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사진. 본인 제공◆ 김영미> 많은 분들이 윤한나 사모를 일러스트 작가로 만나게 된 것이 신선할 것 같아요. 간단히 본인 소개와 현재 하고 있는 활동을 말씀해 주세요.
◇ 윤한나> 제주에서 그림으로 예배하는 윤한나 작가입니다. 제주소랑교회(정지성 목사)에서 사모로 섬기고 있습니다. 서울 브니엘교회에서 6년간 유치부 전도사로 사역하다가 남편 목사님과 결혼하며 제주로 내려왔습니다. 개척 5년 차인 지금까지 제주소랑교회를 함께 세워가고 있고, 말씀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일러스트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 김영미> 작가명 '아인토바'에는 특별한 의미가 담겨 있다고 들었습니다.
◇ 윤한나> '아인토바'는 히브리어로 선한 눈이라는 뜻이에요. '눈'은 단순한 시각이 아니라 '원천', '생각'을 의미하기도 하죠. 성경에서 '선한 눈'은 이웃에게 향하는 베풂과 선한 행위를 말합니다. 그래서 제 작가명에는 좋은 것을 볼 줄 아는 눈, 말씀을 바라보며 세상을 향해 나누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제 딸 이름도 '아인'이에요.
◆ 김영미> 사모님에게 그림은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신앙의 고백이라고 들었습니다.
◇ 윤한나> 제 모토는 '그림으로 주님을 예배하는 것'이에요. 예배가 삶의 목적이라면, 저에게는 그림이 예배의 언어죠. 말씀을 읽거나 기도할 때 주시는 영감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한 작품을 위해 며칠씩 묵상하며 씨름할 때도 있어요. 그렇게 완성된 그림이 제 개인을 넘어 보는 이들에게도 은혜와 위로가 흘러간다면 그것이 바로 주님이 기뻐하시는 예배라고 믿습니다.
◆ 김영미> 특별히 마음에 남은 작품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 윤한나> 신명기 1장 31절 말씀을 묵상하다 그린 그림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광야에서 하나님이 너를 안으사 이곳까지 이르게 하셨다"는 구절이 육아 중인 제 마음에 크게 와닿았죠. 부모의 애틋한 사랑을 그리며 하나님 아버지의 품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또 '발걸음-지저스'라는 작품도 있는데요. '내 발자국 위에 예수님의 발자국만 남았으면 좋겠다'라고 묵상하며 그렸지만 완성 후 제 신앙과 그림 사이의 괴리를 느꼈어요. 그때 주님이 고린도후서 12장 9절 '내 은혜가 네게 족하도다' 말씀을 주셨습니다. 그 그림을 SNS에 올리며 쓴 글에 한 분이 "오늘 본 글 중 가장 솔직하고 깊다."라고 댓글을 달아주셨는데 진심이 전해진 것 같아 감사했어요.
메밀 꽃 밭 사이를 함께 거니는 기쁨. 윤한나 작가 제공◆ 김영미> 디지털 드로잉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신 게 2023년부터죠.
◇ 윤한나> 첫 아이를 임신하던 시기였어요. 입덧으로 힘들던 때 제주지방감리회 사모모임에서 성경통독반 모집 소식을 듣고 '말씀 태교'가 떠올라 신청했습니다. 힘든 몸으로 말씀을 읽으며 오히려 큰 위로를 받았고, 말씀 속에서 그림의 영감이 솟아났어요. 그게 지금의 그림 사역의 시작이었죠.
◆ 김영미> 디지털 드로잉의 장단점은 무엇인가요.
◇ 윤한나> 육아 중이라 디지털 드로잉이 제게는 큰 선물이에요. 언제든 멈추고 아이를 돌볼 수 있고, 어디서든 작업이 가능하니까요. 다만 성경 인물을 표현하는 게 참 어려워요. 너무 성화처럼 그리면 딱딱하고, 캐릭터처럼 그리면 메시지가 약해져요. 그래서 저만의 따뜻한 그림체를 찾아가는 중이에요.
◆ 김영미> 인스타그램에 올린 그림들이 엽서, 스티커, 달력 등으로 확장되어 교회 건축기금에도 쓰였다고요.
◇ 윤한나> 네, 처음엔 단순히 교회 달력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이었어요. 직접 디자인하다 보니 엽서, 메모지, 스티커로 발전했죠. 특히 올해는 교회가 새로운 터전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되어 달력 수익금을 건축기금의 첫 열매로 드리게 됐습니다. 참 감사한 것은 육아를 하면서 시간적인 한계나 체력적인 한계를 만나게 되었을 때 주님이 힘을 빼게 하시고 더 많은 일을 감당하게 해 주시는 것 같았습니다. 제 작품은 인스타그램(@greatlove95)과 네이버 스마트스토어(ayintovahhn)에서 만나실 수 있어요.
◆ 김영미> 작품 속에는 외돌개, 강정 바다 등 제주 풍경도 많이 등장하더군요.
◇ 윤한나> 제주에 살면 정말 예술가가 되는 것 같아요. 매일 바라보는 자연이 하나님의 예술 작품이라는 걸 느낍니다. 남편이 찍은 노을 사진에서도 영감을 많이 받아요. 제 그림이 하나님이 만드신 제주의 아름다움을 찬양하는 통로가 되길 바랍니다.
◆ 김영미> 목회자의 아내로서 교회를 함께 세워가며 느낀 은혜가 있을까요.
◇ 윤한나> 개척 5년 동안 하나님의 일하심을 가장 먼저 목격할 수 있다는 게 큰 은혜예요. 파수꾼처럼 멀리 보고 먼저 기도할 수 있으니까요. 다만 '사모'라는 호칭은 아직도 조금 낯설어요. 남편이 마트에서 "사모님" 하고 부르면 괜히 숨고 싶을 때도 있어요. 긴장되는 호칭인 것 같아요.
아인토바 작가의 디지털 드로잉. 윤한나 작가 제공◆ 김영미> 예술 사역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있는것 같아요. 사모님이 생각하는 '예술 사역'은 어떤 모습인가요.
◇ 윤한나> 저는 가장 예술적인 것이 하나님께 가장 가까운 것이라고 생각해요. 자연은 그분의 성품을 가장 아름답게 드러내는 예술이니까요. 하나님은 최고의 예술가이시고, 말씀 또한 완전한 예술 작품이에요. 그래서 예술은 하나님께 속한 영역이며, 그 안에서 말씀을 드러내고 선포하는 것이 곧 예술 사역이라 생각합니다.
◆ 김영미> 앞으로의 계획과 기도 제목을 나눠주세요.
◇ 윤한나> '가장 좋은 것을 먼저 보고 나누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성경 속 아직 그려지지 않은 장면들을 시각화하고 싶습니다. 또 성경연구노트, 중보기도수첩, 인덱스 스티커 등 신앙생활을 돕는 굿즈도 만들고 있어요. 나중에는 굿즈숍도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경건의 시간이 즐겁다'고 느낄 수 있기를 바라며 모든 결과물이 하나님께 드려지는 예배가 되길 기도합니다.
제주소랑교회는 여전히 작은 개척교회지만, 마을 분들이 마음을 열기 시작했어요. 교회 부지를 구하거나 이웃한 동네로 옮길 수 있도록 기도하고 있습니다. 모든 걸 주님의 뜻대로 맡기고 순종하며 나아가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