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 출근길 전경. 정혜린 기자부산·울산·경남의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고 있다. 불안정한 일자리와 진로 불안 속에서 삶의 방향을 잃은 청년들은 "그냥 쉬고 싶다"고 답했다.
29일 동남지방통계청이 발표한 '통계로 보는 동남권 청년의 삶 2025'에 따르면, 지난해 부울경(만 19~39세) 청년 인구는 165만 5천명으로 집계됐다. 10년 전보다 51만 6천명 줄었다. 청년 인구 비중도 27.9%에서 22.4%로 감소했다. 인구 감소율은 경남(-25.5%), 울산(-25.3%), 부산(-21.7%) 순이었다.
특히 지난해 부울경을 떠난 청년은 2만 1752명으로, 여전히 유출이 유입을 앞질렀다. 청년 순유출 규모는 2020년 3만 3천여 명보다 줄었지만, 2015년보다 1만 명 이상 많다. 지속적인 청년 이탈은 지역의 노동력과 미래 동력 약화로 직결된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는 이유 중 하나는 '번아웃'이다. 스스로 소진됐다고 답한 부울경 청년 비율은 40.3%로 전국 평균(32.2%)보다 8%p 높았다. 2년 전(29.1%)보다도 11%p 이상 늘어난 수치다. 부산(39.2%)과 울산(42.0%) 모두 전국 평균보다 높았으며, 수도권에서는 오히려 번아웃 경험률이 6%p 줄었다.
이들이 번아웃을 느낀 이유는 '진로 불안(40.3%)'이 가장 많았다. '일에 대한 회의감(17.4%)', '업무 과중(17.0%)', '일과 삶의 불균형(10.6%)' 등이 뒤를 이었다. 즉, 단순한 피로감이 아니라 앞날에 대한 불확실성이 청년들의 에너지를 갉아먹고 있는 셈이다.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청년 가운데 "그냥 쉬고 싶다"고 답한 이들도 늘었다. 이 비율은 2015년 11.9%에서 꾸준히 오르다 지난해 20.8%에 달했다. 중대한 질병이나 장애가 없음에도 일과 관계로부터 한 발 떨어진 '휴식 상태'에 머무는 청년이 5명 중 1명꼴로 나타났다.
고용률은 66.4%, 실업률은 5.0%로 최근 몇 년간 개선 흐름을 보였지만, 소득과 부채의 격차는 더 커졌다. 2023년 청년 평균 소득은 2477만 원으로 2년 전보다 472만 원 늘었지만, 부채는 같은 기간 932만 원 증가했다.
삶에 대한 만족도도 떨어졌다. "현재의 삶에 만족한다"고 답한 비율은 43.5%로, 2016년보다 2%p 낮았다. 부산(-4.1%p), 울산(-5.5%p) 모두 감소한 반면 경남만 소폭 증가했다. 대인 관계 만족도는 59.5%, 여가 균형을 이뤘다고 답한 청년은 52.6%였다. 여가 자체에 만족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71.3%였지만, 그 이면에는 "번아웃에서 벗어나기 위한 최소한의 회복"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청년들이 더 이상 '일터에서의 성공'을 중심에 두지 않고, '버티는 삶'을 이어가는 구조적 피로감이 지역 청년층 전반에 확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청년 일자리 숫자를 늘리는 접근을 넘어, 삶의 지속 가능성을 회복시킬 지역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