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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스타벅스 플라스틱 빨대 부활에 종이는 외면, 재활용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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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전국에 '식물 유래 플라스틱' 빨대 도입
소비자들 "플라스틱이 더 편해요" 반응
종이 빨대는 '흐물거림·종이맛'에 외면
식물 유래여도 친환경 제품은 아냐…"주의해야"

스타벅스 플라스틱 빨대 도입 2주 후…소비자 '호평'

서울 목동구의 한 스타벅스 매장에 비치된 빨대. 가득 찼던 플라스틱 빨대가 1시간30분 만에 확연하게 줄었다. 반면 종이 빨대는 그대로인 모습. 전민 인턴기자서울 목동구의 한 스타벅스 매장에 비치된 빨대. 가득 찼던 플라스틱 빨대가 1시간30분 만에 확연하게 줄었다. 반면 종이 빨대는 그대로인 모습. 전민 인턴기자
"플라스틱 빨대가 더 깔끔하고 편해서요. 종이 빨대는 불편하고 냄새나는 느낌이 있어요"

스타벅스가 플라스틱 빨대를 전면 도입한 지 약 2주가 지난 뒤, 취재진이 매장에서 반응을 확인한 결과 소비자들은 플라스틱 빨대 부활을 열렬히 반기는 반응이었다. 기존의 종이 빨대는 흐물거리거나 특유의 '종이 맛'이 났는데, 플라스틱 빨대는 깔끔하다는 호평이 많았다.

앞서 스타벅스코리아는 지난 6월 플라스틱 빨대를 일부 매장에서 시범 도입한 데 이어, 지난 4일부터 제주도 지역을 제외한 전국 매장에서 제공 중이다. 2018년 전격적으로 종이 빨대를 도입한 이후 소비자 불만이 빗발치자 다시 플라스틱 빨대를 재도입한 것이다. 현재는 플라스틱과 종이 빨대를 함께 제공하고 있다.

매장에 두 빨대가 모두 비치됐지만, 정작 종이 빨대는 소비자들에게 외면받고 있었다. 취재진이 18일 서울시 양천구 목동 소재의 한 스타벅스 매장을 방문했을 당시, 약 1시간 30분 동안 종이 빨대를 고르는 손님은 한 명도 없었다.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소재 한 매장에서도 1층부터 3층을 통틀어 종이 빨대를 이용 중인 손님은 수십명 중 단 한 명이었다. 해당 매장 직원은 "손님들이 웬만하면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한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의 한 스타벅스 매장. 종이 빨대와 식물유래소재 플라스틱 빨대가 함께 준비되어 있다. 김지은 기자서울 종로구의 한 스타벅스 매장. 종이 빨대와 식물유래소재 플라스틱 빨대가 함께 준비되어 있다. 김지은 기자
소비자들은 깔끔함과 편리함 때문에 플라스틱 빨대를 선호했다. 목동에 거주하는 정은미(33)씨는 "종이 빨대는 오래 쓰면 종이 맛이 나 그동안 다회용 빨대를 들고 다녔다"며 "이제 플라스틱 빨대를 쓸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이미연(25)씨도 "카페에 오래 앉아 있다 보면 종이 빨대는 자꾸 구부러지고 찢어진다"며 "종이 빨대를 두세 개 쓸 바에 그냥 플라스틱 빨대 하나로 쓰고 싶다"고 전했다.

종이 빨대가 통상의 인식보다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점도 플라스틱 빨대를 선호하는 배경이다. 지난해 3월 공개된 환경부 발주 용역 보고서에서는 종이 빨대가 플라스틱 빨대보다 환경에 더 악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이 담겨 종이 빨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했다. 다만 해당 연구는 해외 연구 사례를 취합했고, 국내 생산 종이 빨대와는 관련이 낮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여기에 더해 스타벅스가 이번에 도입한 플라스틱 빨대의 경우 '식물 유래 재질'이어서, 소비자들의 심적 부담을 덜어준다. 서울 중구에 사는 이연수(23)씨는 "종이 빨대가 분해되는 데 오래 걸려서 플라스틱 빨대만큼이나 오염이 된다고 들었다"며 "종이 빨대도 딱히 환경에 많은 도움이 되진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예한(37)씨 역시 "종이 빨대가 재활용되는 게 아니다 보니 별로 차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식물 유래 재질=친환경 제품' 아냐…"그린워싱 주의해야"

그러나 식물 유래 재질 플라스틱 빨대가 인식만큼 친환경적이지는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당 빨대가 생산 과정에서 일부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지만, '생분해'되는 친환경 제품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생분해는 미생물 등에 의해 자연적으로 분해돼 무해한 물질로 전환되는 과정을 일컫는다. 이번에 스타벅스가 도입한 식물 유래 재질 플라스틱 빨대도 생분해 물질은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구체적인 플라스틱 빨대 재활용 방안도 마련되지 않았다. 본사 지침상 매장에서 사용된 플라스틱 빨대를 별도로 수거하라고 지침을 내리고 있지만, 정작 처리 방침을 정하지 않은 것이다. 스타벅스 측은 재활용 업체를 통해 재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통화에서 "아직 초창기라 수거된 빨대가 재활용될 수 있도록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스타벅스 매장. 식물 유래 플라스틱 빨대 전용 수거함이 없어 일반 쓰레기로 버려지고 있다. 전민 인턴기자서울 서대문구의 한 스타벅스 매장. 식물 유래 플라스틱 빨대 전용 수거함이 없어 일반 쓰레기로 버려지고 있다. 전민 인턴기자
재활용을 위해서는 분리수거가 중요하지만, 일부 매장에는 플라스틱 빨대 전용 수거함도 설치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곳곳에서 플라스틱 빨대가 일반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모습도 발견됐다. 스타벅스는 올해 안에 매장 내 플라스틱 빨대 전용 수거함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식물 유래 재질 플라스틱이 친환경 제품처럼 비춰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경우 식물 유래 재질 플라스틱과 친환경 제품을 명확히 구분하고 있다. EU 환경위원회는 2023년 '바이오·생분해·퇴비화 플라스틱 종합 정책' 보고서에서 "바이오 기반 플라스틱은 반드시 친환경적이지 않다. 생분해성·퇴비화 가능성과는 별개의 개념이며 제품의 전체 생애주기 평가(LCA)를 통해 환경 효과를 입증해야 한다"고 명시하기도 했다.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이은하 교수는 통화에서 "환경을 위하는 것처럼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그렇지 않으면 일종의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이 될 수 있다"며 "환경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완전히 확실해진 다음 정책에 변화를 주는 것이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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