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이언 정, 엠브리즈 보컬 알렉스 빌리악. 이언 정 제공"당신은 견뎠고, 최선을 다했어요. 우리는 그걸 압니다. 이 노래가 그 사실을 기억하게 해드리고 싶어요." (알렉스)
2022년 처음 플랫폼으로 만나게 된 한국 작곡가와 우크라이나 음악가가 전쟁 여파로 3년 만에 만나 평화의 노래를 완성했다.
작곡가 이언 정(Ian Chung)은 우크라이나 밴드 엠브리즈(Mbreeze)와 함께한 싱글 '유'(You)를 최근 각종 음악 사이트를 통해 발매했다. '유'는 하루하루 일상의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견뎌내는 사람들과 전쟁과 분쟁 등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도 굳건히 나아가는 모든 이를 위한 위로의 메시지를 담은 어쿠스틱 포크 곡이다.
이언 정과 엠브리즈 보컬 알렉스 빌리악(Alex Bilyak)의 만남은 지난 2022년에 이뤄졌다. 자신의 곡 '리틀 버드'(Little Bird)에 어울리는 보컬을 찾기 위해 글로벌 뮤지션 매칭 플랫폼을 살펴보던 중 우연히 알렉스의 목소리를 듣게 된 이언 정은 딱 맞는 인물을 찾았다고 생각했다.
"목소리만 듣고 제가 생각한 노래와 너무 잘 맞아서 바로 연락했다. 한 번도 본 적도 없었지만, 음악적으로는 이미 통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라는 이언, 이언의 메시지를 받고 곡을 들었을 때 '내 목소리가 필요한 곡'이라고 확신한 알렉스는 국경을 넘어선 원격 음악 작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사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이 격화됐고, 키이우에는 공습경보가 울렸다. 전력이 끊기고 인터넷이 불안정한 상황에서도 알렉스는 지하 연습실로 가 파워뱅크에 장비를 연결해 녹음했다. 만만치 않았던 상황을 '노래로 버티고 있구나' 생각했던 순간이었다.
'언젠가 꼭 직접 만나자'라는 두 사람의 약속은 전쟁과 코로나 팬데믹을 거쳐 3년 후에야 이뤄졌다. 알렉스가 속한 엠브리즈가 영국 런던을 활동 거점으로 옮겼고, 이언과 알렉스는 드디어 만날 기회가 생겼다. "이미 3년 동안 음악으로 대화"(알렉스)해 온 두 사람은 직접 만나고 나서야 "화면 너머로는 결코 만들어질 수 없는 호흡"(이언)을 경험했다.
어쿠스틱 포크 장르의 '유'는 과장되거나 화려한 것을 원하지 않은 두 사람의 뜻이 구현된 곡이다. 근사 마이킹 기법으로 호흡까지 담아내려고 했고, 감정의 질감을 전면에 배치한 게 특징이다. "No matter how, no matter what, you made it past, you gave your all"(어떻게 되었든 무슨 일이 있든, 당신은 이겨냈고 최선을 다했어요)이라는 후렴구에 곡의 핵심이 녹아있다.
왼쪽부터 알렉스, 이언. 이언 정 제공알렉스는 "전쟁은 경계를 만들지만, 음악은 경계를 지운다. 무기는 파괴하지만 음악은 연결한다. 그걸 우리가 증명했다"라며 "전쟁이 우리를 갈라놨지만, 음악이 다시 만나게 했다. 음악은 전쟁이 끝낸 것들을 다시 잇는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언은 "기술은 문을 열었지만, 결국 음악이 우리를 런던으로 불러냈다"라며 "국경도, 전쟁도, 언어의 차이도 음악 앞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우리가 만들어내는 노래가 누군가에게 작지만 진심 어린 위로가 되길"이라고 바랐다.
두 사람이 협업한 곡은 하나 더 있다. '라이프 이즈 소 굿'(Life Is So Good)은 '유'보다 좀 더 개방적이고 에너지 가득한 얼터너티브 록이다. 곡 전반에 깔린 메시지는 같지만 시선이 '너'에서 '우리'로 이동한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이언은 "서로 다른 색깔은 지닌 두 트랙은 짝을 이뤄 하나의 문장을 완성할 거다. 'You(너)가 있기에, We(우리)가 된다'"라고 설명했다.
3년 만에 완성한 이언과 엠브리즈의 협업곡 '유'와 '라이프 이즈 소 굿'은 멜론·지니·바이브 등 국내 음원 사이트를 비롯해 애플뮤직·스포티파이·유튜브 뮤직 등 다양한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감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