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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화력, 위험 외주화 확인…노동부 '불법파견·안전관리 부실' 적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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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김충현씨 사망 사고 계기로 실시한 근로감독 결과 발표
하청 안전 관리 손놓고, 원청 직접 지시 등 불법파견 드러나
총 1084건의 법 위반 사항이 적발…379건은 사법처리 대상, 과태료 약 7억3천만 원
안전난간 설치 부실 등 곳곳에서 안전 시설 미비도 적발
노동부 2인1조 작업 원칙 확대 적용, 공동작업장 관리 절차 마련 등 개선사항 요구도

한국서부발전 제공한국서부발전 제공
고용노동부는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한 하청노동자 고(故) 김충현씨 사망사고와 관련해 실시한 근로감독 결과, 원청의 안전관리 부실과 불법파견 실태가 광범위하게 확인됐다고 23일 밝혔다.

감독 결과에 따르면 도급인인 한국서부발전은 위험작업에 대한 점검과 교육 등 기본적인 안전조치를 이행하지 않았고, 원청인 한전KPS는 정비공정 전반에 걸쳐 하청노동자를 실질적으로 직접 지휘·관리한 사실이 드러났다. 노동부는 이를 불법파견으로 판단하고, 원청에 직접고용 명령을 내렸다.

앞서 지난 6월 김씨는 태안화력발전소 내 한전KPS 태안화력사업소 기계공작실에서 작업 도중 숨졌다. 이에 노동부가 즉시 태안발전소에 대해 특별감독에 준하는 감독을 실시했다. 이날 발표된 감독 결과, '위험의 외주화' 속 인력 운영만 하청에 맡긴 채 안전 관리에는 손을 놓고 있었던 발전소의 구조적 문제가 사실로 확인됐다.

산업안전보건, 근로기준, 파견근로 등 3개 분야에 걸쳐 실시된 이번 감독에서 총 1084건의 법 위반 사항이 적발됐다. 이 가운데 379건은 사법처리 대상이며, 592건은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과태료 규모는 약 7억 3천만 원에 달한다.

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 감독을 통해 서부발전과 한전KPS를 포함한 15개 원·하청 업체의 작업현장도 전수 점검했다. 감독 결과, 서부발전은 2차 수급업체 노동자에 대한 순회점검을 실시하지 않았고, 정기적인 안전보건 점검에서도 하청 노동자를 포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노동부 오영민 안전보건감독국장은 "도급인인 서부발전은 수급인 사업장 전체에 대한 순회점검을 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한전KPS가 담당한 구역이나 2차 수급인 구역은 점검조차 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특히 불법파견 감독에서는 한전KPS 및 협력업체의 정비 공정 전반이 불법파견에 해당한다고 판단됐다. 노동부는 원청 직원이 하청 노동자의 작업내용과 방식을 지시하고, 2인 이상의 작업조 편성과 배치 등 실질적인 관리권한을 행사해온 점을 중대하게 봤다.

또 하청업체가 작업공간과 장비를 자체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원청 설비를 사용하고, 원청 업무와의 구분도 불분명한 점 등을 종합해 불법파견으로 결론내렸다. 이에 따라 노동부는 한전KPS에 불법파견 노동자 41명을 직접 고용하라는 시정지시를 내렸고, 원청 및 하청 대표를 입건해 수사 중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카카오톡 등 메시지로 원청 직원이 작업 내용을 구체적으로 전달했고, 하청은 설비나 작업공간도 자체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원청 설비에서 작업을 수행했다"며 "도급계약상 업무구분도 불명확해, 전형적인 불법파견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안전 관리도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전체 방호덮개 미설치, 안전난간 미비, 방폭구조 미확보 등 물리적 위험요소가 그대로 방치돼 있었고, 유해화학물질 경고표지나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비치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사례도 확인됐다.

기초노동질서 감독에서는 연차휴가수당 약 5억4천만 원이 과소지급된 사실과 함께, 통상임금과 평균임금 산정 오류로 인한 초과근로수당과 퇴직금 미지급 사례도 확인됐다. 또 근로계약서에 근무시간 등 필수 항목이 누락됐거나, 실제 근무시간과 다른 계약서가 작성된 사례도 적발됐다.

이밖에도 성희롱 예방교육 미실시, 배우자 출산휴가 미부여 등 노동관계법령상 기본 의무사항이 이행되지 않은 경우도 다수 있었다.

연합뉴스연합뉴스
노동부는 이번 감독을 통해 단순한 법 위반을 넘어, 발전소 작업현장 전반의 구조적인 위험관리 실패를 지적했다. 태안화력은 밀폐공간, 방사선 등 10개 고위험 작업에 한해 단독작업을 금지하고 있었지만, 수상태양광 설비 등 익사 위험이 높은 작업이나 기계 협착 우려가 큰 작업은 제외돼 있었다.

또한 원청과 하청 노동자가 혼재된 공간에서 작업하는 경우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사전 일정 조율, 위험성평가, 안전조치 협의 등 기본적인 관리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부는 이번 감독 결과를 바탕으로 △2인1조 작업 원칙 확대 적용 △공동작업장 관리 절차 마련 △안전보건관리자의 전담 의무 강화 △현장 안전설비 보완 등 4가지 주요 개선사항을 사업장에 요구했다.

구체적으로는 선반 작업, 수상 정비 등 고위험 작업을 단독작업 금지 항목에 포함하고, 혼재 작업 시 사전 협의·조정 체계를 마련해 사고 예방체계를 구축하도록 했다. 아울러 안전관리자가 타 부서 겸직을 하지 못하도록 규정을 명확히 하고, 온열질환·질식재해 예방 대책도 강화하도록 했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태안화력발전소 감독 결과는 단순히 한 사업장의 법 위반을 넘어, 왜 같은 유형의 죽음이 반복되는지 우리 사회가 마주해야 할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 것"이라며 "발전 산업의 다단계 하도급 구조 속에서는 안전관리 책임이 분산될 뿐만 아니라, 효율과 비용 절감 효과도 불확실한 현실을 이제는 바로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이번 감독을 통해 위험작업 시 필요한 안전인력 확보, 설비 개선, 하청노동자 보호조치 강화 등 핵심 사항을 반드시 이행하게 하고, 권고사항이 현장에서 철저히 지켜지도록 끝까지 점검하겠다"며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행위에는 단호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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