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이은혜가 16일 '2025 두나무 프로탁구리그 FINALS IN 광명시' 여자부 결승에서 백핸드 드라이브를 구사하고 있다. 연합뉴스한국 여자 탁구 대기만성의 상징 이은혜(30·대한항공)가 올해 프로리그 왕중왕에 올랐다. 올해 부진을 거듭하다 마지막 무대에서 가장 빛났다.
이은혜는 16일 경기도 광명시민체육관에서 열린 '2025 두나무 프로탁구리그 FINALS IN 광명시' 여자부 결승에서 양하은(화성도시공사)을 눌렀다. 게임 점수 3-0(11-7 11-8 11-8) 완승으로 정상에 올랐다.
시리즈1, 2의 부진을 씻었다. 이은혜는 시리즈1에서는 예선 탈락했고, 시리즈2에서는 양하은과 16강전에서 패했다. 그러나 가장 큰 대회인 파이널스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상금 2000만 원을 거머쥐었다.
당초 둘은 이번 파이널스에서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다. 지난 12일 미디어 데이에서 시리즈2에서 우승한 양하은은 후배들의 기피 대상으로 꼽혔고, 이은혜도 경계 대상에 올랐다.
그런 둘은 서로를 꺼렸다. 양하은은 "대한항공에서 같이 뛰어서 피하고 싶었다"고 했고, 이은혜도 1살 언니에 대해 "말 안 해도 똑같은 마음이고 서로 피하고 싶다"면서 "결승에서 만나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말 둘은 결승에서 맞붙었다. 하지만 올해 후반기부터 컨디션이 올라온 이은혜가 양하은을 압도했다. 현정화 프로탁구연맹 총괄위원장은 "양하은이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무릎 부상을 당해 몸 상태가 완전치 않은 것 같다"고 짚었다.
결승 경기를 치르는 양하은. 한국프로탁구연맹 이은혜는 힘 있는 드라이브를 잇따라 구사하며 양하은을 밀어붙였다. 서로를 잘 알고 있는 까닭에 양하은의 기교가 이은혜에 통하지 않았다. 이은혜는 1게임 5-5 동점에서 연속 4점을 따내 기선을 제압했다. 2게임도 11-8, 3점 차로 가져갔다.
양하은도 3게임에서 힘을 냈다. 짧은 공으로 상대를 당겼다가 길게 공격하는 노련함을 보이며 8-6으로 앞서 만회하는 듯했다. 그러나 이은혜가 절묘한 포핸드 대각 공격 등 강력하게 밀어붙이면서 양하은이 잇따라 실수를 범했다. 연속 5점을 따낸 이은혜가 챔피언을 확정했다.
경기 후 이은혜는 "머리가 멍하고, 오랜만에 우승해서 너무 기분 좋다"면서 "좋은 무대에서 양하은 언니랑 결승 대결도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팀에서 도와주시는 감독님 동료들, 스태프, 직원 분들은 물론 기도해주시는 분들에게 감사를 드린다"면서 "항상 경기장에서 인사해주는 팬들에게도 감사하고 계속 지켜보시고 응원 많이 해달라"는 인사와 당부도 전했다.
중국 귀화 선수 출신인 이은혜는 국가대표로 불운한 때가 많았다. 2020년 태극 마크를 달고도 코로나19로 국제 대회가 취소돼 나서지 못했고, 도쿄올림픽 티켓에 힘을 보탰지만 정작 대표 선발전에서는 떨어졌다.
2024 파리올림픽 여자 단체전 동메달 결정전에서 독일을 꺾고 승리한 한국팀 신유빈(왼쪽부터), 이은혜, 신유빈, 전지희가 시상대에 올라 메달 세리머니를 펼치는 모습. 2024.8.10.파리=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 SEO 황진환 기자그러다 뒤늦게 꽃을 피우고 있다. 이은혜는 2023년 28살의 나이에 대표로 선발돼 지난해 파리올림픽 여자 단체전 동메달을 따냈다. 대기만성이라는 수식어에 대해 이은헤는 "처음 시작할 때는 어린 시절이었고, 지금은 30대라서 그게 다른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대한항공 주세혁 감독은 "사실 은혜가 지난해 파리올림픽 메달과 종합선수권 우승으로 좋았지만 올해는 부진했다"면서도 "그러나 최근 컨디션이 올라와서 우승 기대감이 있어 주위에도 얘기를 했는데 과연 일을 냈다"고 흐뭇하게 웃었다. 이어 "이제 세계 랭킹도 40위로 국제 대회에 초청을 받고 있는데 열심히 한 만큼 늦게 꽃을 피우고 있다"면서 "내년에도 기대를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주 감독은 일명 '깎신'으로 불리는 전문 수비수로 한국 남자 선수로는 유일하게 세계선수권 결승에 오른 전설이다. 이은혜의 우승을 예감했던 주 감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