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 제공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재벌 대기업들의 '금산분리 완화' 요구에 대해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대규모 자본 조달이 꼭 필요하다면 관계부처와 적극적으로 협의하겠다"고 긍정적으로 답했다.
또 최근 글로벌 경쟁에서 반도체 등 한국의 주요 산업에 대해 중국이 추격하는 상황에 대해 "소름끼칠 정도"라며, 내년에 한국 경제가 잠재성장률이 반등하는 원년으로 성장하도록 하고, 이를 위해 인공지능(AI) 등 신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9일 출입기자들을 상대로 한 간담회에서 일각의 금산분리 규제 완화 요구에 대해 이처럼 답했다.
이날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국민의힘과의 정책간담회에서 "글로벌 기업들이 조 단위 달러를 투자하는 것은 단독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들이 펀드를 구성하고 외부 자금을 조달해 투자하는 방식"이라며 "우리도 이같은 자금 조달이 가능해야 한다"고 말해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취지를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구 부총리는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대규모 자본 조달이 꼭 필요하다면, 과거에 안 한다고 해서 안 하는 것이 반드시 선(善)은 아니다"라며 "금산 분리의 근본적인 정신은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범위를 좁힐 것은 좁히고 예상되는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면 관계 부처와 밤을 새서라도 결론을 이끌어내는 노력을 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다만 "자금을 조달할 때 국민성장펀드 등으로 해소할 수 있다면 그런 부분을 먼저 하고, 그래도 돈이 부족하다면 그런 부분까지 가겠다는 말씀을 드린 것"이라며 "아직 당장 금산분리하겠다는 단계는 아니다. 범죄가 아니고, 나쁜 일이 아니면 열어놓고 봐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구 부총리는 최근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해서는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후 집행한 추가경정예산과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한 일, 심리 개선 효과, 반도체 호황 등을 거론하며 "이런 상황이 겹쳐 3분기 성장률이 6분기 만의 최고 수준인 1.2% 성장을 했다. 연간으로 보면 적어도 0.9% 성장 달성되지 않을까 관망한다"고 내다봤다.
또 내년 성장률에 대해서는 "잠재성장률을 1% 후반대로 보면, 저희는 1.8%로 잡았기 때문에 내년에는 반드시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이라면서도 "거기에 머물러서는 새 정부가 새 성장전략을 쓴 효과가 없기 때문에 꺾인 잠재성장률을 반등시킬 수 있는 원년이 되지 않을까, 그런 측면에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국민, 경제계와 활발히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급등한 환율 관련해서는 "시장에서 결정될 문제이고 굉장히 민감한 문제여서 제가 언급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외환 수급 주체들과 협의해서 과도하게 불안정성이 나타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다만 이 외에는 (별도 대책을) 아직까지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외환 수급 주체와의 '협의' 관련, 전날 수출기업들과 가졌던 간담회를 거론하며 "정부가 국민들이 낸 돈으로 미국에 투자해 관세가 낮아지니까 기업들은 혜택을 보고 있지 않느냐, 이런 인식을 하고 있어야 한다는 부분을 말씀드렸다"며 "특별하게 인센티브를 준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이런 선의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국내 주식의 장기투자자를 위한 세제 혜택을 확대하라고 지시한 데 대한 구체적인 구상도 내놓았다.
구 부총리는 "광의에서 자본시장에 얼마나 오래 돈을 투자하느냐와, 개별 종목마다 오래 투자하냐 두 가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본시장 측면에서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통해 장기적으로 투자할 경우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이 있다"며 "개별 주식에 대해서는 장기보유 소액주주의 배당소득에 대한 저율 과세나 국재 주식형 펀드에 장기간 투자할 경우 세제 혜택 등이 굉장히 많아 참고하고 있다"며 장기투자자에 대한 혜택 정책 방향을 예고했다.
다만 "저희가 민간 의견도 들어야 하고, 실제 작동될 수 있는 범위를 어떻게 할 것이냐 등은 협의해야 하기 때문에 올해는 쉽지 않을 것 같고, 빠르면 내년에 (발표)해보겠다"고 밝혔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세법개정과 관련한 입장도 항목별로 정리했다.
법인세에 관해서는 "정부안은 기존 과표 구간에서 1% 정상화하는 안"이라며 "정부는 그 안 범위 내에서 생각하고 있다"고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및 세율 인하 논의에 대해서는 "정부안이 (최고세율) 35%로 가장 높고, 국회에서 그보다 낮게 하자는 얘기를 조세소위에서 논의 중"이라며 "정부도 자본시장의 밸류업을 위해 그렇게 가는 방향으로 논의에 참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상속세 관련해서도 "닫힌 생각으로 있지 않고 국회 논의 과정에서 합리적 방향으로 의사 결정이 되도록 논의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근 서울 아파트 가격이 다시 오름세를 보이는 데 대해 '보유세 인상' 카드를 쓸 것이냐는 질문에 "부동산은 개별 항목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부동산 세제에 대한 연구와 국민적 공감대, 전문가 의견을 듣는 등 패키지 작업으로 보는 것"이라며 "종합적으로 보고 대안을 만들겠다"고 말을 아꼈다.
한편 한미 관세협상에 대한 소회를 말하며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너무 크고, 모든 나라가 자국 이익 중심으로 가고 있어 글로벌 밸류체인의 붕괴가 아주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또 "중국의 추격이 굉장히 빠르고, 반도체조차 중국에서 따라잡으려고 한다는 얘기를 들을 때 경제를 담당하는 부처의 장으로서 소름이 끼치고, 섬뜩하다는 생각을 가졌다"고 강조했다.
이어 구 부총리는 "협상에 따른 대미 투자 2천억 달러와 조선업 분야 1500억 달러에 대해 국민들이 걱정하는 것처럼 한국이 미국에 끌려가서 소극적으로 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오히려 미국과 연대해 중국도 따라올 수 없는 최고의 조선읍 밸류 체인을 구축하고, 미국이 관심있는 반도체, 에너지 등 분야에서 한국이 미국에 적극 사업을 제안해 미래 신성장 동력 분야의 밸류체인을 한국이 선점하는 개념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대미 투자 특별법에 대해 "무조건 11월에 국회에 내야 한다. 그래야 미국에 통보하고, 올해 11월 1일 자동차 관세를 15% 소급 적용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미 투자기금을 관리하는 주체를 어떻게 세울 것인지에 대해서는 "정부 내부에서 여러 가지로 협의 중이고, 아마 국회에서도 논의될 것"이라며 지금 단계에서 확실하게 이거다, 저거다 얘기하기는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헐값 매각 논란으로 국유재산 매각이 중단된 것과 관련해서는 "오는 12월 초, 중순까지는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히고, "다만 세부적으로 각 국유재산을 매각하는 디테일한 상황을 기재부가 전부 (분석)하기는 어렵지 않겠나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