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종호> 한 주 동안 세계 각지에서 벌어진 기후 현황 전해드리는 주간 기후 브리핑 시간입니다. CBS 경제부 최서윤 기자 나와 계세요. 안녕하세요?
◇ 최서윤> 네. 안녕하세요. 오늘도 두 가지 소식 준비했습니다. 먼저 첫 번째 소식은
탄소감축목표 후퇴 논란입니다. 2035년 NDC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정부안이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나왔습니다.
두 가지인데요.
최저 50%에서 최고 60% 또는
최저 53%에서 최고 60% 감축하겠다고
범위 형태로 제시한 게 특징입니다. 그런데 굳이 하한선으로 50%, 53%라고 언급을 해버리면 여기까지만 줄여도 목표를 달성한 셈이 되거든요. 그리고 기존 2030 NDC가 2018년 대비 40% 감축목표를 제시했었잖아요. 그런데 2035 NDC가 50% 감축목표를 제시해서 기간은 5년 늘어나는데 추가 기간에 겨우 10%p 느는 데 그쳤어요. 사실상 정부 목표가 후퇴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오늘 이 내용 살펴볼 건데요. 먼저 교수님 이번 NDC안 어떻게 보셨는지요?
◆ 홍종호> 예. 한마디로 많이 아쉽습니다.
기후 관련 목표는 정부 정책의 방향과 의지를 보여주는 잣대가 되거든요. 범위로 제시할 수도 있다고는 봐요. 그런데 너무 넓어요. 50과 60은 하늘과 땅 차이거든요. 그리고 또 한 가지 53에서 60, 이 두 가지를 제시했다는 게 탁 와 닿지 않는데요. 아마 저만 이렇게 느끼는 게 아니라 많은 국민께서 의아해 하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 최서윤> 맞습니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을 해드릴게요. 일단 정부가 지난 9월부터 11월 6일 마지막까지 7차례에 걸쳐서 대국민 공개 논의 공청회를 진행했습니다. 시작할 때부터
산업계가 요구하는 48% 감축안,
지금까지의 감축 경로를 선형으로 똑같이 따라가는 53% 감축안,
UN IPCC 등 국제사회가 권고한 61% 감축안,
시민사회단체가 요구하는 65% 감축안, 이렇게 네 가지 옵션을 제시했어요. 그러면서 터놓고 얘기해 보자며 공청회를 시작했어요.

◇ 최서윤> 공청회 과정에서
논의가 평행선을 달린 면이 있어요. 산업계를 대표해서 나온 토론자분들은 업계의 어려움을 많이 호소하셨습니다. 다배출 업종의 대표적인 분야가 철강, 석유화학인데 이 두 업계 모두 지금 정부 차원의 구조조정 계획이 추진될 만큼 업황이 부진합니다. 반면에 환경단체분들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들어 보다 야심 찬 목표를 요구하면서 매우 팽팽한 줄다리기가 있었습니다. 이렇게 신경전이 벌어지면 정부가 그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아야 해요. 그런데
이견을 좁히지를 못하니까 결국 두루뭉술한 범위를 제시한 겁니다. 이 부분은 김성환 장관 설명 잠시 들어보시죠.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 2025. 11. 6.]
"정부는 이런 상반된 의견 속에서 균형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 결과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단일한 목표치가 아닌 범위 형태로 제시하게 되었습니다."
◇ 최서윤> 물론 이 NDC를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범위 형태로 제시하는 국가가 여럿 있습니다. 중국도 고점 대비 7~10% 감축한다고 했고요. 미국은 2005년 대비 61~66%, 유럽연합은 1990년 대비 66.25~72.5%, 캐나다는 2005년 대비 45~50%, 호주는 62~70% 이런 식으로 했어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지금 최대 10%p나 차이 나는 넓은 범위를 제시했잖아요. 게다가 상한선으로 언급한 60%도 애초 언급되던 옵션 중에서 그렇게 야심 찬 수준이 아니에요. 또 아까 살펴본 유럽연합의 경우 66.25~72.5%로 세분화 되어 있잖아요. 그래서 정부가 이런 식으로 오차 범위를 산정하는 등 수치를 계산해서 범위를 잡았다기보다는 그냥 사회적 합의에 실패한 거라는 냉정한 평가가 나옵니다.
