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시간) 미국 전역에서 일반선거가 개시된 가운데, 버지니아주 한 투표소 입구에 안내판이 세워져있다. 최철 기자 미국 전역에서 4일 오전(현지시간) 주지사, 시장, 지방의회 의원, 선거구 임시 조정 주민투표 등이 일제히 시작됐다.
주요 선거구를 꼽자면 버지니아와 뉴저지주에서는 주지사 선거가 열리고 뉴욕에서는 새로운 시장이 선출된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선거구 임시 조정안을 위한 주민투표가 실시된다.
이번 선거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선 승리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치러지는 것으로, 현 정치 지형에 대한 유권자들의 변화를 엿볼 수 있는 단서가 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내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공화·민주 양당의 전략가들이 이날 선거에서 나타난 유권자들의 움직임을 참고해 새로운 선거 전략을 짤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가 민주당 성향이 강한 주에 몰려있다는 한계가 있지만, 여기서 민주당이 압승할 경우 트럼프 행정부에게는 뼈아픈 일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번 선거에 나선 민주당 후보들은 자신의 정책을 홍보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인한 생활비 상승과 셧다운 장기화 등을 선거 캠페인에 활용해 이번 선거를 트럼프 대통령과 연계시키려고 노력해왔다.
맘다니 뉴욕시장 후보. 연합뉴스가장 관심이 가는 곳은 뉴욕 시장 선거이다.
스스로를 '민주적 사회주의자'(democratic socialist)로 부르는 34세의 무슬림 맘다니(민주)가 뉴욕 시장으로 선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선거 운동 기간 트럼프 대통령까지 나서서 맘다니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면서 올해 맘다니만큼 전국적인 주목을 받은 정치인이 없을 정도다.
트럼프 대통령은 맘다니를 향해 "100% 공산주의자 미치광이", "그가 당선되면 뉴욕시의 연방 자금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최근 발표된 마리스트대와 퀴니피액대 여론조사에서 맘다니는 각각 48%, 43%의 지지율로 1위를 기록했다.
선거 전문가들은 "이미 조기투표가 상당 부분 진행된 만큼, 이변이 없는 한 맘다니의 승리가 확실시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뉴욕시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사전투표 8일간 총 58만명 이상이 투표에 참여했다.
우간다에서 태어난 인도계인 맘다니는 이번 선거에서 SNS를 적극 활용하며 핵심 메시지로 '저렴한 생활비'를 집중적으로 강조했다.
그는 무료 대중교통, 시에서 운영하는 식료품점, 보편적 보육 등의 구상을 내놓으면서 부유층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도 함께 꺼내들었다.
오바마 전 대통령. 연합뉴스미국 민주당 내에서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오바마 전 대통령도 맘다니와 통화하며 "선거 이후에도 '조언자'가 되겠다"고 말하는 등 뒷배를 자처했다.
더 나아가 민주당 내부에서도 맘다니가 2008년 46세의 나이로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에 오른 오바마의 뒤를 잇는 '차세대 정치 스타'가 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재집권 이후 지리멸렬하고 있는 민주당은 새롭고 매력적인 목소리가 절실했는데, 맘다니의 부상은 이같은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신선한 변화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만 맘다니의 급진적 정치색에 대한 우려는 남아있다. 지난 6월 일찌감치 민주당의 뉴욕 시장 후보로 선출됐지만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연방하원 원내대표도 최근에서야 그를 공개 지지하고 나섰다.
공화당으로선 맘다니의 승리가 내키지는 않지만 향후 그를 민주당의 '대표 선수'로 부각해 '급진적이고 불안정한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덧씌우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선거를 앞두고 맘다니에 대한 비판을 빼고는 비교적 조용한 행보를 보였다.
선거 승리가 예상될 경우 어떻게든 자신의 공으로 포장하려는 경향을 보였던 것과는 사뭇 대조되는 것으로,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후보들이 부진하자 자신에게 미칠 정치적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한발 빼는 모습이다.
이에 반해 오바마 전 대통령은 맘다니 지원 외에도 뉴저지와 버지니아 주지사 후보 유세에도 합류해 "트럼프의 백악관은 매일 무법, 무모함, 광기를 쏟아내고 있다"며 "이번 선거는 단순한 지방선거가 아니라 트럼프 시대의 방향을 결정할 시험대"라고 열변을 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