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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임종도 못 보고 일했는데…장례 직후 '배송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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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사고로 숨진 쿠팡 배송기사
아버지 임종도 못 본 채 야간배송 업무
3일상 치르고 곧바로 대리점 출근압박
유족 "최악 과로노동…쿠팡 사과" 촉구

고 오승용 씨가 올해 4월 대리점 팀장과 나눈 SNS 대화내용. 오씨가 '팀장님 27일 휴무 될까요?'라고 묻자, 대리점 직원은 '안 됩니다. 원하시는 대로 하시려면 다른 곳으로 이직하셔야 될 것 같네요'라며 계약을 빌미로 압박한 정황이 나온다. 유가족 제공고 오승용 씨가 올해 4월 대리점 팀장과 나눈 SNS 대화내용. 오씨가 '팀장님 27일 휴무 될까요?'라고 묻자, 대리점 직원은 '안 됩니다. 원하시는 대로 하시려면 다른 곳으로 이직하셔야 될 것 같네요'라며 계약을 빌미로 압박한 정황이 나온다. 유가족 제공
제주에서 새벽배송하다 사고로 숨진 쿠팡 노동자 고(故) 오승용 씨(향년 33세). 오씨는 배송 일로 아버지 임종도 지켜보지 못했고, 장례를 치르고도 '곧 출근하라'는 압박을 받았다. 결국 하루만 쉬고 일하다 숨졌다. 유가족은 "쿠팡이 고인을 최악의 과로노동에 내몰았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임종도 못 지켰는데…장례직후 출근 압박

 
14일 전국택배노동조합 제주지부 2차 자체 진상조사 결과와 오씨 유족의 증언을 종합하면 오씨는 지난 4일 오후 9시쯤 불과 10분 거리에서 배송 일을 하느라 아버지 임종을 지켜보지 못했다. 다음날인 5일 오전 1시까지 1차 배송 일을 마무리한 뒤 아버지 장례식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오씨는 상주로서 3일 동안 아버지 빈소를 지키고 손님을 맞았다. 직전까지 오씨는 오후 7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 30분까지 11시간 30분씩 5일 연속으로 새벽배송 업무를 한 상태였다.
 
장례를 마친 뒤 오씨는 대리점 측에 "이틀 쉬고 싶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대리점 관계자는 이틀은 쉴 수 없다고 해서 8일 하루만 휴식을 취한 뒤 9일 오후 7시부터 다시 새벽배송 일에 투입됐다. 이후 10일 오전 2시 16분쯤 1차 배송을 마치고 물류터미널로 돌아가는 길에 사고로 숨졌다.
 
사고현장 모습. 제주도소방안전본부 제공사고현장 모습. 제주도소방안전본부 제공
오씨는 평소 주6일 70시간 가까이 고정적으로 야간배송 일을 해왔다. 하루 평균 300개의 택배를 배송하고 물류터미널과 배송구역을 2차례 오가는 다회전 배송까지 '중노동'에 시달렸다.
 
택배노조 관계자는 "오씨는 연속적 야간 노동과 장시간 노동에 이어 곧바로 아버님을 잃은 슬픔 속에 장례를 치러내면서 매우 큰 신체적 무리와 스트레스에 노출됐다. 하지만 제대로 된 휴식조차 취하지 못한 채 또 다시 야간배송업무에 투입됐다. 고인을 사고로 몰고 간 원인"이라고 했다.
 

"과로노동에 내몬 쿠팡 잘못" 사과 촉구

 
특히 오씨는 쿠팡 자회사인 쿠팡로지스틱스(CLS) 소속도 아니고 CLS에서 계약한 대리점과 또 계약한 기사로 특수고용직 신분이다. 보통 1년 단위로 계약을 연장하기 때문에 대리점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오씨가 쉬고 싶어도 대리점이 일을 하라고 하면 할 수밖에 없는 '슈퍼 을'이다.
 
이날 오씨 아내가 보여준 생전에 오씨와 대리점 직원이 나눈 카카오톡 대화내용을 보면 올해 4월 21일 오씨가 '팀장님 27일 휴무 될까요?'라고 묻자, 대리점 직원은 '안 됩니다. 원하시는 대로 하시려면 다른 곳으로 이직하셔야 될 것 같네요'라며 계약을 빌미로 압박한 정황이 나온다.
 
오씨가 고된 노동을 견뎌낸 이유는 한 가족의 가정이기 때문이다. 8살, 6살 어린 자녀를 부양하기 위해선 쿠팡의 과도한 물량폭탄, 대리점의 근무요구 압박을 견뎌낼 수밖에 없었다.
 
택배노조 제주지부 주최로 열린 '고 오승용 유족 입장발표' 기자회견. 고상현 기자택배노조 제주지부 주최로 열린 '고 오승용 유족 입장발표' 기자회견. 고상현 기자
오씨 누나는 이날 도의회 도민카페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유가족 공식 입장문을 통해 "고되고 힘든 택배노동에 내몰렸다가 희생된 우리 승용이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인해 저희 가족은 깊은 슬픔에 잠겨 있다. 우리 가정은 가장을 잃고 앞날을 걱정해야 하는 지경에 놓였다"고 토로했다.
 
"이번 사고는 최악의 과로노동에 내몰아왔던 쿠팡의 잘못이다. 쿠팡 대표는 과로로 숨진 승용이의 영정과 유가족 앞에서 직접 와서 사죄해주시길 바란다. 또 제2 제3의 오승용이 나오지 않도록 재발방지 대책을 세워서 제시해 달라. 그래야 승용이가 눈을 제대로 감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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