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북한이 22일 오전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일주일여 앞두고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APEC 정상회의 계기 주요국 정상들 간 북한 문제가 거론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향후 미국으로부터 핵 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기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이날 합동참모본부는 "우리 군은 오늘 오전 8시 10분쯤 북한 황해북도 중화 일대에서 동북 방향으로 발사된 단거리 탄도미사일 수 발을 포착했다"며 "포착된 북한의 미사일은 약 350km 비행했으며 정확한 제원에 대해서는 한미가 정밀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준비 동향을 사전에 포착해 감시해왔으며, 발사 즉시 탐지 후 추적했다"며 "미국·일본 측과도 관련 정보를 긴밀하게 공유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군은 굳건한 한미 연합방위태세 하에 북한의 다양한 동향에 대해 예의주시하면서, 어떠한 도발에도 압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이번 발사는 지난 6월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처음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이 다음주 경주 APEC 정상회의 계기 방한을 앞둔 상황이어서 의도적인 무력 시위로 해석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시점을 고려해 메시지를 전달하려 한 것으로 분석했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APEC 하루나 이틀 전에 쐈다면 APEC에 대한 명백한 위협이 되고, 북한이 의도하지 않은 상황으로 변질될 수 있다. 하지만 일주일 전이라는 시간은 메시지를 전달하되 너무 호전적으로 해석되지 않을 정도의 시점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미국을 상대로 비핵화 의제에 응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북미 간 대화에 매달리지 않고 핵무기 고도화의 의지를 이어나가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밝혔다고 볼 수도 있다.
그간 유엔사의 판문점 특별견학 일정 조정, 미국의 케빈 킴 대사대리 임명 등 정황을 바탕으로 북미정상회담에 긍정적인 전망이 힘을 얻었지만, 이번 미사일 발사가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방한 계기 북미정상회담 성사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는데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에 대화를 요청할 동기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북미간 물밑대화의 시그널로 보는 분석도 있다.
변상정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라는 든든한 뒷배를 확보한 지금 지금 미국과 대화에 나서는 것이 유리하다"면서 "물밑대화가 이뤄지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지만, 이 대화가 잘 이뤄지지 않자 북한이 부정적인 시그널로 미사일 발사를 감행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