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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직 걸겠다고 했는데 계속 되는 산재…노동부 '긴장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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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례적 주말 장관 직접 브리핑…대통령실 '강력 대응' 지시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노동부 내부에서는 "뾰족한 수 없어" 고심 깊어져
노동계선 "위험의 외주화 등 구조적 대책 없어…노동안전종합대책 후속 입법도 미비" 지적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주에서 발생한 중대재해 관련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주에서 발생한 중대재해 관련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산업재해 감축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내세운 이재명 정부가 잇단 중대재해 발생으로 고심하고 있다. 산재 예방 정책이 성과를 거두기는커녕, 사망 사고가 반복되면서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 내부에서는 위기감까지 감지되고 있다.

28일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25일 경북 경주의 한 아연 제조공장에서 발생한 질식 사고로 노동자 4명이 죽거나 다치자, 정부는 이례적으로 주말인 26일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열고 강경 대응 방침을 발표했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기초 안전 수칙만 지켜도 예방할 수 있는 중대재해가 반복되는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노동부, 검찰, 경찰 등은 중대재해 사건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철저히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 장관은 "앞으로는 기초 안전 수칙을 준수하지 않거나 같은 유형의 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경우에도 압수수색, 구속 등 강제수사를 적극 활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노동부는 이번 사고에 대해 "수조 내 질식 재해 발생 경위, 밀폐공간 작업 전 기초 안전조치 이행 여부 등을 엄정히 수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대통령실 '강력 대응' 방침에 주말 직접 브리핑한 노동 장관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주에서 발생한 중대재해 관련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주에서 발생한 중대재해 관련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노동부 장관의 사고 현장 방문과 주말 긴급 브리핑은 대통령실의 지시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부 안팎에서는 대통령실이 사고 직후 '강하게 대응하라'는 입장을 전달했고, 이에 따라 관계부처가 긴급하게 소집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노동부 관계자는 "대통령실의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강경 조치 배경에는 "SK에너지에서 6명이 사상하는 등 최근 연이어 발생한 사망 사고에 정부 차원에서 경각심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노동부 내부에서는 "사고가 날 때마다 장관이 직접 나서 강경 대응을 반복하는 것이 과연 지속 가능한 방식인가"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 관계자는 "계속해서 강한 메시지를 내는 데 한계가 있다"며 "내부적으로도 이 같은 상황이 오래 지속될 수 없다는 위기감이 있다"고 말했다.

김영훈 장관은 일찌감치 '산재와의 전쟁'에 직을 걸겠다고 표명한 바 있다. 이어 노동부는 지난 9월 강력한 처벌과 안전관리 의무를 강화하는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지난 20일부터는 '중대재해 감축 주간 점검회의'를 정례화하고, 전국 48개 지방노동관서를 통해 지역별 감독 상황을 공유하고 있다. 타깃 업종에 대한 특별감독과 민간 재해예방기관과의 협업도 병행하고 있다.

노동부가 강력한 대책들을 연이어 쏟아냈지만, 실제 현장의 변화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망 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충격요법'이 한계에 다다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뾰족한 수 없어…" 커지는 긴장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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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노동부 관계자는 "근로감독관만으로 전국 200만 개 이상의 사업장을 모두 점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경각심을 주고, 현장의 안전문화를 바꿔야 하지만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는다는 게 문제"라고 말하기도 했다.

산업재해 발생 양상도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건설업 중심이었던 중대재해는 최근 들어선 제조업과 지방 중소사업장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경주 사고 역시 중소 하청업체에서 발생했으며, 유해가스 측정 미비, 보호장비 미착용, 감시자 미배치 등 기본 안전수칙이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점에서 노동계는 정부 대책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최명선 노동안전보건실장은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사고 역시 위험의 외주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밀폐 공간에서의 질식 작업은 도급 금지 대상으로 산업안전보건법에 명확히 규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최 실장은 "현행 도급 금지 조항은 주로 화학물질 분야에 한정돼 있으며, 발전·조선업 등 고위험 업종은 빠져 있어 법적 보호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도급 금지 대상 확대를 권고한 바 있지만, 현재 정부 대책은 공공부문 실태조사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특수고용노동자, 이주노동자, 소규모 사업장에서 사망사고가 집중되고 있음에도, 노동안전종합대책 등 해당 분야에 대한 후속 집행과 법안 발의는 지연되고 있다"며 "감독 강화만으로는 사고를 줄일 수 없고, 정책의 실행력과 입법 추진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제도 개선과 현장 대응을 병행한다는 방침이지만, 노동계는 "사고 발생의 구조적 원인을 제거하지 않고서는 실질적 개선은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노동부 내부에서도 성과에 대한 부담과 반복되는 대응 방식의 한계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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