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계엄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국회에 보고하지 않은 혐의 등을 받는 조태용 전 국정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직무유기와 국정원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이 11일 구속 갈림길에 섰다.
서울중앙지법 박정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 10분부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진행 중이다.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지난 7일 조 전 원장에 대해 정치 관여 금지 위반, 직무유기, 위증, 증거인멸,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조 전 원장은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며 "영장 실질심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듣고도 국회에 보고하지 않은 이유가 있는지" 등 기자들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장우성 특별검사보와 국원 부장검사 등 검사 6명을 투입한 특검은 조 전 원장의 국가안보 보고 의무 위반과 정치 관여 금지 위반이 명백하다는 점을 부각하며 구속 필요성을 소명할 계획이다. 특검은 이를 위해 482쪽 분량의 의견서와 151장의 PPT를 준비했다.
조 전 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이전 이미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알고 있었음에도 국회에 보고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계엄 선포 뒤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으로부터 '계엄군이 이재명·한동훈 잡으러 다닌다'는 보고를 받고도 이를 국회에 알리지 않은 점도 의혹도 있다.
이를 근거로 특검은 조 전 원장이 국가안전보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보를 인지하고도 국회에 지체 없이 보고하지 않아 국정원법 제15조의 보고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또 계엄 당시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의 동선이 담긴 국정원 CCTV 영상을 국민의힘 측에만 제공하고, 자신의 동선이 담긴 영상은 더불어민주당 측에 제공하지 않아 정치 관여 금지 의무를 위반한 혐의도 받는다.
국회와 헌법재판소에서 허위 증언을 하고, 국회 내란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위 등에 허위 답변서를 제출한 혐의도 있다.
조 전 원장은 계엄 선포 이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계엄 관련 문건을 본 적 없고, 다른 국무위원들이 문건을 받은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후 공개된 대통령 집무실 CCTV에는 그가 문건을 받아 양복 주머니에 넣는 장면이 포착됐다. 또 다른 국무위원들이 포고령 등으로 추정되는 문건을 받아 보는 모습도 담겼다.
조 전 원장은 지난해 3월 헌법재판소 등에서 '삼청동 안가 회동' 당시 윤 전 대통령이 '비상한 조치'를 언급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특검은 이를 허위로 판단하고 있다.
조 전 원장이 윤 전 대통령과 홍 전 차장의 비화폰 정보 삭제에 관여했다는 혐의도 있다. 특검은 홍 전 차장이 윤 전 대통령과 통화 내역을 공개한 이후 조 전 원장과 박종준 전 대통령경호처장 간 통화가 이뤄졌고, 이후 비화폰 기록이 삭제된 정황을 포착했다.
심문을 마친 뒤 조 전 원장은 서울구치소로 이동해 결과를 기다린다. 조 전 원장 측은 제기된 혐의 전반을 부인하고 있다. 박 부장판사는 심사를 통해 양측 의견을 검토한 후 이르면 이날 밤 늦게 구속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