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묘 앞 고층건물 허용을 두고 서울시와 정부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사진은 10일 종묘 정전에서 바라본 풍경. 사진 중앙으로부터 왼쪽 편에 논란이 되는 고층 건물이 예상된다. 연합뉴스여야는 11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세계문화유산인 종묘(宗廟) 맞은편의 세운4구역 부지에 추진 중인 고층 재개발 사업을 두고 난타전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오 시장이 내년 지방선거를 위한 도구로 이번 사업을 악용하고 있다고 맹공했고, 국민의힘은 해당 사업의 근거가 된 서울시 재개발 규제 완화 조례를 인정한 대법원 판결을 존중해야 한다고 맞받았다. 특히 여당의 속내엔 오 시장의 대항마로 거론되는 '김민석 국무총리 띄우기'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민주당 이기헌 의원은 "아무리 서울시가 도시계획 권한을 갖고 있다고 해도 세계문화유산 종묘의 경관과 조망은 국가 책임 하에 보호해야 할 영역"이라고 말했다. 또 "유네스코에서 보존 상태가 현저히 나빠졌다고 판단하면 종묘는 세계유산 등재 취소라는 최악의 결과를 맞이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이 의원은
"오 시장이 '5선 도전'의 정치적 희생양으로 세계문화유산을 훼손하려고 하는 게 아니냐는 강한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같은 당 조계원 의원도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전례를 언급하며 '오 시장 때리기'에 나섰다. 조 의원은
"김건희가 종묘를 카페로 유용하더니, 이젠 오 시장이 종묘를 자신의 선거 도구로 이용하고 있다"며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와 한강버스 등의 문제를 덮으려는 수단으로 재개발 사업을 악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10일 서울 종로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종묘를 찾아 최근 서울시의 세운상가 재개발 계획에 따른 영향을 살펴보고 대책을 점검하고 있다. 이날 종묘 방문에는 허민 국가유산청장, 유홍준 국립박물관장 등이 함께 했다. 정부청사사진기자단서울시가 국가유산청과의 협의 없이 도시계획을 단독 변경한 점도 도마에 올랐다. 이 의원은 "국가유산청과 재협의도 거치지 않고 유네스코가 권고하는 세계유산법에 의무화된 세계유산 영향평가도 하지 않은 채 서울시가 단독으로 계획을 변경·고시한 행위는 절차상 문제가 있지 않느냐"고 따졌다. 임오경 의원도 "서울시 조례를 보면 (문화재에 대한 영향이) 미칠 것이 확실하다고 인정되면 인허가 재검토를 해야 한다고 돼있다"고 지적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1일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청년취업사관학교 2.0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반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김민석 총리가 세운4구역 재개발사업 반대 의견을 적극 표명한 점을 집중 겨냥했다. 특히 지난 7일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서울시의 재개발 규제 완화 조례가 적법하다고 본 대법 판결을 두고 "해괴망측한 일", "모든 수단을 강구해 문화유산을 지키겠다" 등의 발언을 내놓은 것도 일종의 '밑밥'이 아니었냐고 반격했다.
김승수 의원은
"공교로운 것은 짜 맞춘 듯 문체부 장관이 뜬금없이 기자회견을 하니까 며칠 뒤 총리가 나와서 똑같은 말을 되풀이한다"며 "내년 지방선거를 위해 '김 총리 띄우기'에 나선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조은희 의원 또한 최 장관을 향해 "김 총리가 (세운4구역 재개발을) 멈추고 싶은 것이다. 장관님은 부화뇌동하는 것"이라며
"지방선거에 개입하는 것은 장관님이다. 그 자리에서 물러나고 싶으신가"라고 압박했다.
이에 대해 최 장관은 "전통문화유산을 소중히 보전해 후세에 물려줘야 하는 막중한 책무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 현장으로 가 막을 수 있는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다는 기자회견을 하자고 결심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종묘가 훼손 위기에 처했을 때 반대하는 것이 왜 정치적으로 비쳐야 하는지 납득이 잘 가지 않는다"고 했다.
공방이 과열되자, 민주당 소속 김교흥 문체위원장은 "국가유산, 국가문화재는 정쟁의 대상이 아니다"며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