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30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무부 등 종합감사에 출석해 질의에 답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법무부가 대장동 개발 비리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민간업자 등에 대한 항소와 관련해 사안을 검토한 결과 1심 판결이 대법원 판례에 충실했고, 검찰의 항소 기준에도 맞지 않는다는 내부 판단을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중앙지검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특경가법)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김만배씨를 비롯한 민간업자들의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포기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8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1심에 허점이 있어야 항소하는 것이지 1심 판결이 기존 대법원 판례를 다 인용하면서 법리 그대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조형우 부장판사)는 지난달 31일 특경가법상 배임 등 혐의를 받는 유 전 본부장, 김씨, 천화동인 소유주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 공사 전략사업실 투자사업팀장이었던 정민용 변호사에 대해 중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유 전 본부장은 징역 8년에 벌금 4억원, 추징금 8억1천만원, 김씨는 징역 8년에 추징금 428억원, 남 변호사는 징역 4년, 정 회계사는 징역 5년, 정 변호사는 징역 6년에 벌금 38억원, 추징금 37억2천200만원이 각각 선고됐다.
이들은 대장동 개발 사업 과정에서 성남시와 유착해 총 7886억원의 부당 이득을 얻고 성남도시개발공사에 4895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2021년 10월부터 차례로 기소됐다.
법무부는 1심 판결에 대해 그동안 내부 검토를 한 결과 혐의에 대해 양형이 충분히 반영됐다고도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특경가법상 배임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고 형법상 '업무상 배임죄'만 인정했는데, 양형 자체는 특경가법상 배임 혐의도 일부 적용됐다는 시각이다.
무엇보다 법무부는 이 사안이 검사의 항소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법무부 관계자는 "선고 형량이 구형량의 3분의 1 미만이 되면 항소하는데, 이 사안은 그렇지도 않다"며 "구형량에 절반 이상 나왔고 심지어 일부 피고인은 구형량보다 더 나왔다. 항소 사유가 안된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6월 열린 결심공판에서 김씨에게 징역 12년, 유 전 본부장에게는 징역 7년과 벌금 17억원을 각각 구형했다. 김씨에게 6112억 원, 유 전 본부장에게는 8억5000만원의 추징금도 명령해 달라고 했다.
정 회계사에게는 징역 10년과 추징금 647억원, 남 변호사에게는 징역 7년과 추징금 1011억원, 정 변호사에게는 징역 5년과 벌금 74억원, 추징금 37억원을 각각 구형했다.
재판부는 유 전 본부장과 정 변호사에게는 검찰 구형량보다 높은 형을 선고했다.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31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황진환 기자
아울러 법무부 관계자는 "이번 건을 항소하지 않은 것은 대검이든, 중앙지검이든 지휘부가 바람직한 결정을 내렸다고 본다"며 "무리하게 항소하는 관행을, 이제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수사팀은 윗선의 부당한 지시로 항소하지 못했다며 거세게 반발하는 상태다.
통상적으로 선고 형량이 구형량의 3분의 1 미만이 되면 항소하지만, 검찰은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주요 사건에서 선고 형량이 구형량에 미치지 못하면 항소를 해왔다.
대장동 수사·공판팀은 이날 배포한 입장문에서 "법률적 쟁점들과 일부 사실오인, 양형 부당에 대한 상급심의 추가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중앙지검 및 대검 지휘부에 항소 예정 보고 등 내부 결재 절차를 이행했다"며 "지난 6일 대검 지휘부 보고가 끝날 때까지도 이견 없이 절차가 마무리돼 항소장 제출만 남겨둔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내부 결재 절차가 마무리된 이후인 전날 오후 무렵 갑자기 대검과 중앙지검 지휘부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수사·공판팀에 항소장 제출을 보류하도록 지시했다"며 "항소장 제출 시한이 임박하도록 지시 없이 기다려보라고만 하다가 자정이 임박한 시점에 '항소 금지'라는 부당하고 전례 없는 지시를 해 항소장을 제출하지 못하게 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