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이태원 참사 3주기를 앞둔 마지막 금요일인 24일 오후 10시 서울 용산구 이태원 세계음식거리가 인파로 가득하다. 송선교 기자10·29 이태원 참사 3주기를 앞둔 마지막 금요일인 24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는 '불금'을 즐기러 온 인파로 가득했다.
이날 오후 10시쯤 이태원 세계음식거리에는 한껏 꾸미고 나온 사람들이 삼삼오오 무리 지어 걸어 다녔다. 가게마다 사람들이 가득해 자리가 없었고, 몇몇 가게 앞에는 입장 순번을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선선한 가을 날씨에 야외에 자리를 잡고 술을 먹는 사람들도 많았다. 이미 술에 취해 길거리를 걷는 사람들도 있었다. 한 외국인은 한 손에 맥주를 들고 길가에 기대서 일행들과 크게 웃으며 떠들었다. 길가에서 유명 래퍼와 사진을 찍는 사람도 있었다. 참사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 이태원 골목의 상권은 완전히 활기를 찾은 듯했다.
금요일 저녁을 맞이해 여자친구와 함께 이태원으로 데이트를 나온 한상혁(26)씨는 "맛있는 식당이 있다고 해서 왔다"며 "금요일이라 거리가 확실히 활기찬 것 같다"고 말했다.
한씨는 이날 많이 모인 인파를 보며 3년 전 참사를 떠올렸다. 그는 "사고가 다시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지금도 거리가 복잡하긴 하지만 안전 표시판도 잘돼 있고 경찰들도 많이 있어서 딱히 (안전) 걱정은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 여기로 나오길 잘한 것 같다"며 웃었다.
이날 거리에는 외국인도 많았다. 이탈리아에서 여행 온 미켈라(20)씨는 "이태원은 정말 아름다운 곳이다. 사람들도 친절하고 우릴 존중해 준다"고 말했다.
그는 이태원 참사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고 했다. 기자의 설명을 들은 뒤 그는 "안 그래도 오늘 경찰을 많이 봤다"며 "왜 이렇게 열심히 관리하는지 의문이었는데, 이제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탈리아에서는 지진 때문에 그렇게 많은 사람이 사망한 적 있는데, 압사사고는 자연재해는 아니니까 미리 막을 수 있었을 것 같다"며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경찰이 지금처럼 돌아다니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경찰, 특별 순찰…길거리 벽돌·안전 비상벨 등 점검
10·29 이태원 참사 3주기를 앞둔 마지막 금요일인 24일 서울경찰청 기동순찰대가 서울 용산구 이태원 세계음식거리에서 순찰을 돌고 있다. 송선교 기자실제로 이날 이태원 거리에는 순찰 나온 경찰 등이 매우 많았다. 용산경찰서 형사과 강력팀과 마약팀, 자율방범대와 용산구청 직원 등이 거리마다 보였다. 서울경찰청 기동순찰대는 이날 오후 6시부터 4개 조로 나뉘어 이태원 인파 밀집지역을 순찰했다. 김영근 기동순찰2대장은 "다중밀집지역 성범죄와 음주범죄 등 범죄예방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태원 세계음식거리와 퀴논길을 약 1시간 동안 순찰했다. 세계음식거리 가운데에는 빨간색 울타리가 놓여 있었다. 울타리를 기준으로 길의 흐름이 양방향으로 나뉘었고 사람들은 우측통행하고 있었다. 경찰은 이를 "휴대용 중앙분리대"라고 소개했다. 경찰은 제대로 펴 있지 않거나 삐뚤게 놓여 있는 울타리들을 점검하고 다시 제대로 놓았다. 또 바닥에는 초록색 유도등도 한 줄로 설치돼 있었다.
순찰을 돌던 경찰은 "3년 전 참사 이후로 사람들이 길에서 과도하게 밀집되는 걸 예방하기 위해 이런 조치들이 내려졌다"며 "사람들이 밀집을 민감하게 여기기도 하고, 유도등 등을 잘 보고 따르기 때문에 별다른 사고가 일어나고 있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거리 곳곳에 있는 '안심 비상벨'도 점검했다. 안심 비상벨을 누르면 바로 용산경찰서 112 상황실과 용산구청 관제센터 등으로 신고가 들어간다고 한다. 경찰은 "지금처럼 순찰을 돌다가 불시에 비상벨을 눌러 상황을 점검한다"며 "제대로 작동하는지, 담당자가 제대로 확인하는지 등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대로변에 있는 비상벨을 누르더니 상황실과 구청 담당자로부터 "CCTV로 상황 확인했다"는 연락을 받고 자리를 떴다.
10·29 이태원 참사 3주기를 앞둔 마지막 금요일인 24일 서울경찰청 기동순찰대가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안심 화장실과 안심 비상벨을 점검하고 있다. 송선교 기자안심 비상벨은 일부 화장실에도 있었다. 퀴논길 초입에는 개방된 '안심 화장실'이 있었다. 비명을 질러 데시벨이 기준 수치를 넘어가거나, 화장실 내부에 있는 비상벨이 눌리면 경찰에 신고가 접수된다. 경찰은 화장실에서 몰래카메라 설치 여부 등을 점검했다.
또 경찰은 길거리에 놓인 벽돌을 치우기도 했다. 경찰은 "술에 취한 사람들이 길에 놓인 벽돌을 들고 위협하는 경우가 있어 위험 요소로 본다"라고 설명했다.
벽돌은 주로 가게 주인이 간판이나 문 등을 고정하기 위해 내놓았다. 경찰은 벽돌을 들고 가게 주인을 찾아 치워주기를 부탁했다. 경찰은 "가게 주인분들도 벽돌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며 사정을 설명하면서도 위험 요소라는 점을 설명해 드리면 잘 받아주신다"고 말했다.
경찰이 순찰을 돈 이날 오후 6~7시 사이에는 인파가 비교적 적어 다행히 주취자로 인한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경찰은 "오늘은 (다음 날) 오전 2시까지 순찰을 돌 예정"이라고 했다.
서울경찰청은 이달 24~25일과 31일~11월 1일을 핼러윈 집중 관리 기간으로 정했다. 또 핼러윈 특별 대책 기간인 24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전년 수준으로 총 4922명의 경찰관을 동원해 홍대, 이태원, 성수, 명동 등 주요 번화가를 중심으로 특별 안전 활동을 벌인다. 용산구 이태원 관광특구, 마포구 홍대 관광특구, 강남구 강남역 등 중점관리지역 8곳에서는 행정안전부, 서울시, 자치구, 경찰, 소방 등이 참여하는 현장 합동상황실이 운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