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연정 기자일명 가스라이팅으로도 불리는 심리적 지배를 이용한 보이스피싱 피해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12일 대구경찰청은 피해자들을 심리적으로 지배해 교묘하게 금전을 편취하는 피싱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7일 오후 보이스피싱범에게 협박을 당한 60대 여성 A씨가 "은행에서 고액 인출을 해야 한다"며 한 지구대를 찾아 경찰관의 동행을 요청했다.
보이스피싱범이 A씨에게 2억 원 상당의 골드바를 구입하도록 요구했고, 현금을 인출하기 위해 찾아간 은행에서 고액 인출 시 경찰관과 동행해야 한다는 안내를 받은 것.
경찰은 은행에서 현금을 인출하기 직전 A씨의 가방에서 새로 개통된 휴대전화를 발견했다. 휴대전화에서는 보이스피싱 조직과 주고받은 텔레그램 대화와 악성 어플리케이션이 발견됐다.
경찰은 즉시 인출을 중단시켜 2억 500만 원의 피해를 막았다. A씨는 처음에는 보이스피싱과 관련된 경찰의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지 않았고, 검사와 금감원 등을 사칭한 피싱범에게 심리적으로 지배 당해 경찰과 은행 직원의 말을 믿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구경찰청 제공같은 날 오후 경찰은 '남자친구가 보이스피싱을 당한 것 같다'는 신고를 받고 수성구 황금동의 한 모텔에서 30대 남성 피해자 B씨 찾아냈다.
B씨 역시 피싱범에게 심리적으로 지배당해 오히려 경찰을 믿지 못하고 경계하는 태도를 보였다.
B씨는 피싱범의 협박을 받아 새 휴대전화를 개통하고 스스로를 외부와 단절시킨 상황이었다. 경찰은 1시간 넘게 피해자를 설득해 새로 개통된 휴대전화를 넘겨 받았고 악성 앱 3개가 설치된 것을 확인했다.
이처럼 최근 보이스피싱 조직은 검찰·금융감독원 등 국가기관을 사칭해 피해자에게 접근한 뒤 '개인정보 유출로 대포통장이 개설됐다. 비밀을 유지하라. 외부에 알리면 구속된다'라는 식으로 피해자를 협박하고 숙박업소에 머물게 하며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시키는 식으로 심리적 지배를 강화한다.
이후 '우리가 당신을 구속당하지 않게 도와주겠다'며 회유함과 동시에 심리적 억압을 가하고, 원격 제어 어플을 통해 악성 앱을 직접 설치하게 한 뒤 피해자의 개인정보와 위치·통화내용까지 탈취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구경찰청은 "최근 보이스피싱 범죄는 피해자의 심리를 교묘히 조종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는 만큼 국가기관 등을 사칭해 전화나 문자로 불안감을 조성하는 경우 즉시 전화를 끊고 경찰에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