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전기차 기업 테슬라가 자사의 자율주행용 인공지능 반도체 AI5 칩 제조에 삼성전자가 참여한다고 밝혔다.
당초 대만 TSMC가 해당 칩 생산을 도맡을 것으로 알려졌는데, 삼성전자도 제조사라고 확인된 것이다. 이미 삼성전자는 차세대 칩인 AI6 생산 계약도 맺은 상태다. 테슬라 등 빅테크 기업들과의 협업이 부각되며 삼성전자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에도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론 머스크 CEO는 22일(현지시간) 테슬라의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삼성전자와 TSMC 모두 AI5 칩을 제조하게 될 것"이라고 말해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시선이 집중됐다.
테슬라는 완전자율주행(FSD·Full Self-Driving)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자체 개발한 자율주행용 AI(인공지능)칩을 차량에 탑재하고 있다. 현(現)세대 칩인 AI4는 삼성 파운드리 평택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다.
다만 내년에 양산될 예정인 AI5 칩은 글로벌 1위 파운드리 기업인 TSMC가 독점해 초기에 대만에서 생산한 후 미국 애리조나 공장에서 만들 예정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독점 생산 체제가 아니라 삼성전자도 이 칩을 제조할 것이라고 테슬라가 공표한 것이다. TSMC 독주 전망이 깨진 셈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테슬라의 신세대 칩인 AI6 생산 계약도 따내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머스크 CEO는 지난 7월 사회관계망서비스 엑스(X)를 통해 "삼성의 (미국) 텍사스 대형 신공장은 테슬라 차세대 AI6 칩 생산에 전념하게 될 것"이라고 그 내용을 공개했다. 해당 계약 규모는 최소 165억달러로, 원화로는 23조 7천억 원을 웃돈다. 지난해 삼성전자 총 매출액(300조8709억원)의 8%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테슬라의 AI 핵심 칩 생산을 세대 별로 두루 섭렵하면서 핵심 파트너사로 자리잡은 모양새다. AI5 칩을 둘러싸고는 TSMC와 삼성전자의 경쟁 체제가 형성된 셈인데, 테슬라로서는 공급을 보다 안정화 시키고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을 한 것으로도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테슬라 뿐 아니라 애플의 아이폰용 이미지센서 개발, 생산 계약도 지난 8월 따냈다. '스마트폰의 눈'으로 불리는 이미지센서는 카메라 품질을 결정하는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자사 이미지 센서 브랜드인 '아이소셀'을 갖고 있다.
미국 유수 빅테크 기업과의 잇따른 계약 성사는 삼성전자가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TSMC의 대항마라는 점을 부각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동안 삼성전자의 '아픈 손가락'으로 꼽혔던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사업부의 실적 개선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도 같은 맥락에서 거론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테슬라 AI칩 추가 수주와 관련해 "(수주) 물량이 구체적으로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기술력이 글로벌 시장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 파운드리의 4나노미터(㎚·1㎚=10억분의 1m) 이하 초미세 공정의 경쟁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AI5는3nm 공정으로 양산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AI6는 2nm 공정을 활용해 양산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