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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주택공급 시급한데…혼란 속 얼어붙는 재건축·재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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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초강력 10·15 부동산 대책 여파로 정비사업도 혼란 속 삐걱대
투기 막겠다며 전매제한, 최소5년간 재당첨 제한 등 강경책 쏟아냈지만 선의의 피해자도 속출
과도한 규제와 사업성 축소로 재건축·재개발 위축 불가피할 듯

박종민 기자박종민 기자
서울시 전역을 3중 규제로 묶는 전례 없는 '초강경' 부동산 대책의 여파에 재건축·재개발 시장마저 흔들거리는 모양새다. 부동산 업계 일각에서는 주택시장 공급의 중요한 축인 정비사업 시장이 근본부터 무너질 수 있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10·15 부동산 대책을 통해 서울시 전체를 토지거래허가구역·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로 지정했다. 이 가운데 재개발·재건축 사업 진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규제는 투기과열지구 지정이다. 투기과열지구에 지정되면 △재당첨 제한 △전매제한 △분양권 거래 제한 등의 강력한 규제를 받는다.
 

재당첨 제한 규제, 재건축 투기자본 막는다지만…선의의 피해도 불가피


이 가운데 '재당첨 제한'은 정비사업조합원 분양 또는 일반분양을 받은 사람이나 그 세대 구성원이 일정 기간 내에 다시 다른 정비사업 구역의 청약 또는 분양참여 자체를 막는 규제다. 한번 정비사업에서 분양을 받은 사람이라면 최소 5년간 다른 재건축·재개발 구역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 투기 자본이 하나의 정비사업에서 막대한 수익을 얻고 이를 바탕으로 다른 정비사업에 참여하는 순환을 원천적으로 막겠다는 제도다.
 
하지만 재건축·재개발 사업지구 내에 주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전부 투기적 목적만을 가진 것은 아니다. 예외 없는 '재당첨 제한'으로 인해 교육, 취업, 결혼 등의 이유로 이사를 계획했던 사람들마저 아파트를 팔 수 없게 됐다. 경제적으로 급한 사정이 생겨도 처분할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여기에 일단 재건축·재개발 분양을 받은 세대원 모두에게 5년간 재당첨이 제한된다는 점도 문제다. 아버지가 재개발 지역 분양을 받게 되면 세대원이 아들 역시 5년간 분양이 제한된다.
 

재건축 지역 다주택 보유자 '강제 현금 청산' 외통수에 전전긍긍

류영주 기자류영주 기자
특히 동일한 재건축 사업장에 2채 이상 주택을 보유한 다주택자들은 더욱 다급한 상황에 놓였다. 재당첨 제한에 걸리면 1채를 제외한 다른 주택들은 현금 청산이 되기 때문에 서둘러 매각해야 한다. 하지만 재건축 사업장의 경우 조합 설립과 동시에 전매가 제한되기 떄문에 팔기도 불가능해진다. 조합설립 이후 관리처분 인가를 받아야 전매 제한이 걸리는 재개발 지역은 그나마 여유가 있지만 재건축 지역의 다주택자들은 '외통수'에 걸렸다.
 
동일한 재건축 지역에 2채의 구축 아파트를 가진 집주인이라면 10·15 부동산 대책 발효와 동시에 집 1채를 무조건 '현금청산' 당하게 되는 셈이다. 현금청산은 감정평가액을 근거로 집행되기에 개발 이후 가치가 미리 포함된 매매 시세대로 아파트를 산 사람들은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하다. 이러다 보니 목동신시가지 등 당장 조합설립인가를 앞둔 재건축 지역에서는 조합 설립을 연기하자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이런 과격한 규제의 효력이 대책 발표와 동시에 '즉각적'으로 '예외없이' 적용되면서 혼란이 더 커지는 양상이다. 문재인 정부 때의 강력했던 8·2 부동산 대책과 비교해도 이런 점은 더욱 두드러진다. 문재인 정부는 8·2 부동산 대책 이후 '도시정비사업법'에 분양권 전매제한 및 재당첨 제한 조치를 신설하도록 개정하면서 부칙에 법 시행 전부터 토지를 보유해온 소유자에 대해서는 법적용을 면제하는 예외규정을 뒀다. 적어도 다주택자들이 집을 정리할 수 있는 여지는 남겨둔 것이다.
 

서울 정비사업 시장 위축 불가피… 서울 공급 대책은 어떻게?


부동산 전문가들은 재건축·재개발 지역의 투기세력 근절이라는 당위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그 부작용이 자칫 서울 전체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위축이라는 결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다. 서울 주택가격 안정을 위해 재건축·재개발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것은 정부도 인정하는 바다.
 
하지만 일부 재건축 지역에서는 전매 제한과 다주택자들에 대한 강제 현금청산 우려 때문에 조합설립인가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마저 형성되기 시작했다. 한 부동산개발업자는 일부 재건축 지역 조합원들이 재당첨 제한에 걸리지 않도록 어떻게든 분양 일정을 늦추기 위해 조합에 고의로 소송제기까지 고려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가뜩이나 소송전이 난무하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에서 이해관계 충돌로 인한 혼란이 불가피해 보이는 대목이다.
 
절차가 복잡해지고, 사업가치가 떨어지면서 재건축·재개발 동력 자체가 떨어지는 것도 문제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대표는 "재건축·재개발 지역에서 당분간 소송전이나 혼란이 급증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재개발 과정이 더욱 지난해지고 사업성도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가뜩이나 수요가 부족한 수도권 부동산 시장에 악재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여당과 정부에서도 재건축 시장 위축을 고려한 듯 뒤늦게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를 완화하거나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당초 더불어민주당이 재초환 현행 유지를 강조했지만 최근 들어 '논의는 할 수 있다'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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