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모터스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과 관련해 1차 주가 조작 시기 '주포'로 알려진 이모씨가 김씨에게 주식 손실 보전금 4700만 원을 보냈다는 취지의 증언을 내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는 14일 김씨의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 속행 공판을 열었다.
특검은 이씨가 도이치모터스 권오수 회장으로부터 김씨를 소개받은 뒤 김씨의 증권 계좌를 맡아 거래했고, 손해가 나자 손실 보전금 4700만원을 김씨에게 줬다고 보고 있다. 이 같은 정황으로 볼 때 김씨가 주가조작을 미리 인지했다고 특검은 보고 있다.
이씨는 이날 4700만원을 김씨에게 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김씨와 직접 손실 보전 약정을 한 적은 없었다고 밝혔다.
권 회장이 김씨에게 자신을 소개하며 "이씨가 사면 싸게 살 수 있다"면서 주식 거래를 일임하라고 권하고, 자신에게 "이익이 나면 30~40% 받아주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이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권 회장이 전화가 와서 '여사님이 얼마를 샀냐. 얼마가 손해냐'고 물어본 것 같고, 제가 당시 마이너스 4700만원 정도라고 말씀드린 기억"이라며 "(권 회장이) '그것 좀 보내줘라'고 해서 알겠다고 하고 보냈다"고 증언했다.
이에 특검은 이씨가 김씨에게 4700만원을 보낸 뒤에도 김씨가 이씨에게 도이치모터스 주가의 전망을 물어본 사실 등을 언급하며 "증인이 주가조작 하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피고인이 주가가 언제 오를지, 내릴지 물어본 것 아니냐"고 물었다.
특검은 김씨가 특검 조사 과정에서 손실 보전금과 관련해 "코바나컨텐츠가 기획한 뮤지컬의 푯값으로 2천만원을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데 대해서도 질문했다.
이씨가 티켓을 사준 사실은 인정하자 특검은 "티켓이 10만원이라고 해도 200장인데 200장을 사준 적이 있냐"고 질문했고, 이씨는 "그 정도까지는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에서는 1차 주가조작 작전 시기 또 다른 '주포'로 지목된 A씨의 이름이 다시 등장했다. 검찰 수사단계에서 불기소 처분된 A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관련한 새로운 범죄 혐의가 드러나 특검팀 수사선상에 올라 있지만 도주해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이씨는 2010년 3월쯤 김씨에게 A씨를 소개해줬다고 했다. 특검은 김씨가 A씨와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도 공개했다. 해당 대화에는 김씨가 이씨의 주가조작 사실을 인지한 듯한 정황이 담겼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 사진공동취재단
김씨가 "주완이(이정필씨 가명) 때문에 십몇억을 일 년간 날려서 그래"라고 하자, A씨는 "엄밀히 말하면 주완이 때문에는 더 번 것 아닌가. 고점에서 더 사서 그런 거잖아. 이제는 적당히 본전만 돼도 빠져나와"라고 답했다.
그러자 김씨는 "주완이 때문에 벌다니. 나 아직 돈 2천만원도 못 받았어"라고 했고, A씨는 "도이치는 주완이 때문에 올라갔던 건 사실이야"라고 했다.
이어 김씨가 "주완이가 나한테 돈 빌려 가서 거짓말하고 안 줬잖아"라고 하자 A씨는 "권오수가 책임을 안 져서 깨진 거고"라고 답했고, 이에 김씨는 "권오수는 책임 안 지는 사람은 절대 아냐"라고 말했다.
김씨는 이날 오전 재판 중 건강 악화를 호소하며 퇴정했다. 김씨 측은 "피고인의 몸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 퇴정하고 재판을 진행하면 어떻겠느냐"고 했고 재판부도 이를 받아들였다. 이후 김 여사는 거의 눈을 감은 채로 교도관들의 부축을 받으며 법정을 떠났다.
한편 이날 재판에는 김씨의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인 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의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다. 함께 증인으로 소환된 유경옥 전 행정관은 재판부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