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SK하이닉스가 AI(인공지능) 확산과 맞물린 반도체 호조에 힘입어 올해 3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해당 분기 영업이익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11조 3천억 원을 돌파하며 삼성전자에 이어 국내 기업 가운데 두 번째로 '10조 클럽'에 진입했다.
HBM 기술력을 중심으로 이 같은 성과를 낸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초호황기'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했다. 향후 5년 동안 HBM 시장이 평균 30% 이상의 높은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고 보고, 최첨단 생산 인프라 구축과 조기 가동으로 폭증하는 수요에 대응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HBM 주축으로 호실적…"메모리 시장, 초호황기 진입"
SK하이닉스는 29일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11조 383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1.9%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29일 공시했다. 매출은 24조 4490억 원으로 같은 기간 39.1% 불어나 마찬가지로 분기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2분기에 세웠던 분기 최대실적을 다시 한 번 갈아치운 것이다. 당기순이익은 12조 5975억 원으로 119%나 늘었다.
이 같은
호실적의 중심은 AI 훈풍을 탄 HBM(고대역폭메모리)이다. HBM은 AI가 대량의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때 필수적인 부품으로, 그간 SK하이닉스가 시장 주도권을 쥐어왔다. SK하이닉스는 "HBM3E 12단과 서버향 DDR5 등 고부가가치 제품군 판매 확대로 지난 분기에 기록한 역대 최고 실적을 다시 한 번 넘어섰다"고 밝혔다. HBM은 범용 D램보다 가격이 약 5배 높은 고부가가치 제품인 만큼 SK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이익률은 47%에 달했다.
SK하이닉스는 특히 "당사 HBM은 2023년 이후 계속해서 매진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며 "HBM 수요 대비 공급은 2027년에도 타이트하게 유지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당사는 고객사의 니즈에 부합하는 제품을 적기에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들과 내년 HBM 공급 협의를 모두 완료했다"며 "지난 9월 개발을 완료하고 양산 체제를 구축한 HBM4는 고객 요구 성능을 모두 충족하고 업계 최고 속도 지원이 가능하도록 준비했다. 회사는 이를 4분기부터 출하하기 시작해 내년에는 본격적인 판매 확대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내년 실적도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실적발표 후 이뤄진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메모리 시장은 당초 예상과는 달리 전 제품군에서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며 초호황기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로보틱스 등 AI응용처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는 점, AI의 성능 진화로 서버 수요가 증가한다는 점, 반도체 공급은 제한된다는 점에서 과거와 달리 호황기가 장기화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AI 기업들의 투자 확대로, HBM 시장은 보수적으로 보더라도 향후 5년 평균 30%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HBM 뿐 아니라 메모리 전반 가격 상승…"최첨단 인프라 구축 속도낼 것"
연합뉴스AI의 빠른 확산으로 HBM 뿐 아니라 범용D램과 낸드까지 메모리 전반의 가격이 상승한 점도 SK하이닉스 성장세를 뒷받침하는 모양새다. D램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D램 주요 제품인 DDR4 평균 현물 가격은 7.93달러로 한 주 만에 10% 가까이 올랐다.
SK하이닉스도 이런 가격 상승세와 수요 강세를 언급하며 "128GB 이상의 고용량 DDR5 제품 출하량도 2개 분기 연속 전 분기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낸드 출하량은 직전 분기에 크게 증가한 기저효과로 한 자릿수 중반 하락하였으나, 엔터프라이즈 SSD는 AI 서버향 수요가 증가하며 두 자릿수의 출하량 증가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디램 수요성장률은 올해 10% 후반에서 내년 20% 이상으로 확대되고, 낸드 수요성장률은 올해 10% 중반에서 내년 10% 후반으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했다.
이처럼 메모리 수요가 폭발적인 만큼, SK하이닉스는 생산 인프라 확대에도 속도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장비 반입을 시작한 청주사업장 M15X의 생산능력을 조기에 확보하고, 올해부터 건설이 본격화 된 용인 1기 팹도 관련 일정을 앞당기겠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MX15와 용인 팹으로 이어지는 최첨단 생산 인프라 구축을 통해 향후 증가하는 AI 메모리 수요 성장에 유연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