◆ 홍종호> 예, 저도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53% 감축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어요. 왜냐하면 현재 목표처럼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 감축을 달성한다는 전제 하에 2035년을 53%로 하여 선을 쭉 그어보면 2050에 탄소중립이 달성되는 경로예요. 그런데 50%라는 수치는 거의 느낌이 산업계가 48%를 요구했으니 그렇게 가긴 그렇고 조금 올리자고 한 것 같아요. 그리고 시민사회가 60% 이상을 요구해서 60%가 들어간 느낌입니다. 그러니까
뭔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단순한 타협의 산물이라는 느낌이 드는 거죠.
◇ 최서윤> 맞아요. 상한선 60%라 하니까 그러면 60% 넘게 감축하면 안 되는 거냐는 말도 나오더라고요. 궁색해졌다는 얘기가 나오는 거죠. 이렇게
목표치를 범위로 제시한 걸 두고도 논란이 있지만 사실은 수치 자체를 두고 반발이 큽니다. 김 장관은
실현 가능성에 초점을 맞췄다고 했어요.
2018년부터 2024년까지 6년 동안 9천만 톤 정도밖에 못 줄였는데 현실적으로 2030 NDC를 달성하려면 앞으로 남은 5년간 그 2배인 1억 8천만 톤을 줄여야 하거든요. 이번에 잡은 목표대로 하면 그다음 5년, 즉 2031년부터 2035년까지 또 똑같이 약 1억 7천만 톤에서 8천만 톤을 줄여야 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내년부터 10년간 줄여야 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최소 2억 7천만에서 3억 5천만 톤에 달한다는 거예요.
지난 6년간 감축량의 3~4배에 달하는 온실가스를 줄여야 한다는 겁니다.

◇ 최서윤> 정부도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한 흔적이 보이기는 합니다만, 시민사회계에서 강한 반발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지금 제시된 수치가 공청회 첫날의 48%, 53%, 61%, 65%, 이 네 가지 대안 중 어디에 근접하는지 아실 겁니다. 바로 48%와 53%, 가장 적은 수치에 근접한 거예요. 아까 53% 감축안도 지금 쭉 해 온 대로, 목표를 잡은 대로 선형 감축했을 때 나오는 시나리오라고 했잖아요. 이번에 등장한 최저선인 50% 또는 53% 이렇게만 감축하면 우리가 정하는 목표는 달성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50%로 최종안이 확정되면 지금까지 줄여온 것에 조금 못 미치게 감축해도 우리가 정한 2035 NDC는 달성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그냥 달성하려고 잡은 목표가 아니잖아요. 그게 끝이 아닌 거예요.
NDC를 정해서 국제사회에 발표하는 취지는 파리협정 이행, 2050 탄소중립이잖아요.
2035년까지 너무 적게 줄이면 남은 15년간 감축 부담을 더 지거나 아니면 탄소 중립이 불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오는 겁니다. 그래서 마지막 공청회에서 플랜 1.5 최창민 변호사가 날카롭게 비판했는데 같이 들어보시죠.
[플랜 1.5 최창민 변호사, 2025.11.6.]
"정부는 대국민 공개 논의를 시작하며 제시한 네 가지 2035 NDC 안 중에서 최악과 최악의 선택지만 남기고 국민에게 선택을 강요하는 셈이다."◇ 최서윤> 이게 비단 시민사회만의 주장이 아닙니다. 남은 15년간 더 큰 감축 부담을 지는 문제에 대해서 조금 더 언급해 볼게요.
작년 8월 헌법재판소 판결 취지를 보면요.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법률인 탄소중립법에서
2031년부터 2049년까지의 감축목표를 빠뜨린 것에 대해 헌법 불합치 판결이 나왔잖아요. 그래서 내년 2월까지 딱 3개월 정도 남았는데 법 개정을 하면서 탄소중립이 가능하도록 타임라인을 잡고 목표를 설정하라고 헌재가 판결한 겁니다. 2035년까지 최저 50%를 감축한다고 하면 2035년부터 2049년까지 한창 경제활동을 해야 하는 미래 세대가 얼마나 많은 부담을 짊어져야 하는 건지 아득합니다.
