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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미투자 MOU 곳곳 '안전장치'…"선방했지만 안심하기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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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0억 달러 대미투자 방식 규정한 한미 MOU 가까스로 체결
정부, 곳곳에 안전장치 심어…현금투자 한도 '연간 200억 달러'로 관철
한국 의견 반영한 합리적 투자처 선정 문구도 포함됐지만
"실효성 글쎄" 의견도…"약속 이행과정 불확실성 크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미 관세협상 팩트시트 및 MOU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미 관세협상 팩트시트 및 MOU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의 관세 인하와 맞물려 추진되는 대규모 대미(對美) 투자의 합리성을 담보하기 위한 여러 안전 장치들이 한미 양해각서(MOU)에 명시되면서 한국 정부로서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앞으로의 약속 이행 과정에서 양국 간의 치열한 수 싸움이 사실상 불가피한 구조이기 때문에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의견도 뒤따른다.
 

'상업적 합리성 갖춘 투자' MOU 1조에…연간 현금투자 200억 달러로 제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함께 3500억달러 규모 전략적 투자 운용에 대한 세부내용 합의를 토대로 '한미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수개월 동안의 '협상 강행군'이 일단락 된 것이다. (관련기사: 한미, 3500억달러 대미투자 양해각서 서명…"국익에 부합하도록 노력")
 
MOU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미국 관세 인하의 조건이자 양국 협상 과정에서 가장 큰 쟁점이었던 대미 투자 패키지는 한국 정부가 밝혀온대로 3500억달러 규모로 추진된다. 2천억달러 규모의 직접투자와, 1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조선협력 직·간접 투자로 구성된다.
 
특히 2천억달러는 현금투자인 만큼, 정부는 여러 안전장치들을 MOU에 심었다. 이 돈이 투자되는 사업은 미국 상무장관이 위원장인 투자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미국 대통령이 선정하되, 투자위원회는 사전에 한국의 산업통상부 장관이 위원장으로 있는 협의위원회와 협의해 '상업적으로 합리적(commercially reasonable)'인 투자만을 미국 대통령에게 추천한다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상업적 합리성'에 기반한 투자처 선정 내용은 MOU 1조에 명시됐다.
 
정부는 "상업적 합리성이 있는 투자란 투자위원회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판단했을 때, 충분한 투자금 회수가 보장되는 투자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연합뉴스
달러가 대규모로 투자되는 만큼, 한국의 외환시장 안정성을 지키기 위해 연간 투자금의 한도를 설정한 건 정부가 이번 대미투자 협상에서 꼽는 최대 성과다. 2천억달러의 투자는 연간 200억달러 한도로 제한됐으며, 사업 진척정도에 따른 자금요청(capital call) 방식으로 지출된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필요 시 납입 시기와 금액의 조정을 요청할 수 있는 다층적인 안전장치도 마련했다"며 "자금 조달도 외환시장 영향 최소화를 위해 외화자산의 운용수익을 활용하는 등 다른 수단을 최우선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투자 프로젝트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전체 사업을 관리하는 '투자 특수목적법인(SPV)'을 두고, 그 아래 프로젝트별 SPV를 설립하도록 한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정부는 "설령 특정 프로젝트에서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다른 성공 프로젝트들을 통해 수익 보전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프로젝트에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업체 선정 시 한국 업체를 우선해야 한다.
 
이 밖에 조선협력투자 몫 1500억 달러는 한국 정부가 직접 또는 협의위원회를 통해 조선분야 민간투자, 보증, 선박금융 등을 지원한다. 이에 따라 발생하는 모든 수익은 한국 기업에게 귀속된다.
 

전문가들 "선방했지만…안전장치 실효성 확보는 과제"

 
전문가들은 이 같은 대미 투자 방식에 대해 대체적으로 선방했다는 평가를 내놨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전반적으로 방어할 만큼 방어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장 원장은 "연간 200억달러 한도의 경우 무조건 채워야 하는 게 아니라 그 시기와 규모를 조정할 수 있도록 한 점은 외환시장 안정성을 보강한 대목"이라며 "투자 사업에 한국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여지도 일본의 협상 결과 대비 더 크다"고 평가했다.
 
한국국제통상학회장인 허정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도 "한미 양국이 말만 주고받는 단계가 아니라 이제는 약속 이행의 단계로 넘어가면서 기존의 불확실성이 한층 제거됐다"고 밝혔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미 관세협상 팩트시트 및 MOU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미 관세협상 팩트시트 및 MOU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한국이 협상 과정에서 마련한 대미투자 안전장치가 실효성 있게 작동하려면 철저한 상황 관리가 필요하며, 이 과정에서 양국 간 추가 리스크가 부각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특히 '상업적 합리성이 있는 투자'를 둘러싼 양국의 판단이 다를 수 있고, 미국 투자위원회가 한국 주도의 협의위원회 동의가 아닌 협의를 전제로 추천하는 것이기에 강제성도 약하다는 우려도 있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상업적 합리성 조항은 있는 게 없는 것보다 낫지만, 명확하게 정리된 계약 용어는 아니다. 서로 판단이 다를 수 있다"며 "향후에 이에 대한 실효성을 좀 더 높일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미 양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추진하는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투자를 놓고도 이견을 노출하고 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이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를 공개 언급하고 있지만, 김정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재로서는 상업적 합리성이 없어 참가 안 한다고 분명히 말한다"고 했다.
 
허정 교수도 "약속 이행은 손익계산이 철저히 이뤄져야 하는 정말 중요한 단계다. 일단 안전장치를 붙인 구조를 만들기는 했지만,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부분들도 여전히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런 우려 속에서 김 장관은 "3500억달러가 국익에 부합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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