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복기 제주특별자치도 소통협력센터장. 제주CBS◇박혜진> 지역 주민들이 함께 다양한 지역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하기 위해 소통하고 협력하는 공간이 있습니다. 바로 제주도소통협력센터인데요. 특별히 이번주가 제주소통협력주간인데요. 이 시간 제주도소통협력센터 민복기 센터장과 얘기 나눠봅니다.
먼저 소통협력센터가 어떤 기관인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민복기> 제주도 소통협력센터는 도민이 묻고 함께 답을 찾아가는 주민주도 사회혁신 플랫폼으로, 행정이 제도를 만든다면 저희는 생활 속에서 협력의 문화를 키우는 생활 민주주의의 실험장입니다.
각자의 일상에서 시작된 작은 참여가 서로의 관계를 바꾸고, 그 변화가 지역 전체로 번져가도록 참여의 문화와 기반을 만들어가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박혜진> 제주도소통협력센터는 '지역문제해결플랫폼','생활공론' '질문도서관'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 중인데요. 센터를 운영하는데 어떤 철학과 핵심 목표를 갖고 계신지 말씀해 주시죠.
◆민복기> 제주소통협력센터의 철학은 결국 생활 민주주의, 그리고 태도와 방식의 변화에서 시작됩니다. 우리가 말하는 사회혁신은 거창한 제도 개혁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문제를 이해하고, 그 문제를 함께 다루는 태도와 과정의 전환이 핵심입니다.
지금까지 행정은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로서 중심에 있었지만, 이제는 행정이 모든 해답을 내놓을 수 없는 시대입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바로 생활 민주주의, 즉 시민이 일상에서 느낀 문제를 스스로 정의하고 공동체가 그 해법을 함께 만들어가는 문화입니다.
센터는 이러한 '변화의 씨앗'을 뿌리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성과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이해하며 함께 옳음을 찾아가는 관계의 변화를 만드는 일입니다.
◇박혜진> 최근 2025 제주지역문제해결플랫폼 가동이 본격화됐습니다. 올해 선정된 4대 실행의제를 어떻게 선정하게 됐는지 설명해주시겠습니까?
◆민복기> 2025 제주지역문제해결플랫폼의 4대 실행의제는 도민 제안과 숙의, 그리고 참여기관들의 자원과 실행력 검토를 거쳐 선정됐습니다.
소통협력센터의 지역사회혁신 사업들이 일상 속에서 주민이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시도할 수 있도록 문화와 생태계를 만드는 역할이라면, 지역문제해결플랫폼 사업은 여기에 자원과 제도를 가진 민간·공공기관·대학·지자체가 참여해 실질적 파급력과 정책 효능감을 더하는 구조입니다.
◇박혜진> 특히 '제주 바다 문제 해결' 프로젝트가 실행 중인데요, 이번 해양 폐어망 제거와 시민다이버 참여 활동은 어떤 배경에서 시작되었습니까?
◆민복기> 제주바다문제해결 프로젝트는 작년의 공론화에서 올해의 실천으로 이어진, 제주의 협력 실험이 한 단계 진화한 과정입니다. 2024년에는 '제주 바다 문제 해결을 위한 공론화'를 통해 해양오염과 수온 상승의 문제를 시민과 함께 논의하고, 다큐멘터리와 바다 쓰레기 투어를 통해 바다의 현실을 공유했습니다.
올해는 그 공론의 결과를 바탕으로 시민다이버를 양성하고, 수중정화 활동과 해양생태 조사 등 보다 구체적인 실천으로 확장했습니다. 특히 이번 활동에는 제주도개발공사, 한라대학교, 플로빙코리아 등 여러 기관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수중정화와 함께 어촌계 어르신 대상 건강검진과 물리치료 봉사까지 함께 진행했습니다.
핵심은 폐어망을 건지는 일이 아니라, 바다를 둘러싼 다양한 주체가 서로의 역할을 이해하고 연결되는 과정입니다. 제주에는 이미 많은 개인적 실천이 있습니다. 이제는 그 선한 의지가 흩어지지 않고 하나의 협력 구조로 이어질 때 지속가능한 변화가 만들어집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바로 그 협력의 구조를 실험하고, 시민이 스스로 지속 가능한 변화를 만들어가는 제주형 사회혁신의 장면이라 생각합니다
민복기 제주특별자치도 소통협력센터장. 제주CBS◇박혜진> 일회성 캠페인을 넘어서 지속 가능한 구조를 만들기 위한 전략은 무엇입니까?
◆민복기> 지속 가능성은 예산의 문제가 아니라 관계의 문제입니다. 일회성 캠페인은 잠시 주목을 받을 수는 있지만, 결국 그 활동이 누구의 삶에 닿고, 어떤 관계를 만들어냈는가가 더 중요합니다.
소통협력센터는 프로젝트를 끝내는 조직이 아니라, 사람과 조직이 스스로 자라나는 구조를 만드는 조직입니다. 시민이 참여를 통해 경험을 쌓고, 그 경험이 다시 지역의 새로운 시도로 이어지도록 순환 구조를 설계합니다
◇박혜진> 제주생활공론 청년캠프는 청년들이 지역문제 해결에 직접 참여하는 실험적 모델이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진행 배경과 기대효과를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민복기> 제주생활공론 청년캠프는 청년이 지역문제를 배우는 자리가 아니라,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실험하는 주체로 서는 경험의 장입니다. 올해는'나의 일상에서 시작하는 참여'를 주제로 청년들이 생활 속 문제를 찾아 돌봄, 환경, 이동권, 문화 등 4가지 의제로 발전시켰습니다.
