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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귀촌한 청년들이 바꾼 농촌…위기의 농촌·농업 위해 헌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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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쳥년들이 만든 여민동락공동체…농촌에 활력 불어 넣으며 '좋은삶터' 만들어
폐교 위기 작은 학교에 기적…100여명 아이들 다니는 농촌형 미래학교로 탈바꿈
시골 노인층 위한 마을기업 동락점빵…사회적협동조합으로 재탄생
'정든 묘량에서 건강하게 나이들기' 프로젝트 추진
여민동락공동체 권혁범 대표, 제30회 농업인의 날 석탑산업훈장 받아

여민동락공동체 권혁범 대표 등 도시에 사는 30대 청년 6명이 지난 2007년 전남 영광군 묘량면에 귀촌해 비영리 협동조직인 여민동락공동체를 만들었다. 여민동락공동체 제공여민동락공동체 권혁범 대표 등 도시에 사는 30대 청년 6명이 지난 2007년 전남 영광군 묘량면에 귀촌해 비영리 협동조직인 여민동락공동체를 만들었다. 여민동락공동체 제공
함께 귀촌한 청년들이 공동체를 결성해 노인과 청소년들에게 돌봄과 고용,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등 농촌과 농업 발전에 기여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여민동락공동체 권혁범 대표 등 도시에 사는 30대 청년 6명이 전남 영광군 묘량면에 귀촌해 비영리 협동조직인 여민동락공동체를 만든 것은 지난 2007년. 더불어 사는 '좋은 삶'을 꿈꾸며 농촌에서의 공동체 복지를 통해 제도복지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용기있는 도전이자 출발점이었다.
 

여민동락노인복지센터 시작

여민동락공동체 제공여민동락공동체 제공
2007년 여민동락공동체 설립 이후 1년 2개월 동안 지역조사와 내부 회의를 통해 가장 필요한 일이자 잘할 수 있는 일로 재가노인복지센터 설립을 결정했다.

치매와 뇌질환 등으로 스스로 일상생활 수행이 어렵고 가족과 마을 돌봄도 곤란한 처지에 있는 노인층을 위해 주간보호, 방문요양, 방문목욕 등 전문적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시설 운영을 위한 공간 조성 자금은 6명이 능력에 따른 출자로 모았고 면 소재지에 땅을 사 건물을 신축했다.
 
마침내 2008년 6월 18일 영광군 11개 읍면에서 면 지역 최초로 노인복지시설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여민동락 노인복지센터는 중증의 어르신들에게 전문적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지역 내 미충족 생활돌봄을 찾아 해소하는 다양한 활동도 병행했다.
 

폐교 위기의 작은 학교 살리기

여민동락공동체 제공여민동락공동체 제공
2009년 7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교육청이 묘량면에 유일하게 남은 교육기관인 묘량중앙초등학교를 학생 수 부족으로 영광읍 초등학교에 통폐합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분교 유지도 가능하다고 했으나 지역 여건상 폐교가 될 것이 뻔했다.

이에 여민동락공동체는 2010년 1월 지역 주민과 향우, 동문회 등이 모인 '작은 학교 살리기 간담회'에서 절박한 마음으로 묘량중앙초등학교 '작은 학교 살리기'를 선언했다.

우선 아이들을 등교시킬 통학 차량을 여민동락 후원금으로 구입하고 학교발전추진위를 꾸려 지역사회와 동문들의 지지와 참여를 요청했다. 차별화된 교육 프로그램 운영을 위해 재단법인 공모사업에 신청해 단비 같은 1천만원의 재원을 확보하고 학교 살리기에 매진했다.

다행히 2년째부터 학생 수가 늘기 시작했고 4년 만에 폐교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 어렵다던 다목적 체육관이 들어서고 교육청 통학버스도 배정되면서 사실상 방치 수준이던 교육환경이 점차 개선됐다. 그리고 어느덧 초등학생과 유치원생을 더해 100명이 넘는 아이들이 다니는 큰 학교로 성장하는 기적같은 일이 벌어졌다.
 

사람과 사랑을 잇는 마을기업 동락점빵…사회적협동조합으로 재탄생

여민동락공동체 제공여민동락공동체 제공
2010년 묘량면 소재지에 유일하게 있던 민간 소매점이 폐업하면서 주민들은 막걸리나 간장 한 병조차도 영광읍까지 나가 사와야 했다. 젊은 사람들은 자가 차량을 이용하면 되지만 대중교통도 빈약한 시골 어르신들에겐 쉽지 않은 일이었다. 권 대표는 무슨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 정부가 2011년에 처음 시행한 '마을기업' 지원사업을 알게 됐다. 마을기업은 주민들이 지역 공동의 문제를 협동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면서 해결하는 사회적경제조직이다.

