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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산본과 흑전, 일본의 낭만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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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모토의 가슴을 친 친정 오릭스 구단의 작별 인사

2016년 고교 3학년이던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노히트 노런 완투승을 거둔 경기의 스코어북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일본 베이스볼 매거진 캡처2016년 고교 3학년이던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노히트 노런 완투승을 거둔 경기의 스코어북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일본 베이스볼 매거진 캡처
▶ 글 싣는 순서
①야마모토의 가슴을 친 친정 오릭스 구단의 작별 인사
②'상남자' 구로다를 울린 히로시마 팬들의 현수막

10년 전인 2015년 가을.
 
일본 최남단 미야자키현의 한 야구장에선 미야자키현 하계 고교 신인 야구 대회 결승전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었다.
 
마운드에는 햇볕에 까맣게 탄 깡마른 소년이 서 있었다. 고교 2학년인 그는 시속 150km의 강속구를 뿌려댔고 노히트 노런(무안타 무실점)의 대기록을 세우며 우승을 차지했다. 소년의 이름은 야마모토 요시노부(山本由伸)였다.
 
오카야마현의 비젠(備前)이라는 작은 도시에서 태어난 야마모토는 초등학교에 들어가자마자 소년 야구팀에서 야구를 시작했다. 포수와 내야수, 투수까지 맡던 그는 미야자키현의 미야코노조 고교에 진학한 뒤 본격적으로 투수로 전향하면서 잠재력이 폭발했다.

노히트 노런에 이어 퍼펙트 게임(무안타 무실점 무진루)까지 달성했다. 하지만 전국의 벽은 높았고 야마모토는 꿈의 무대인 고시엔(甲子園, 일본전국고교야구대회가 열리는 야구장)의 흙을 끝내 가져오지 못했다.
 
2015년 9월 미야코노죠 고교 2학년이던 야마마토 요시노부의 노히트 노런 소식을 보도한 미야니치신문 기사 캡처2015년 9월 미야코노죠 고교 2학년이던 야마마토 요시노부의 노히트 노런 소식을 보도한 미야니치신문 기사 캡처
그래도 '큐슈 4천왕'으로 평가됐지만, 투수로는 왜소한(현재 178cm) 체격에다 부상까지 당하자 프로 구단의 관심은 급속도로 식었다. 야마모토는 사회인 야구팀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어떻게든 야구를 하기 위해서였다. 고교 야구선수였던 아버지는 트럭 운전 등을 하며 아들을 뒷바라지했고 아들은 아버지가 구해준 타이어를 끌고, 경사진 길을 달리고, 고무 밴드를 당기며 체력을 다졌다. 이처럼 야구에 진심인 소년 앞에 오릭스 버팔로즈 스카우터가 나타났고 구단은 그를 드래프트 4순위로 지명하며 날개를 달아준다.

야마모토는 일본프로야구를 폭격한다. 그는 2017년부터 2023년까지 일곱 시즌 동안 통산 70승 29패 1세이브, 탈삼진 922개, 평균자책점 1.82, 노히트 노런 2회 달성 등 말그대로 리그를 씹어 먹는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는 일본 최초의 3년 연속 투수 4관왕(다승, 승률, 평균자책점, 탈삼진), 전설 가네다 마사이치(김경홍.재일동포) 이후 65년 만의 역대 두 번째 3년 연속 사와무라상(최고 투수상), 스즈키 이치로 이후 역대 세 번째 3년 연속 리그 MVP를 차지한다.
 
야마모토는 3년 연속 일본시리즈 진출과 26년 만의 우승을 선사하고 미국 메이저리그로 진출한다. LA다저스는 치열한 경쟁 끝에 12년 3억 2500만 달러(4680억 원), 메이저리그 투수 역대 최고액으로 야마모토를 영입한다.
 
야마모토는 자신을 알아봐 준 오릭스 구단에 포스팅 비용 5062만 5천달러(729억 원)을 선물했다. 그러나 2022년 일본시리즈 당시 어깨 부상으로 우승에 기여하지 못했다는 점이 내내 마음에 걸렸다. 2023년 시리즈 6차전에서 138구 1실점 완투승의 투혼을 발휘하며 팀을 7차전으로 밀어 올렸지만 한신에게 결국 우승을 내줬다.

아쉬움을 남긴 채 LA로 떠나는 야마모토에게 친정 오릭스 구단은 신문 전면 광고로 감동적인 작별 인사를 건넸다. 구단은 야마모토가 오릭스와 팬들을 위해 던진 14470개의 야구공으로 그린 야마모토의 그래픽 사진 위에 감사의 글을 올렸다.
 
일본프로야구 오릭스 버팔로즈가 야마모토 요시노부의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을 축하하며 게재한 작별 광고. SNS 캡처일본프로야구 오릭스 버팔로즈가 야마모토 요시노부의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을 축하하며 게재한 작별 광고. SNS 캡처
"중력을 무시하는 직구. 마법 같은 변화구. 웃음이 나올 정도로 정밀한 제구.
버펄로스에서 던진 14470구. 그 모든 것에 고맙다.
솔직히 많이 그리울 것이다. 떠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도 있지만,
그래도, 역시, 미국에서 활약하는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보고 싶다.
가라, 요시노부. 우리의 손이 닿지 않는 그곳까지.
일본 최강이 세계 최강이라는 것을 증명해 줘"

 
이에 "정말 기뻤다"는 야마모토는 정말 증명했다. 월드시리즈 MVP를 차지하며 미국 메이저리그를 정복했다.

일본 어느 시골의 작은 야구장을 심장이 터져라 뛰고 달렸던 "야구소년"이 돌아왔다.
만화 같은 믿을 수 없는 투혼으로 전 세계 야구팬들을 울렸다.
그리고 세계 최강으로 우뚝 섰다.

2025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에서 역투하는 야마모토 요시노부. 연합뉴스2025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에서 역투하는 야마모토 요시노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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