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정부와 여당이 법정 정년을 현행 60세에서 65세로 단계적으로 상향하는 법 개정을 올해 안에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법정 정년 연장은 고용 구조 개편과 함께 가야 하는 문제인 만큼 서두를 경우 부작용이 예상된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연내 입법을 목표로 지난 3일 '정년 연장 특별위원회' 첫 회의를 여는 등 본격적으로 당·정 논의에 들어갔다. 특위에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중소기업중앙회 등 주요 노사 단체와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특위에 참여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더 이상 원론적인 얘기만 반복할 수 없다"며 "그간 세부 내용에 대한 논의도 있는 만큼 결단만 남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정년 연장이냐 재고용이냐 선택의 문제라기보다 법적 정년 연장이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재고용 방안을 배합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도 전날 민주노총을 찾아 "법정 정년을 단계적 연장하는 일 역시 이미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에도 반영돼 있는 만큼 오늘 말씀해 주시면 여러분께 조금이라도 도움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국정과제로서 법정 정년 연장이란 큰 틀의 방향은 이미 정했고, 세부 내용과 보완책 마련이 앞으로 논의의 핵심이라는 얘기다.
노동계는 이미 정년 연장은 충분히 논의된 사안이라며, 오히려 입법 속도가 늦다고 비판하고 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지난 5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정년 연장법 처리를 촉구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같은 날 기자들과 만나 "사용자 측 합의를 기다리다가는 입법을 아예 못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논의가 속도를 내는 만큼 제도적 설계에 헛점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단순히 정년만 기계적으로 연장할 경우, 고령 인력의 고용이 기업의 인건비 부담으로 이어지고, 청년층 일자리를 잠식할 수 있다는 경영계의 반발이 여전히 크다. 경총이 지난 3월 발표한 전문가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2.4%가 정년 연장의 가장 큰 부작용으로 '청년 신규 채용 감소'를 꼽았다. '낮은 생산성 대비 높은 인건비', '직장 내 세대 갈등', '노동시장 이중구조 심화'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왼쪽)와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6일 서울 서대문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정책간담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또 다른 쟁점은 정년 연장과 국민연금 수급 연령 간의 시간차로 인해 발생하는 소득 공백 문제다. 현재 연금 수급 연령은 2028년부터 64세, 2033년부터는 65세로 늦춰지지만, 정년은 여전히 60세에 머물러 있어 퇴직 후 몇 년간 소득이 끊긴다.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해 정년 연장과 재고용 제도를 함께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에 따라 정년 연장은 단순히 '몇 살까지 일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가 아니라, 고용 구조 전반을 손질해야 하는 과제다. 임금체계 개편, 고용 유연성 확대, 중소기업 지원, 사회보험 사각지대 보완 등 다양한 제도적 조치가 함께 추진되지 않으면, 정년 연장 자체만으로는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정년연장 특위 위원으로 활동 중인 산업노동정책연구소 김성희 소장은 "정년 연장은 법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맞지만, 중요한 건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년 연장을 전제로 하되 언제부터, 어떤 방식으로 시행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이 필요하다"며 "제도 확산을 위한 구체적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년 연장, 임금체계 개편, 고용 유지와 청년 채용 지원이 포함된 종합 패키지가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