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종호> 한 주 동안 세계 각지에서 벌어진 기후 현안 전해 드리는 주간 기후 브리핑 시간입니다. CBS 경제부 최서윤 기자 나와 계세요. 오늘 어떤 이야기 준비해 주셨습니까?
◇ 최서윤> 오늘도 두 가지 소식 준비했습니다. 먼저 첫 번째 소식입니다.
진격의 코스피, 전력·2차전지도 껑충.
◆ 홍종호> 증시가 매일매일 새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데요. 오늘 관련 이야기해 보는군요.
◇ 최서윤> 네. 요즘 코스피 시장 관심 많으시죠? 월요일에 사상 처음으로 코스피가 4천선을 뚫었습니다. 역대급 불장이 이어지면서 글로벌 시장 유동성도 한국 증시로 몰리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분석이 많이 나오는데요. 저희 기후로운 경제생활에서는 에너지 관련 섹터를 특히 주목해 보려고 합니다. 바로 전력기기랑 2차전지주 얘기에요.
◆ 홍종호> 그래요. 이번 코스피 불장의 배경은 크게 AI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분석되고 있어요. 전력 기기나 2차전지가 다 여기에 엮여 있죠. 동시에 에너지 전환 시대 맞아서 더더욱 주목받을 섹터 아니겠습니까? 일단 이번 상승 배경에 관한 이야기 좀 들어볼까요?
◇ 최서윤> 네. 이번 상승장의 중심에는 단연 K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랑 SK하이닉스가 있다는 걸 부정할 수 없어요. 시가총액 1, 2위의 두 기업이 그동안 코스피 지수 상승을 이끌어 왔는데요. 이 두 기업이 메인 플레이어라면 전력기기랑 2차전지 산업은 이 메인 플레이어가 역할을 잘할 수 있도록 받쳐주는 버팀목이라고 보면 됩니다. 동시에 이 사이클의 훈풍을 직접적으로 입고 있고요. 일단 인공지능 확대로 전력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는 말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AI 시대 경쟁이 연산 능력이 아니라 오히려 전력 확보 능력에서 갈린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예요. 많은 양을 발전해서 그만큼 많은 양을 잘 전달하고 저장하는 게 핵심입니다. 구체적인 과정으로 말하면 석탄 화력이든 재생에너지든 원자력이든 발전소에서 전력 생산을 되게 많이 해야 해요.
◆ 홍종호> 경제학적으로 말해볼게요. AI 산업이 있고 전력 산업이 있잖아요. 전력 산업은 AI의 후방으로 연관된 핵심 산업이라고 할 수 있죠. AI가 구동되려면 전기가 필요하다는 거죠. 그런데 AI가 너무 많은 전기를 필요로 하는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에 그만큼 전력 공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AI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습니다. 전력 공급이 핵심적인 산업이라고 보는 근거가 여기에 있는 것이죠.
◇ 최서윤> 우리가 탈탄소도 해야 하고 빠른 시간 안에 전력 생산을 매우 많은 양으로 늘려야 하는 상황이잖아요. 그래서 빅테크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섹터에 투자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발전량부터 감당이 돼야 하거든요. 발전소에서 전력을 만들고 나면 소비처까지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과정도 필요합니다. 이걸 송전이라고 하는데요. 송전은 전기를 고압으로 멀리 이동시키는 과정을 말해요.