단순한 토론을 넘어, 구조적 분석과 캠페인 영상 제작을 통해 자신의 일상을 사회의 언어로 바꾸는 과정을 경험했습니다. 저는 이 캠프의 가장 큰 의미를 '결과'보다 '관계'에서 봅니다.
서로 다른 청년이 만나 대화하고 조율하며 배우는 그 과정 자체가 제주의 생활 민주주의가 자라나는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박혜진> 공론장 실험은 때로는 결과보다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합니다. 소통협력센터가 추구하는 공론 문화란 무엇입니까?
◆민복기> 소통협력센터가 말하는 공론은 거창한 갈등을 조정하는 일이 아니라 일상의 문제에서 출발해 세상의 구조를 새롭게 이해하는 과정입니다. 우리는 거대한 정책 변화를 기다리며 한탄하기보다, 삶의 현장에서 느낄 수 있는 효능감으로부터 변화를 시작합니다.
쓰레기를 버리는 방식, 대화하는 태도, 일터와 마을의 관계처럼 일상의 작은 문제를 함께 들여다보면 결국 그것이 제도와 정책, 나아가 국가의 구조와도 맞닿아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정책은 멀리서 만들어지지만, 변화는 늘 가까운 일상에서 시작됩니다. 그 일상이 서로 연결되고 자라나는 과정이 추구하는 공론 문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박혜진> 또 다른 사업으로 질문도서관이 눈에 띄던데 질문도서관은 일반 도민에게는 다소 생소한 개념입니다. 질문도서관 사업의 목적과 가치를 소개해 주신다면?
◆민복기> 질문도서관은'질문을 기반으로, 그 질문을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이 큐레이션되어 있는 곳'입니다.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먼저 무엇이 진짜 문제인지 묻는 일에서 출발했죠.
도민이 남긴 질문과 그에 어울리는 책, 그리고 그걸 매개로 나눈 대화가 쌓이면서 개인의 물음이 지역사회의 이야기로 확장됩니다. 결국 질문도서관은 지식을 쌓는 공간이 아니라, 사유와 관계를 확장하는 실험의 장입니다.
◇박혜진> AI 챗봇까지 도입하며 확장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민복기> AI 챗봇은 이 흐름을 이어가기 위한 시도입니다. 도민들이 남긴 질문과 대화를 기반으로 유사한 물음을 찾아주고 책과 연결해주는 도구일 뿐, 기술이 아니라 질문이 중심에 있습니다. 질문을 통해 생각이 이어지고, 관계가 자라나는 문화, 그것이 질문도서관이 지향하는 가치입니다.
◇박혜진>'어나더+ 아이함께'처럼 근무·돌봄 연계 모델이 전국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처럼 협력 혁신 모델을 어떻게 확산·발전시킬 계획이신가요?
◆민복기> '어나더+ 아이함께'는 단순한 돌봄 프로그램이 아니라, 어린이집 및 유치원 방학기간에 돌봄 공백의 문제를 공공과 지역이 함께 일상의 문제를 실험한 협력 모델입니다.
근무와 돌봄의 분리된 구조를 바꾸는 일은 제도 개편보다 경험과 관계의 전환에서 시작된다고 봅니다. 이번 실험을 통해 공공, 중간조직, 지역기업이 각자의 전문성을 나누며 하나의 협력 구조를 만들었고, 앞으로는 학교, 마을, 기업 등 다양한 영역에서 서로 다른 방식의 협력 구조를 논의해갈 계획입니다.
중요한 건 모델을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현실 속에서 '함께 일하고 돌보는 방식'을 스스로 찾아가는 문화로 확장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박혜진> 센터 활동을 두고 일부에서는 '중복 행정 우려' 또는 '성과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답하시겠습니까?
◆민복기> 그런 지적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다만 소통협력센터의 역할은 기존 행정처럼 명확한 주체나 단일한 사업 성과로 드러나지 않습니다.
우리는'태도와 방식의 혁신'을 매개하는 기관, 즉 문제를 대신 해결하는 조직이 아니라 사람과 조직, 행정이 새롭게 협력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촉진자의 역할을 합니다.
지금까지의 행정은 예산과 조직 단위로 움직였지만, 사회혁신은 사람의 관계와 참여의 방식을 바꾸는 일입니다. 그 변화는 눈에 보이는 성과보다, 시간이 쌓이며 생태계로 드러나는 과정입니다.
저는 오히려 지금이 그런 중간조직의 역할이 가장 절실한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정책과 현장, 행정과 시민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매개자·연결자·생태계 조성자로서의 역할, 그것이 소통협력센터의 본질이며, 바로 사회혁신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박혜진> 소통협력센터 활동에 도민이 더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시죠.
◆민복기> 소통협력센터의 문은 항상 열려 있습니다. 소통협력공간 활용부터 다양한 프로그램, 사업 등에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 공모사업이나 행사 소식도 쉽게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진짜 참여는 신청서보다 질문에서 시작됩니다. 일상 속 작은 궁금증이나 불편을 들고 오시면, 우리가 함께 실험하고 연결할 수 있는 길을 찾아드리겠습니다.
민복기 제주특별자치도 소통협력센터장. 제주CBS ◇박혜진> 앞으로 추진할 중점 사업 또는 새로운 비전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민복기> 앞으로는 주민의 일상에서 출발한 작은 실험이 더 나아가 정책과 제도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연결 구조를 고도화하는 데 집중할 계획입니다.
소통협력공간과 지역문제해결플랫폼의 두 축이 유기적으로 작동해 의제 발굴에서 실험, 공론, 정책화로 이어지는 순환체계를 만들고, 생활권 단위로 확장해 도민 누구나 사회혁신의 주체로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다져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