국회 논의하고는 또 달라요. 지금 관련
법 개정을 위해 국회에 발의된 법안이 몇 개 있는데요. 더불어민주당 이소영 의원과 박지혜 의원, 조국혁신당 서왕진 의원, 진보당 정혜경 의원 등이 제시한 여러 법안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나온 법안들을 비롯해
국회 논의에서도 2035년의 감축목표치는 61% 밑으로 내려간 적이 없어요. 그래서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위성곤 민주당 의원도 여당 의원이지만 이번 마지막 공청회에서 못내 아쉬움을 드러냈거든요. 들어보시죠.
[위성곤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장, 2025.11.6.]
"미래세대에 대한 책임, 과학적 근거 그리고 국제사회에 기여란 측면에서 보면 턱없이 기대에 못 미친다. 저희 기후특위에서는 65%를 제안드렸고요. 그것에 비춰보면 매우 부족하다."
◆ 홍종호> 우리가 이 문제를 냉철하게 볼 필요도 있다고 생각돼요. 2018년을 기준 연도로 하여 우리 법에도 규정돼 있듯 2050년에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건데요. 선형으로 직선이 쭉 있지 않습니까? 그 경로가 기준으로 하여 여기에서
아래로 볼록한 형태로 가면 현재 세대가 많은 부담을 지고 열심히 허리띠를 졸라매야 합니다.
위로 볼록한 형태로 간다는 건 우리는 지금 적게 줄일 테니 다음 세대가 많이 줄이라는 그림이 그려진 거고요.
우리는 이미 2018년부터 작년 2024년까지 위로 볼록한 형태를 그려오고 있었던 거예요. 그런데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를 줄이겠다고 국제사회에 공언했잖아요. 그러니 이미 볼록하게 위로 간 상태에서 지금부터 급격히 줄여야 그 2030 NDC가 달성되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2035 NDC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5년이 매우 중요하고 여기서 탄력받아서 계속 가야 한다고 봅니다. 그렇게 만약 53%가 되면 선형으로 끝까지 가서 2050의 목표 달성이 되는 것이고요. 달성이 된 다음에 좀 더 힘을 내면 2030년 이후에 아래로 볼록한 형태로 설계가 가능한 거죠.
그런데 이렇게 얘기한 걸 보면, 지금까지 우리가 너무 잘못해 와서 앞으로 5년 40% 감축도 어렵지 않겠냐는 게 은연중에 드러난 목표라는 생각이 듭니다.
◇ 최서윤> 더 큰 우려를 하시는 거네요. 지금 위로 볼록한 그래프를 반듯하게 선형으로 바꾸는 것만으로도 힘들다는 것이죠. 5년간 1억 8천만 톤을 줄여야 하니까요.
◆ 홍종호> 네, 맞습니다. 굉장히 도전적이에요.
◇ 최서윤> 네, 정부안이 나왔으니까 곧 최종안도 정해질 겁니다. 더 중요한 건 방금 말씀드린 국회 법안 발의 동향일 것 같아요. 지금 3개월밖에 안 남았잖아요. 지금 2035 NDC를 굉장히 지각 제출하게 된 셈이거든요. 작년 말부터 벌어진 계엄 사태, 대선, 정권 교체 이런 것 때문에 논의 시작부터
졸속 딱지가 붙은 측면이 있습니다. 이런 결과가 나올 것을 우려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게다가 원래 10월 14일에 최종 공청회를 하려고 예고를 했었거든요. 그런데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또 국정감사가 닥치면서 보름 넘게 미뤄졌어요. 여기서 또 우려되는 게 국회법 개정 논의도 지금 졸속이 되기 십상입니다.
◆ 홍종호> 그게 문제예요.
