나라 망신" 등 비판이 이어졌다.
일부 일본 시민들은 다카이치 총리의 단어 선택에 외교 감각이 결여됐다고 꼬집었다. 다카이치 총리가 쓴 '마운트'는 본래 종합격투기에서 상대방 위에 올라타는 자세를 뜻하는 용어로, 일본에서는 상대를 깎아내리거나 우위를 점한다는 속어로 달리 사용된다. 일본 시민들은 국제사회에서 상호 존중을 전제로 한 외교 맥락에 어울리지 않는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한 일본인은 "X(옛 트위터)의 자동 번역으로 외교 상대국도 그대로 볼 수 있다. 총리가 할 말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일본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다지마 마이코 입헌민주당 의원은 "총리는 속으로 든 생각을 지나치게 그대로 말한다"며 "외교는 상대를 누르기 위한 활동이 아니라 평화와 국익을 위한 관계 구축"이라고 지적했다. 야마조에 타쿠 일본공산당 의원도 "옷으로 마운트를 잡겠다는 발상 자체가 부끄럽다. 의원의 '값싼 옷' 발언 역시 자질이 의심스럽다"고 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번 논란 이전에도 저급 외교로 구설수에 올랐다. 지난 10월 29일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루스소셜 게시글에서 미일 정상회담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팔을 어깨에 두르고, 팔짱을 낀 사진이 올라와 "대등한 국가 관계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 "과도한 신체 접촉"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 7일에는 일본 총리 최초로 "대만 유사시 일본이 개입할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을 해 중일 관계를 악화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