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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감정 지연 하세월…재판 멈췄다" 소송 당사자 '눈물' (계속) |
법원 감정 절차가 길어지고 감정 결과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재판이 장기화되고 있다. 감정은 판결의 핵심 근거가 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재판의 병목'이자 '불신의 불씨'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진료 감정에서 1년째 멈춰"…유방암 산재 소송 사실상 '중단'
대기업 반도체 하청업체에서 14년간 근무한 A(40)씨는 2021년 6월 유방암 판정을 받았다. 산업재해 신청은 불승인됐고, A씨는 지난해 1월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요양불승인 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재판은 치료 여부 필요성을 판단하는 진료 감정 단계에서 1년째 제자리다.
A씨는 지난해 6월 감정을 신청했지만, 9~10월 감정인 두 명으로부터 모두 반송 통보를 받았다. 이유는 감정인의 '업무 과다'였다. 이후 법원에 회신 독촉까지 냈지만, 감정 자체가 시작조차 되지 않았다.
A씨의 변호인은 "이 정도로 회신이 안 오는 건 처음 본다"며 "산업재해도 사회보험인데, A씨는 감정 지연으로 요양급여와 일하지 못하는 기간에 받는 휴업급여 등의 제도를 전혀 적용받지 못한 채 기다리는 처지가 됐다"고 토로했다.
"감정 반송만 4번"…7년 걸린 산재 소송

중소기업 반도체 업체에서 일하던 B(49)씨는 2009년 5월 33세의 나이에 파킨슨병 진단을 받았다.
B씨는 2020년 1월 18일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요양불승인 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2021년 9월부터 2022년 1월까지 감정인 4명으로부터 진료기록 감정 반송 통지를 받았다. 또 다른 감정인을 찾는 과정이 추가되면서, B씨는 소송 시작 7년 만인 지난해 산업재해를 인정받았다.
소송 당사자들은 지연되는 감정 절차뿐 아니라 높은 감정 비용도 부담으로 호소한다. 간단한 진료 감정은 30만 원에서 60만 원이지만, 감정 대상의 상해부위나 종류가 많을경우 수백만 원대까지 책정되기 때문이다. 산업재해로 일을 할 수 없는 노동자가 감정비를 마련하기 어려워 변호사가 먼저 지불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B씨의 변호인은 "산업재해 소송에서 가장 안타까운 것은 노동자들이 마냥 재판 결과를 기다려야한다는 것"이라며 "부당해고라면 재취업이라도 시도할 수 있지만, 산재 환자들은 소송 기간 휴업급여 등 사회보장시스템에서 배제되다보니 가족 전체의 생계가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당사자 삶 무너뜨리는 감정 지연…"치료·생활 공백"
감정 절차가 늦어지면 당사자는 재판을 포기하거나, 재감정을 요청해 절차가 더 늦어지는 악순환에 빠진다. 특히 손해배상이나 산재 사건의 경우 감정이 지연되는 동안 복지·보험 혜택도 받지 못한 채 대기해야 한다. 그 사이 당사자는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하거나 생계를 잃어 생활에 치명적 공백이 생기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