◇ 최서윤> 여기서 게임이 시작되는 겁니다. 전기를 한 번에 많이 안전하게 보내야 하는데 지금 수요도 폭발하고 있어요. 그런데 송전망 인프라가 안 따라주는 겁니다. 우리나라 얘기 같은데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 에너지부에 따르면 국가 송전선의 70% 이상이 25년 넘은 노후 설비라고 해요. 노후 송전망을 이용하게 되면 전기가 안정적으로 가지 않을 수 있다는 것도 문제지만 대형 산불 같은 직접적인 재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2017년 말에 캘리포니아 대형 산불의 원인으로 낡은 송전선이 지목된 적 있어요. 송전선이 바닥에 떨어지면서 불이 시작됐다고 하거든요. 전기 수요가 폭발하는데 전기를 어떻게 하면 안전하게 보낼 것인가 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떠오르는 기술이 있는데요. 한 번에 먼 거리를 안전하게 보내기 위해 필요한 HVDC라는 기술입니다. 하이 볼티지(High Voltage), 우리 말로 초고압 직류 송전이라는 시스템이에요. 간단히 말하면 전기를 기존 방식인 교류가 아니라 직류로 바꿔서 보내는 송전 기술이에요. 재생에너지를 송전하는 데 있어서 직류로 바꾸는 DC 기술이 핵심이죠. 전력 손실이 적고 장거리 송전에 유리하다고 해요. 그다음에 이 기술은 전기를 해저나 땅 밑 등 다양한 경로로 먼 거리까지 안전하게 보낼 수 있다고 해서 떠오르고 있습니다. 한국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에도 이 HVDC 고압 송전망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 홍종호> 네. 전기를 만드는 쪽은 주로 대한민국의 남쪽이죠. 여기서 재생에너지 풍력이나 태양광이 많이 만들어지고 전기를 필요로 하는 곳은 수도권 지역이죠. 산단을 만드는 등으로 인해 전기를 필요로 하는 거죠. 다만 육지로 끌어오려니 주민들의 수용성이 낮아서 바다로 끌어오자는 겁니다. 그러면 거리가 멀어지니 먼 거리에 상대적으로 경제성이 높다고 알려진 HVDC를 깔자고 논의되는 거고요. 약간 전문적인 얘기지만 그 과정에서 DC·AC, 즉 직류와 교류를 바꿔주기 위해 변환소라는 것도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 인프라 투자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거죠.

◇ 최서윤> 네. 미국도 한국도 이 분야 인프라 투자에 강력한 자금이 몰릴 걸로 예상되는데요. 산업 관련해서 말씀드릴게요. 이 분야에서 한국 기업 빅3가 있어요. 효성, HD현대일렉트릭 그리고 LS 일렉트릭입니다. 이 세 기업이 미국이랑 유럽 송전망 투자로 수주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고 해요. 한국 기업들이 변압기 제조, 전력망 설치, 유지 보수 등과 관련한 플랜트 건설 분야에서 특히 강점이 있거든요. 그런데 아직 이 기술이 모두 국산화된 건 아니라고 해요.
효성의 경우에는 기술 국산화를 강조하고 있고 LS일렉트릭은 GE버노바 같은 해외 기업이랑 협업하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후발 주자로 평가받는 게 HD현대일렉트릭인데요. 최근에 HVDC를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개발한 국가인 스웨덴 기업 히타치에너지와 협력하면서 변수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 세 주요 기업은 3분기에 호실적을 발표했고요. 실제로 공장 증설이나 신설에 나서면서 수요에 대응하고 있어요. HD현대일렉트릭은 미국 앨라배마와 울산에, LS일렉트릭은 부산에 공장 증설을 하면서 성장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주가도 자연스럽게 여기 따라 줬는데요. 지난주 국내 상장 ETF 중 수익률 1위가 HANARO 전력설비투자였고요. 2위가 KODEX AI전력핵심설비였습니다. 이 두 상품 모두 전력기기 ETF고요. 아까 말씀드린 빅3, 즉 효성, HD현대일렉트릭, LS일렉트릭 같은 전력기기주를 높은 비중으로 담고 있는 ETF입니다. 애널리스트들이 이 전력기기 산업이 일시적인 호황이 아니라 아예 장기적인 성장 사이클에 진입했다고 분석하고 있더라고요.
◆ 홍종호> 네. 국토가 넓은 중국에서는 이미 HVDC를 깔아서 그걸로 전기를 보내고 있거든요. 그런데 이게 과연 한국에 반드시 필요한 거냐 하는 시선도 있어요. 물론 필요하다고 보는 입장도 있고요. 우리 국토가 그렇게 넓지 않은데 초기 투자비가 많이 들어가는 사업이라서요. 수십조가 들어가는 큰 사업이라 이걸 하는 게 경제성이 있고 국가적으로 올바른 전략이냐에 대한 다양한 생각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정부 당국에서 충분한 논의를 통해 남쪽의 전기를 북쪽, 특히 수도권으로 가져오는 데 HVDC가 필요한 건지, 만약 한다면 어떤 식으로 할 건지 등에 대해 고민해야 합니다. 한 번 투자가 들어가면 돌이킬 수 없으니까 그런 접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 최서윤> 확실히 업계에서도 말씀하신 부분을 준비하고 있는 것 같아요. 수도권 집중 해소라는 정치적 결단만 있으면 변화가 크게 이루어지는 부분이잖아요. 들어보니까 한전에서는 작년 말에 아예 DC 기술을 LVDC(저전압 직류 배전), 즉 로우 볼티지(Low Voltage), 그다음에 MVDC(중전압 직류 배전), 즉 미디엄 볼티지(Midium Voltage) 이 2개에 집중해 보겠다는 투자 선언을 했더라고요. 어차피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면 이 직류로 바꾸는 기술 자체가 중요하니까요. 변화의 시기가 오면 어쨌거나 DC는 필요하니까 HVDC 못지않게 LVDC, MVDC에 대한 관심도 생기더라고요.
