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둔 경북 경주화백컨벤션센터. 연합뉴스경북 경주에서 이달말(2025년10월)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에 도널드 트럼프, 시진핑 등 주요 강대국 정상들과 AI산업의 트렌드를 이끄는 엔비디아 CEO 젠슨 황과 OPEN AI 샘 올트먼 대표,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 등 글로벌 기업인들이 총출동한다.
이들은 'AI협력'과 '기후변화 및 에너지 전환 협력', '무역투자 자유화와 공급망 회복' 등 크게 3가지 핵심 의제를 놓고 역내 국가들이 지속가능한 미래를 어떻게 열어나가며 공존공영할 지를 집중 논의한다.
21일 재무장관회의를 시작으로 APEC은 공식 개막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회의에서 혁신과 금융, 재정정책 등 4개 핵심분야를 담은 인천플랜을 발표했다. 회원국들은 플랜에 담긴 의제를 중심으로 향후 5년간 논의를 이어가게 된다.
APEC은 법적구속력을 갖는 국가간 자유무역협정과 달리, 비공식 정책협의체로서 무역.투자자유화를 지향하는 전 세계 최대의 경제권이다. 21개 APEC 가입국의 GDP는 69조 달러로 세계경제의 62%를 차지하며 EU경제규모의 3.5배에 달하는 명실상부 세계 최대 경제블록이다.
회의가 열리는 1주일 동안 참석과 참관을 위해 2만명이 넘는 외국인이 한국을 방문하고 이 가운데는 글로벌 정상과 글로벌 산업, 공급망의 중심에 위치한 대기업 CEO 1700여명이 방문해 그야말로 큰장이 선다. 의장국으로서 회의를 주관하고 의제를 리드해 나갈 한국에는 커다란 기회의 문이 열린 것과 같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우리나라가 APEC개최를 통해 7.4조원에 달하는 경제적 파급효과를 누릴 것으로 전망했다. 관광과 숙박, 화장품 등 직접 수혜가 예상되는 산업분야를 포함 3.3조원의 내수활성화와 한국에 대한 투자유발.국제위상 강화 등 4조원의 중장기 효과, 경주시가 챙길 수혜 9700억원 등이다.
사실 이번 APEC이 주목을 받는 것은 공식 세션 말고도 전세계가 주목할 수 밖에 없는 메가급 양자 정상회담이 줄줄이 개최돼 그 결과에 따라 세계경제의 향후 전개 방향성이 도출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세계를 상대로 관세드라이브를 걸고 있으며 최근 중국과의 패권경쟁이 격화하는 양상이라 양국의 관세협상이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 지에 주요 교역국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APEC은 트럼프 2기 들어 개최되는 최대규모 글로벌 정상회의체인 만큼, 미국으로부터 강한 보호주의 압박을 받고 있는 회원국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자유무역을 둘러싸고 어떤 논의가 전개될 지 등은 관전의 주요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정치적으로 미국의 대척점에 서 있는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 관세협상에서 압박을 받은 일본, 한국, 베트남, 멕시코, 캐나다 등 미국의 주요 교역국들이 공동전선을 펼지도 관심이다. 미국과의 관세협상에서 이견이 어느 정도 조정된 우리나라는 APEC를 계기로 개최될 한미정상회담에서 3500억달러 대미투자와 관련한 세부방안을 확정하고 관세율 인하(15%)를 적용받을 가능성이 높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1일 인천 중구 인스파이어 리조트에서 열린 경제발전경험 공유사업(KSP) 성과공유 콘퍼런스 개회식에서 에두아르도 페드로사 APEC 사무국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우리 입장에서는 AI와 조선 방산 디지털자산 등 미래산업 관련 대기업들이 분야별 세션을 주도하며 대외적으로 산업.기술력을 홍보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한편, AI기술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 대기업들과의 협업의 폭을 넓혀 나갈 기회이기도 하다. 한국기업들은 APEC 컨벤션효과를 타고 글로벌 비즈니스 허브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도 있다.
경주는 한민족 역사상 가장 개방적으로 세계의 문화를 수용하고 찬란한 문화의 꽃을 피운 한민족 문화창달의 원류 가운데 하나다. '개방성'과 '자유무역'을 기반으로 7세기부터 세계적 국가의 초석을 다졌고, 교역으로 일군 부(富)는 수도(경주)에 산재한 문화유산의 원천이 됐다.
20일 오후 경북 경주시 인왕동 첨성대에서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를 기념하는 미디어아트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APEC 행사장 주변에 산재한 신라의 우수한 전통과 문화는 전 세계 언론을 타고 세계인들의 뇌리에 새겨질 것이다. 문화의 우수성은 단순히 관광객의 유입이나 이와 연관된 산업의 생산유발효과를 만들어내는데 그치지 않을 것이다. 선진국에 진입한 한국의 이미지를 세계일류국가로까지 확장시킬 모멘텀이 될 수 있다.
20년만에 한국에서 다시 개최되는 APEC은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자유무역과 지속가능한 발전 논의를 통해 역내 국가들을 공동번영의 길로 이끌 수단이기도 하다. APEC은 분명 우리나라가 모처럼 맞이하는 기회이자 미래로 나아가는 모멘텀이지만, 행사를 제대로 치르는게 먼저다.
이번 행사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 로렌스 웡 싱가포르 총리 등 국가원수급 인물만 20명이 넘게 참석할 예정이고 전세계로부터 2천명에 이르는 CEO들의 방문이 예정돼 있다. 규모로만 보면 올림픽을 넘어서고, 안전을 위한 경호수요도 역대급이다.
정부는 주요 인사들의 안전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안전한 회의개최를 위해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보여줘야 한다. 모처럼 맞은 기회를 살리기 위해서는 개최지 경주와 대한민국을 찾는 2만여명의 방문객들에게 경주의 문화 수준에 걸맞는 따뜻한 환대와 성의를 보여줘야 한다.
7.4조원의 효과는 애써 유치한 APEC이 성공적으로 개최됐을 때 돌아올 파급효과이다. 이를위해 정부와 지자체, 기업, 시민들이 각자의 할 일을 해야 한다.