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정책실장이 29일 경북 경주 APEC 미디어센터에서 한미 정상회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한국과 미국이 관세협상의 세부사항에 대한 합의를 이뤘다. 3500억 달러 규모인 대미 투자 중 2000억 달러는 현금 투자로, 1500억 달러는 조선업 분야 협력으로 구성하기로 했다.
대통령실 김용범 정책실장은 29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미디어센터 브리핑을 통해 "대한민국 정부는 10월 29일 미국과의 관세 협상의 세부 내용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대미 금융투자 3500억 달러는 현금 투자 2천억 달러와 조선업 협력 1500억 달러로 구성된다"며 "2천억 달러는 일본이 미국과 합의한 5500억 달러의 금융 패키지와 유사한 구조"라고 말했다.
연간 투자 상한은 200억 달러로 설정됐다. 김 실장은 "2천억 달러의 투자가 한 번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고, 연간 200억 달러 한도 내에서, 사업의 진척 정도에 따라 달러를 투자하기 때문에 우리 외환시장이 감내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마스가'(MASGA, 미국의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로 불리는 조선업 협력 1500억 달러는 미국이 아닌 한국 기업의 주도로 추진되며, 투자 뿐 아니라 보증도 포함된다.
신규 선박 건조의 경우에는 장기 금융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선박 금융을 포함해서 외환 시장 부담을 줄이는 한편, 한국 기업의 수주 가능성도 높였다.
한미간 상호관세는 기존대로 15%를 유지하며,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의 관세 또한 15%로 인하된다.
의약품, 목재 제품은 최혜국 대우를 받게 되고, 항공기 부품, 제네릭 의약품(복제약), 미국 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천연 자원 등은 무관세 적용을 받는다.
반도체는 주요 경쟁국인 대만 대비 불리하지 않은 수준의 관세를 적용받기로 했다.
김용범 정책실장이 29일 경북 경주 APEC 미디어센터에서 한미 정상회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은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연합뉴스김 실장은 이번 협상에 대해 한국의 가장 큰 우려였던 외환시장에 대한 실질적 부담을 크게 경함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연 납입 한도를 최대 200억 달러로 설정한 점, 외환시장의 불안이 우려될 경우 납입 시기와 금액 조정을 요청할 수 있는 별도 근거를 마련한 점, 투자 약정은 2029년 1월까지지만 실제 자금의 조달은 장기에 걸쳐 이뤄지는 점 등이 외환 시장에 대한 영향력을 최소화했다는 설명이다.
원금 회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안전장치로는 상업적 합리성이 있는 프로젝트만 추진하기로 합의해, 이를 양해각서(MOU)에 명시하기로 했다.
원리금 상환 전까지 한국과 미국이 각각 5대 5로 나누기로 했던 수익금 배분은, 20년 내에 원리금을 전액 상환 받지 못할 것으로 전망될 경우 배분 비율을 조정 가능하도록 했다.
특정 프로젝트에서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다른 프로젝트에서 이를 보존할 수 있도록 특수목적법인(SPC)의 구조를 '엄브렐라'(우산) 형태로 설계해 리스크를 낮췄다.
김 실장은 "관세 인하와 발효의 구체화로 시장의 불확실성을 완화했다"며 "무엇보다 우리나라 대미 최대 수출 품목인 자동차에 대해 관세를 25%에서 일본, EU와 동일한 수준으로 인하하여 불리하지 않은 경쟁 여건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은 투자 프로젝트 추진 과정에서 가급적 한국이 추천하는 한국 업체를 선정하고 한국인 프로젝트 매니저를 채용하기로 했다"며 "농산물 분야 추가 시장 개방은 철저히 방어했다. 민감성이 높은 쌀, 소고기 등을 포함해 농업 분야에서 추가 시장 개방을 철저히 방어했고, 검역 절차 등에서의 양국 간 협력과 소통 강화 정도로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한국보다 먼저 미국과 합의를 이룬 일본과의 비교점에 대해서는 "상업적 합리성이 있는 프로젝트만 선별한다. 현금 투자규모도 일본은 5500억 달러이고 우리는 2천억 달러에 1500억 달러"라며 "투자 선정 후 초기에 선불로 한꺼번에 보내는 것이 아니라 사업의 진척 정도, 기성도 방식으로 분산투자를 한다. 집념을 가지고 반영시켰다"고 설명했다.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당초 전망과 달리 타결에 이른 배경에 대해서는 "이재명 대통령도, 오현주 안보실 3차장도 말을 했는데 며칠 만에 우리가 양보해서는 합의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우리는 원칙을 가지고, 시기 때문에 국익을 소홀히 하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