지금까지 송전 분야 알아봤는데요. 이제 송전했으면 가정, 건물, 공장 같은 최종 소비처에서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전압을 낮춰서 배급해야 하잖아요. 이걸 배전이라고 합니다. 전력 소비가 집중되면서 이 배전망의 신속한 대응에 대한 중요성도 커지고 있어요. 실제로 산업 규모도 송전 분야보다 오히려 크다고 해요. 송전보다 더 많은 장비와 관리 포인트가 필요하고 그만큼 기술 의존도도 높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분야 한국 주요 플레이어로는 LS일렉트릭, 효성중공업과 같이 앞서 말한 기업들이 있고, 그다음에 한전KDN도 꼽힌다고 합니다. 기본적인 원리나 내용은 앞에 설명해 드린 송전 내용과 비슷해서 이 부분은 간단히 넘어갈게요.

◆ 홍종호> 그래요. 재생에너지 시대에는 저장이 중요하다는 얘기가 계속 나오잖아요. 이제 그 부분 얘기해 볼까요?
◇ 최서윤> 예. 역시 다음 단계는 남는 전기를 필요할 때 잘 꺼내 쓰기 위해 보관하는 단계입니다. 송전과 배전을 통해서 전기가 빠르게 배달되고 나면 저장은 그 흐름을 조절하는 단계라고 볼 수 있어요. 대표적인 기술로 에너지 저장장치, ESS가 있죠. 발전량이 남을 때 전기를 저장했다가 수요가 있을 때 가져다 쓰는 일종의 에너지 냉장고입니다.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AI 투자가 확대되면서 전력망과 같이 기대감이 커지는 게 ESS라고 해요. ESS를 만드는 2차전지 기업들은 한동안 전기차 캐즘 때문에 살짝 기세를 못 펴고 있었는데 AI 훈풍에 힘입어서 날개를 달았습니다. 업계에서는 반짝 성장이 아니라 중장기 성장성이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해요. ESS가 기존에는 보조적인 역할로만 여겨졌다면 이제는 핵심 요소로 진화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ESS 비중이 높은 국내 업체 중심으로 실적 흐름 개선이 본격화할 거란 전망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런데 옥석 가리기는 여기서 시작돼요. 투자하실 때 ESS 대응 능력이랑 실적 비중이 높은 업체 위주로 접근하셔야 하거든요. 구체적으로 LG에너지솔루션이 대표 기업이죠. 북미 시장에서 ESS 사업으로 가장 먼저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글로벌 배터리사 중에서 처음으로 미국 미시간 공장에서 ESS용 배터리를 대규모 양산하기 시작했는데요. 이 생산 거점을 확보한 게 경쟁사 대비 뚜렷한 강점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삼성SDI도 국내 ESS 입찰 시장에서 대규모 수주를 따낸 실적이 있고요. SK온도 국내에서 LFP 배터리 생산을 앞두고 있습니다. ESS가 핵심 인프라로 부상하면서 관련 기업의 기대가 몰리고 있고 주가도 반등하기 시작했습니다. 한동안 내리막길을 오래 걸어 왔거든요. 그런데 올해 5월부터 반등이 시작돼서요. 10월은 폭발적인 상승세가 연출되고 있습니다. 이 주식시장 오름세를 언제까지 이어갈지 주목되고 있는데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정말 장기적인 성장이 가능할지 눈여겨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 홍종호> 이 주식시장의 성장은 많은 투자자들이 환영할 만한 이야기죠. 그런데 결국 이것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실물에서 충분한 뒷받침이 돼야 합니다. 오늘 최 기자가 말씀하신 전력 기기, ESS 저장장치 같은 것들이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앞으로 여기에 대한 국가적인 투자와 전략들이 필요합니다. 이 시장의 훈풍과 맞물려서 한국에 가장 적합한 방식의 전력 시스템을 갖춰 나가는 것이 동반돼야 주식시장에 지속 가능한 훈풍이 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 최서윤> 정말 자금 흐름이 생산적인 부문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보겠습니다.
◆ 홍종호> 코스피 불장 속에서 한창 주가를 올리는 전력 관련 기업들을 전력 밸류체인과 엮어서 함께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