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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항소 포기' 거센 파장…법조계 "기준·관행·지휘권 모두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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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 포기 두고 검찰총장 대행·중앙지검장 상반된 입장
항소 대상·법무부 지휘감독 유무 등 법조계 의견 분분
항소 포기로 불이익 변경 금지 원칙 적용…부당이득 추가 환수 불가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 모습. 류영주 기자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 모습. 류영주 기자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를 둘러싼 파장이 거세지고 있다. 검찰총장 권한대행과 서울중앙지검장이 상반된 입장을 내고 검찰 내부 동요도 심화되는 상황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태의 적절성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검찰이 특별한 사정 없이 중요 사건 피의자에 대한 항소 포기를 했다는 비판과 함께, 관행적 항소를 자제하는 기조가 반영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검찰총장 대행 "협의 거쳤다"…중앙지검장 "의견 달랐다"

의원 질의 답변하는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 연합뉴스의원 질의 답변하는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 연합뉴스
'대장동 항소 포기' 이틀 만인 지난 9일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입장문을 통해 "대장동 사건은 일선청의 보고를 받고 통상의 중요사건의 경우처럼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후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찰총장 대행인 저의 책임 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지난 8일 사의를 표명한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은 입장문을 내고 "대검의 지시를 수용하지만, 중앙지검의 의견이 다르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이번 상황에 책임을 지기 위해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자신의 사의 표명이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결정에 대검의 지시가 있었고 중앙지검의 의견은 이와 달랐다는 점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었단 의미다.
 
정 지검장은 또 "대검의 지휘권은 따라야 하고 존중되어야 한다"면서도 "중앙지검의 의견을 설득했지만 관철시키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총장 대행의 입장 표명에 대해 중앙지검장이 반박 입장을 내면서 항소 취소를 둘러싼 검찰 내홍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대장동 사건 수사·공판 검사 등을 포함해 일선 검사들의 반발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법조계 "항소 기준, 법무부 지휘 여부, 관행 등 쟁점" 

이번 사태의 쟁점은 여러 가지다. 우선 대장동 1심 선고가 검찰이 정하고 있는 항소 대상으로 볼 수 있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검 예규인 '검사구형 및 상소 등에 관한 업무처리 지침'에는 △무죄(전부·일부·이유) △면소·공소기각 △구형의 2분의 1 미만의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항소하도록 돼 있다. 대장동 1심에선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배임) 혐의에 대해서 손해액 산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로 판결했고, 서판교터널 사업 관련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역시 무죄로 나왔다. 예규대로라면 항소 대상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일각에선 구형의 3분의 1 이상만 선고될 경우 통상 검찰이 항소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에 대해 모든 공소사실에 대해 유죄 판단이 내려졌을 때가 전제라는 반박도 제기된다. 검사 출신인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소사실 전부 혹은 일부에 무죄가 선고되면 검찰은 거의 예외 없이 항소한다"며 "대장동 사건의 경우 일부 무죄가 나기도 했고, 피해금액을 확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1심 법원이 특경법 적용을 안 했기 때문에 기존의 관행대로라면 100% 항소를 한다"고 밝혔다.

검찰의 통상적인 관행에서 벗어난 선택을 하려면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관련한 특별한 사정은 없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무부의 '직접적인 지휘·감독'이 있었다면 논란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검찰청법 8조에는 '법무부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명시돼 있다.

형사소송법상 항소 여부는 관할 지검 검사장의 권한이지만 통상 주요 사건에 대해선 대검과 법무부와 협의를 거치곤 했다. 이번 과정에선 법무부가 사실상 항소 불가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의견을 넘어 구체적인 지휘, 감독이 있었다면 문제 소지가 있는 것이다. 다만 법무부는 "항소에 대해 보고는 받았지만 지휘는 안했다"며 선을 긋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선 최소한 심우정 전 검찰총장의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취소 결정에 대한 '항고 포기'와 같은 관점에서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을 받아볼 기회를 스스로 날렸다는 해석도 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공소 사실 가운데 상당 부분을 인정받지 못한 검찰 입장에서는 항소를 통해 다퉈보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며 "어떤 판단을 내리는 게 더 이례적이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검찰의 기존 관행에 대한 비판 여론이 상당했고, 개혁 추진에 따른 검찰청 폐지까지 앞둔 상황에서 과거와는 다른 행보를 보일 수 밖에 없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항소에 대한 검찰의 내부 지침은 업무 절차와 기준을 정한 것이고 관행일 뿐이었다는 반론이다.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항소에 대한 명확히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통상적인 절차를 통해 의견을 나누고 결정했다면 문제가 없다고 봐야 한다"며 "피고인 중 일부가 검찰이 구형보다 더 높은 형량을 선고받았다는 점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불이익 변경 금지 원칙…1심 이상 형 선고·부당이득 추가 환수 불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연합뉴스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연합뉴스
이 사건의 피고인인 대장동 민간업자들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 5명이 모두 항소함에 따라 2심 재판은 진행되게 됐다. 지난달 31일 1심에서 유 전 본부장과 민간업자 김만배씨는 각각 징역 8년을, 정민용 변호사는 징역 6년, 정영학 회계사와 남욱 변호사는 각각 징역 5년과 징역 4년을 선고 받았다.

먼저 2심 재판부는 1심보다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다. 형소법 368조에는 '피고인이 항소한 사건과 피고인을 위하여 항소한 사건에 대해서는 원심판결의 형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어서다. 

마찬가지로 검찰이 주장하는 대장동 개발 사업의 부당이득의 상당 부분도 사실상 환수가 어려워졌다. 앞서 검찰은 1심에서 피고인들이 총 7886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며 전액 추징을 요구했지만, 1심은 정확한 손해액 산정이 불가능하다는 이유 등으로 뇌물액 473억3200만원만 추징했다. 향후 2심에서 어떤 결과가 나와도 추징할 수 있는 범죄수익 상한은 473억원으로 막히게 된 셈이다.

항소 포기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이날 오전 관련 입장을 직접 밝힐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전날 "정 장관이 10일 오전 10시30분쯤 도어스테핑 방식으로 관련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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