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23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했다.지난 7월과 8월에 이은 3연속 동결이다.
정부의 잇단 대책에도 집값 상승세가 잡히지 않는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낮출 경우 부동산 과열을 더 부추길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치솟는 원/달러 환율 문제도 고려됐다.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회의 의결문에서 "성장의 경우 전망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지만 소비·수출 중심으로 개선세를 이어가고 있고, 부동산 대책의 수도권 주택시장·가계부채 영향, 환율 변동성 등 금융안정 상황을 더 살펴볼 필요가 있는 만큼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올해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월 전망(2.0%·1.9%)과 비슷할 것으로 예상됐고, 향후 물가 경로에 영향을 줄 변수로 국내외 경기, 환율·국제유가, 정부 물가 안정 대책 등이 지목됐다.
앞서 금통위는 지난해 10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하하면서 통화 완화 쪽으로 정책의 방향을 틀었고, 올 상반기에도 2월과 5월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완화 기조를 이어갔다.
이후 7월과 8월, 이번까지 세 차례 연속으로 금리를 동결한 것은 무엇보다 부동산 시장이 진정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6·27, 9·7 등 잇단 정부 대책에도 10월 둘째 주(한국부동산원 통계·10월 13일 기준) 서울 아파트 가격은 2주 전(연휴 전)보다 0.54% 더 올라 상승 폭이 더 커졌다.
그러자 정부는 서울 전역과 수도권 일부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고,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더 줄이는 10·15 대책을 발표했다.
더 강력한 부동산 대책이 나온지 불과 1주일 만에 한은이 기준금리를 낮출 경우 한은과 정부간 '정책 엇박자' 논란을 부를 수 있는 상황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은 입장에서는 유동성을 더 늘려 부동산 시장에 불을 지피는 역할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며 금리 동결을 시사했다.
최근 지속되고 있는 환율 불안정성도 금리 동결의 주 요인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수출 호조세와 소비심리 회복으로 금리 인하 압박이 줄어든 점도 금리 동결에 영향을 미쳤다.
시장에서는 집값과 환율 불안이 지속될 경우 한은이 다음달 금통위에서도 기준금리를 낮추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금통위는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금융안정 측면에서 추가 부동산 대책의 효과를 점검하는 한편, 큰 환율 변동성의 영향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성장의 하방 위험 완화를 위한 금리인하 기조를 이어 나가되, 이 과정에서 대내외 정책 여건 변화와 물가 흐름, 금융안정 상황 등을 점검하면서 추가 인하 시기와 속도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경제 상황에 대해서는 "내수가 소비를 중심으로 회복세를 유지하고 수출도 반도체 경기 호조 등으로 당분간 양호한 흐름을 보이겠지만, 미국 관세 부과의 영향이 점차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해와 내년 성장률은 8월 전망(각 0.9%·1.6%)에 대체로 부합하겠지만 한·미, 미·중 무역 협상과 반도체 경기, 내수 개선 속도 등과 관련해 상·하방 불확실성이 확대됐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