이후 거동불편, 교통불편으로 생필품조차 구매하기 어려운 어르신들에게 생필품과 먹거리를 공급하는 사회서비스형 유통사업단 '동락점빵'을 구상해 신청했고 정부의 사업 대상으로 선정됐다.

동락점빵에서도 기적같은 일이 일어났다. 2012년 별다른 지원 없이 매출 1억 원을 넘겼다. 본래의 사업 취지도 달성하면서 생활비도 벌고 빚도 없이 운영하면서 동락점빵의 정착은 조금씩 주목받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2014년 동락점빵은 지역사회 리더와 주민들이 참여하는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재탄생했다. 사회적협동조합으로의 전환은 동락점빵을 여민동락의 소유에서 지역 공유제로 바꾸는 것이었다.
 
여민동락공동체 권혁범 대표는 "설립 당시 120여 명의 조합원으로 시작한 동락점빵 사회적협동조합은 현재 묘량면 주민 400명이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어 980세대가 있는 묘량면에서 40% 정도의 세대가 동락점빵과 함께하고 있는 것이다"며 "여전히 녹록치 않은 상황이지만 동락점빵은 농촌 주민들 스스로 일궈가는 지역순환경제의 토대"라고 말했다.
 

'정든 묘량에서 건강하게 나이들기' 프로젝트 추진

여민동락은 끊임없이 새로운 모색과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2023년 8월 드디어 1단계 노인돌봄 인프라를 완공하고 개소식을 했다. 유럽과 일본의 노인복지시설을 참고해 주간보호센터를 만들고 주민들과 함께 사용할 공유공간도 마련했다.

사실 기존의 노인주간보호센터는 매우 협소하고 공간 구성이나 프로그램 운영이 보호 기능에 멈춰 있었지만 이용하는 노인들의 필요와 욕구를 충족하고 삶의 활력을 증진하며 존엄한 일상을 보낼 수 있도록 1인당 사용 면적을 세 배로 늘렸다.

앞으로 세대별 핵심 조합원 중심으로 2단계 돌봄 인프라 조성을 위한 TF를 재구성해 인권기반의 소규모 노인의료복지주택(노인공동생활가정) 설립과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으로의 전환을 계획하고 있다.
 
또 작은 학교 살리기에 참여한 학부모들이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교육문화분과가 묘량중앙초등학교와 협력해 교육부의 '학교 공간 혁신사업'에 선정됐고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각종 현대식 교육시설과 새로운 교육 공간 구성을 담아낸 '농촌형 미래학교'로 탈바꿈한 후 2026년 새롭게 태어날 예정이다.
 
여민동락공동체 권혁범 대표. 여민동락공동체 제공여민동락공동체 권혁범 대표. 여민동락공동체 제공
권혁범 대표는 "늘 이상을 꿈꾸되 농촌의 위기 심화와 현실적 한계를 낙관이나 비관 없이 있는 그대로 보려고 노력한다"며 "급변하고 있는 농촌의 현실 앞에 절박함을 느끼는 우리가 지역사회와 함께 대책을 세우고 실천해야 하고 더 늦기 전에 정부와 지자체, 주민 중심의 지역공동체와 사회적경제 조직의 역할을 재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역할도 제안했다. 권 대표는 "극심한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심각한 위기에 놓인 농촌과 농업을 위해 정부가 실질적인 주민 주도 공론장을 조성하는데 기여해야 한다"며 "주민 중심의 지역공동체 복원과 사회적경제 조직을 통해 주민이 지역의 사회 문제를 직접 해결하도록 적정 수준의 권한을 위임하고 주민의 필요와 열망에 기반한 농촌활성화를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여민동락공동체 권혁범 대표는 2007년 여민동락공동체를 결성하고 농촌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제30회 농업인의 날 주요 유공자로 선정돼 지난 11월 11일 석탑산업훈장을 받았다.

권혁범 대표는 "수 십년 농촌이 겪어 온 어려움 속에서도 평생 땀과 눈물로 농업·농촌을 지켜온 선배 운동가들과 이곳의 변화를 위해 동참하고 헌신한 농민들, 여민동락공동체 구성원 한 명 한 명의 값진 실천이 있었기에 이렇게 큰 상을 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면서 "농촌이 사람과 지역사회, 자연이 서로 돌보고 아끼는 좋은 삶터가 되도록 앞으로 여민동락공동체 활동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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