◇ 최서윤> 예. 지금 연말까지 국회 예산 정국이거든요. 그러면 두 달 안에 반짝하고 법 개정을 얼른 해버리고 각 정당은 내년 지방선거를 대비하려고 할 거잖아요. 바로 선거 정국이 오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헌재의 취지를 제대로 반영한 탄소중립법 개정이 될 수 있을지 아주 우려돼요. 잘 지켜봐야 합니다.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2035 NDC) 대국민 공개 논의 공청회에서 본인을 농민이라고 소개한 참석자가 의견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서윤> 끝으로 정부 NDC 발표의 남은 일정을 소개해 드릴게요.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심의를 하게 되는데요. 그전에 아마 당정 협의 같은 걸 거쳐서 두 개 안, 즉 최소 50% 또는 53% 감축안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게 될 것 같아요. 그 후 탄녹위 심의를 거쳐서 마지막으로 국무회의 심의, 의결 절차를 밟습니다. 그렇게 최종적으로 확정한 다음에
김성환 장관이 브라질 벨렝에서 열리는 제30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발표하게 됩니다. 브라질 기후 회의가 월요일인 10일에 개막해서 21일까지 2주간 개최되는데요. 각국의 2035 NDC 목표를 비교해 보면서
국제 사회에서는 우리나라의 목표치를 어떻게 평가할지 살펴보는 것도 관전 요소가 될 것 같습니다.
◆ 홍종호> 그렇습니다.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은 아주 요주의 대상국이에요. 왜냐하면
선진국 일부가 됐는데 탄소 감축에 있어서는 진정성을 보이지 않고 실적도 약하다는 평가가 많기 때문이에요. 이런 식으로 결정이 돼서 브라질에 간다면 평가는 박할 거라고 생각됩니다. 국내적으로 보면 우리나라
산업계가 더 마음을 열어야 합니다. 과거에 배출권거래제 시행할 때도 거의 우리나라 산업계가 초토화되고 망할 것처럼 얘기했어요. 그런데 그런 일이 일어났습니까? 오히려 배출권 할당이 너무 많아서 표정 관리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어요. 배출권으로 돈도 벌었어요. 그래서 산업계도 물러날 길이 없다고 하면서 소극적이고 수세적이고 정부에 압박하고 이런 식으로 가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자칫하면 자승자박이 될 수도 있어요. 이제는 산업계가 적극적으로 탄소중립에 대응하려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고요. 산업계나 정부의 책임만이 아니고 우리 모두의 과제다, 하는 국민의 생각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그러면서 정부도, 기후부도, 대통령실도 세게 가야겠구나, 하면서 힘을 받는 거거든요. 이번 정부의 발표를 계기로 전환적인 모습이 일어나는 대한민국이 되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음 세대가 이어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 최서윤> 맞습니다. 그리고 교수님께서 산업 부문 전환의 중요성을 굉장히 강조하셨는데요. 제가 들어보니까
산업 부문의 탈탄소 전환을 도울 투자인
전환금융 가이드라인을 정부가 준비하고 있답니다. 지금 초안이 나왔고 막바지 작업 중인데 이르면 올해 안에 발표해서 내년부터 시행될 수 있게 하겠다고 하거든요. 산업 부문의 전환에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철강이랑 석유화학업계 구조조정을 하는 김에 아예 제조 공정과 설비를 탈탄소로 전환할 수 있는 그런 계기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마지막으로 질문 하나 드릴게요. 교수님, 아직 3, 4일의 시간이 있습니다. 2035 NDC 최종안은 몇 퍼센트 정도가 적당할 것 같은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 홍종호>
50%는 도저히 용납이 안 되고요.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53%는 나름의 근거가 있기 때문에요. 선형으로 가면 2050 탄소 중립이 달성되니까요.
53을 하한으로 두고 상한이 문제인데요. 저는 53~60, 53~61 이런 것도 좋지만 2018년도부터 현재까지의 경로와 지금부터 2030년까지의 경로를 봤을 때
58%까지만 가도 상당한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건
경제학자로서의 솔직한 심정이에요.
◇ 최서윤> 많이 양보하신 거죠.
◆ 홍종호> 정부가 50, 53, 58 이것을 반드시 하도록 지금부터 정말 허리띠 졸라매야죠. 이건 2030년까지 40%가 된다는 전제하에 하는 겁니다. 이 정도 가면 그래도 대국민, 특히 시민사회의 아쉬운 마음을 조금이라도 달랠 수 있는 근거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냥 숫자 6을 한번 써주는 건 너무 궁색한 것 같아요.
◇ 최서윤> 네.
숫자가 낮아지더라도 적어도 이걸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하는 표현으로 53에서 58이어야 하는 거죠.
◆ 홍종호> 네. 저는 그렇게 생각했어요.
◇ 최서윤> 많이 양보하신 것 같아요.
◆ 홍종호> 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CBS 최서윤 기자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최서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